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수출 11% 감소…"과거 성공에 취해 현실 인식 못한다" 비판도

스위스 시계산업이 휘청거리고 있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31일(현지시간) 1970년대 값싼 일본산 쿼츠 시계의 등장으로 타격을 받았던 때처럼 스마트워치 때문에 중저가 제품군 중심으로 스위스 시계산업이 위축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스위스 시계제조협회에 따르면 올해 7월까지 수출은 111억2천400만 스위스프랑(한화 12조6천300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11% 줄었다.

협회는 중국 정부의 부패 단속 강화, 유럽 테러 확산, 값싼 스마트워치의 등장 등을 원인으로 꼽았다.

올 7월까지 중국 수출은 6억9천820만 스위스 프랑(7천927억원)으로 13.5% 줄었다.

가장 큰 손이었던 홍콩도 13억6천400만 스위스프랑(1조5천480억원)으로 27.5%나 감소했다.

세계 최대 시계 제조업체인 스위스 스와치 그룹의 올 상반기 순이익은 2억6천300만 스위스프랑(한화 3천32억원) 작년의 반토막이 됐다.

닉 헤이엑 스와치 CEO는 상반기 실적 발표 때 현재 시장 상황이 단기적 현상이라고 평가했다.

자신만만하게 위기론을 일축한 닉 헤이엑은 스위스 시계산업의 흥망을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스와치 그룹 창립자 니콜라스 헤이엑의 아들이다.

니콜라스 헤이엑은 1980년대 저가 일본 시계가 전 세계를 휩쓸 때 스와치라는 브랜드로 스위스 시계산업을 다시 일으켜 세웠다.

스와치는 중저가 '스와치' 제품군 외에 오메가, 블랑팡 등 럭셔리 브랜드, 티쏘 같은 중간 제품군 등 다양한 상품군을 앞세워 세계 시장의 30%를 차지하는 절대 강자가 됐다.

최근 스위스에서는 스와치 그룹의 지배구조가 새로운 시장 창출과 경쟁을 가로막는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FT는 스위스 시계산업이 코포라티즘(이익단체와 국가가 밀접한 관계) 속에서 발전해 결국 실패한 지배구조가 될 것이라고 전망한 책이 논쟁이 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취리히에 있는 기업의 책임 및 지속가능성 센터(CCRS)는 1983년 스와치 그룹 출범 때 이뤄진 인수합병은 철저히 은행의 이익을 위한 것이었고, 니콜라스 헤이엑이 경영에 손을 대기 전 이미 중요한 조치들이 이뤄졌다고 평가했다.

또 스와치가 과거의 성공에 취해 앞으로 닥칠 위험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고 1980년대 제품과 견줘 돌파구가 될 제품을 개발하는 데도 실패하고 있다고 혹평했다.

스위스 정부가 추진해 내년 발효하는 'Swiss-ness' 법률도 시계산업 경쟁력을 잠식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법률은 스위스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해 제품별로 부품, 원료의 스위스산 비율을 정하고 있다.

시계는 그동안 부품 절반이 스위스산이면 메이드 인 스위스를 인정받았으나 내년부터는 60%로 비율을 높여야 인정받는다.

스와치 그룹은 "잘못된 정보와 가정으로 가득 찬 연구"라면서 "과거의 실적 자체가 성공적인 기업 운영의 증거다"라고 반박했다.

FT는 스위스 저가 시계 제품군이 더는 스마트워치의 위협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에 있다면서 비슷하게 다양한 라인업을 갖춘 폴크스바겐이 배출가스 조작으로 무너진 것처럼 스와치도 쓴 맛을 볼 가능성을 언급했다.

(제네바연합뉴스) 이광철 특파원 minor@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