거주지 옮긴 제주서 전기차 사용자 포럼·페스티벌 개최

'한컴신화'를 쓴 이찬진(51) 전 한글과컴퓨터 대표는 2일 애플 아이폰으로부터 비롯된 혁신의 아이콘은 스마트폰 다음 전기차라고 주장했다.

그는 제주도가 추진하는 '카본 프리 아일랜드 2030'(Carbon Free Island 2030) 프로젝트와 관련 '카본 프리'의 정의를 정확히 하고 필요한 세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제주 발전 방안으로 연애인 이주 특별 지원, '판교밸리'와 같은 제2의 제주첨단과학기술단지 조성, 중국 자본 유치 등을 제안하기도 했다.

그는 3일 제주 서귀포시 라이트리움에서 많은 전기차 사용자들과 함께 '전기차 사용자 포럼·페스티벌 '이버프 제주'(EVuFF@Jeju)를 개최한다.

'이버프'(EVuFF)는 전기차(EV), 사용자(user), 포럼(Froum), 페스티벌(Festival)의 합성어다.

다음은 현재 글로벌 전자상거래업체인 ㈜포티스의 각자 대표인 이씨와의 일문일답.

-- 스마트폰 다음 혁신 아이콘은 무엇인가
▲ 아이폰 이후로 스마트폰 다음의 혁신 아이콘으로 웨어러블이다, 가상현실(VR)이다 등 많은 얘기가 있었지만 다 아니고 전기차다.

웨어러블과 VR은 스마트폰을 파는 애플과 섬성이 자기네들의 마케팅 도구로 쓰는 것이다.

산업적 측면에서 시장으로 봐서도 그리 큰 시장이 아니다.

조건이 있는데 일단 사람이 사고 싶어 해야 한다.

건강 체크하는 웨어러블 많이 사봤고 현재 스마트워치와 두 개 다 차고 있다.

그런데 24시간 일주일을 견디려면 아무래도 기능이 떨어진다.

기능이 좋으면 배터리가 하루 이틀 밖에 못 간다.

두 가지를 하나로 합치면 너무 무거워서 차고 있을 수가 없다.

완성도가 아직은 딱 사고 싶은 단계가 아니다.

물론 자동차는 좀 다르다.

스마트폰은 가격이 80만원이고 1∼2년에 한 번씩 바꾸지만, 전기차는 가격도 수천만원이고 7∼8년 만에 바꾼다.

상품성에서는 다른 점이 있지만 지금 사람들이 갖고 싶어 하고 기다리고 싶어하는 물건은 스마트폰 이후 전기차다.

전기차는 시대를 바꾸는 도구가 될 것이다.

2007년에 아이폰이 나왔고, 스마트폰이 10년 새 세상을 완전히 바꿔놨다.

전기차는 그보다 더 오래 걸리겠지만, 분명히 그 정도의 잠재성을 갖고 있다.

-- 전기차 사용자 포럼·페스티벌 '이버프 제주'를 하는 이유는
▲ 제주에서 열리는 제2회 전기차 엑스포 때 가 보니 주행 거리도 짧았고 제작사가 설명하는 성능에 믿음이 안 갔다.

제3회 엑스포 때는 시승했는데 고작 몇 분 돌고 끝나니 좋은지 나쁜지 알 수가 없었다.

개인적으로 7월 5일 전기차 아이오닉 받아서 타고 있다.

완충하고 재보니 258㎞ 탈 수 있다고 나왔다.

제주도 한 바퀴가 180㎞여서 한 바퀴를 돌 수 있다.

그런데 이전에 나온 SM3나 쏘울 전기차도 한 바퀴 돌고도 주행 가능 거리가 남았다.

진짜 사용자들의 이야기도 듣고, 시승도 제대로 해보고, 비교도 해보라고 이번 행사를 마련했다.

이번 행사에서는 시승 시간이 20분이다.

필요하면 그린카 셰어링으로 서너 시간도 탈 수 있다.

이번 행사가 대한민국 전기차 역사에서 어떤 분수령이 됐으면 좋겠다.

-- 전기차 타 본 소감은
▲ 직접 타보니 문제점이라고 알려진 여러 가지가 사실과 다르다는 것이다.

가다가 선다거나 언덕을 올라가다 힘이 없어 뒤로 밀린다는 등 괴담이 있다.

10가지 중 8가지는 거짓이다.

진짜로 탈만 하다.

타는 사람은 다 만족하는데 안 타는 사람은 문제가 많다고 한다.

다른 지역은 잘 모르겠지만 적어도 제주도에서는 안 사면 손해다.

내년에 더 좋은 차가 나오지 않느냐고 말하는데 제가 예전부터 했던 말이 있다.

가장 좋은 전기기기를 사는 방법은 죽기 전날 사는 것이다.

제가 서울에서 휘발유 차 타는데 200㎞ 가려면 3만원 든다.

전기차는 3천원이면 된다.

한국의 모 전기차는 ㎾당 8㎞를 간다.

300㎞ 이상 간다는 모 회사의 전기차는 ㎾당 5㎞밖에 못간다.

왜냐하면 배터리를 그만큼 더 싣고 차도 크기 때문이다.

주행 거리 늘리려면 배터리 더 넣으면 되는데 그러면 연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 시판 중인 전기차의 단점은
▲ 요금카드가 4가지나 있어 연동이 안 됐던 문제는 해결됐다.

충전기 문제도 올해 안으로 다 해결될 것 같다.

무선충전이 가능한 제품 등 다양한 편의제품이 나오고 있다.

소프트웨어는 갑갑한 점이 많지만 개선하면 된다.

전기차 보급의 가장 큰 걸림돌은 아파트 충전기 설치다.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에서 충전기를 설치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근거 규정이 없는 행위다.

소송하면 이긴다.

도가 아파트 충전기 설치 문제로 발생하는 분쟁을 사전에 조정하는 차원에서 양쪽의 입장을 파악하고, 법률 검토를 해봤더니 소송 결과가 어떻게 나온다는 것을 안내해야 한다.

오히려 문제는 딴지 걸고, 태클 거는 사람들의 인식이다.

아마도 2∼3년 지나도 전기차가 문제 많다고 떠들 거다.

전기차가 10만대 정도 보급될 때까지 계속 그런 소리가 나올 것으로 본다.

-- 전기차 관련 사업을 구상하고 있나
▲ 제주가 전기차의 메카가 되는 과정에서 언젠가 사업기회가 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제 머릿속에 있는 화두 중의 하나는 '오픈 이노베이션'이다.

보통은 회사 내에 혁신조직을 만들어서 이노베이션을 추진하지만, 그것도 리스크다.

제일 좋은 방법은 남을 동원하는 거다.

남들이 모여 협업하는 식의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해서 사업기회를 만들어 내는 방식이다.

-- 제주도의 '카본 프리 아일랜드 2030' 실현 가능성은
▲ 먼저 '카본 프리'에 대한 정의가 제대로 안 돼 있다.

현실적으로 '퍼펙트(perfect) 카본 프리'는 불가능하다.

그것을 정확히 정의하지 않았기 때문에 사람들이 태클을 건다.

자동차와 발전소 등 조정할 수 있는 것과 도저히 조정할 수 없는 부분을 분석해서 '올모스트(almost) 카본 프리'라는 점을 명확하게 해야 한다.

예를 들어 이산화탄소 배출을 5∼7% 이하로 줄이는 것으로 정의해야 한다.

자동차에 대해서는 상징적으로 2020년부터 내연기관 차 판매를 중지하는 것을 목표로 추진하고, 그렇게 하려면 주유소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노르웨이도 2020년부터 내연기관 차 판매를 중지하지만, 트럭 같은 차는 예외다.

제주도도 독재국가가 아니므로 아예 못 타게 할 수는 없다.

3천㏄ 휘발유 차를 타겠다면 타라고 하고 페널티로 세금을 많이 매기면 된다.

그런 세금을 걷어서 다시 전기차 보급에 투자해야 한다.

제주도는 면적도 좁고 인구가 적어서 도민이 정말 의견을 하나로 모으면 세계에서 가장 먼저 '올모스트 전기차'를 실현할 수 있는 곳이다.

-- 제주의 발전 방안에 대해 생각해봤나
▲ 대한민국 연예인들의 이주를 특별 지원해야 한다.

예를 들면 동방신기나 엑소가 여기 사는 게 아주 중요하다.

타운을 만들어서 유치해야 한다.

'판교밸리'와 같은 제2의 제주첨단과학기술단지를 조성해 IT 위주의 부동산 투자 컨셉으로 세금을 많이 내는 IT업체들을 유치해야 한다.

다만 친환경, 고용창출, 업종 건전성, 관광 연계 등의 조건을 내걸어야 한다.

중국 자본도 유치해야 한다.

중국은 어마어마한 시장과 자본이 있고, 한국은 희한한 아이디어를 잘 낸다.

제주는 한국과 중국을 연결하는 '코워킹 스페이스'(Coworking Space)가 됐으면 좋겠다.

코워킹 스페이스는 창업 아이디어를 가진 예비 창업가 또는 창업가가 아이디어를 사업화하기 위해 교류 및 협업하는 공간이다.

이 대표는 1990∼2998년 한글과컴퓨터 대표이사, 1999∼2012년 ㈜드림위즈 대표를 지냈으며, 제15대 국회의원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그와 부인인 탤런트 김희애씨는 2009년 제주에 집을 마련했다.

지난 3월에는 아이들과 함께 모두 제주로 주소를 옮겼다.

(제주연합뉴스) 김호천 기자 khc@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