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타격 더 심각…국제 박람회 참가 길 막히고 발만 '동동'

한진해운 사태 여파가 세계 각지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중국에선 한진해운 선박 10여척이 압류됐고 한국에서 부품을 가져다가 멕시코 등에서 TV를 조립하는 공장은 가동에 일부 차질을 빚고 있다.

1일 무역협회와 수출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진해운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중국, 미국 등에서 후폭풍이 거세게 불고 있다.

한진해운이 법정관리를 결정한 지난달 31일 중국 상하이(上海)·텐진(天津) 등 중국 주요 항만에는 한진해운 선박 10여척이 억류됐다.

한진해운에 선박을 빌려준 용선주와 하역료·터미널 사용료를 받지 못한 벤더(제조 또는 판매업체), 선박 연료 공급업체 등이 한진해운 선박을 묶어놓은 것이다.

여기에는 출항허가를 받지 못한 유럽행 선박과 중국 항망당국의 입항허가를 받지 못해 근처 바다에 대기 중인 선박이 포함됐다.

운임 인상 압박도 현실화될 전망이다.

무역협회 중국지부는 현재 중국과 미국 롱비치를 오가는 노선은 TEU(20피트 길이 컨테이너)당 1천200달러이나 이달부터는 거의 두 배에 달하는 2천200달러까지 인상될 것으로 전망했다.

원래 이달 중 TEU당 운임료는 700달러가 오를 것으로 예상됐지만, 한진해운 사태로 인한 선박 부족이 인상분을 1천달러까지 끌어올렸다.

한진해운 중국법인은 한국 법원의 결정이 나온 후 현지 법에 따라 청산 등의 절차를 밟은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멕시코 티후아나에 있는 삼성전자 TV 생산 공장은 이번 사태로 가동에 일부 차질을 빚었다.

이 공장은 한국에서 부품을 가져다가 조립해서 파는데 한진해운 사태가 터지면서 부품이 미국 롱비치 항구에서 한동안 묶여있었다.

삼성전자 측은 "야간에 배가 들어왔는데 밤사이에는 억류가 돼 있어서 물건을 풀지 못하다가 아침에 하역을 해서 티후아나 공장으로 보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한진해운 컨테이너선이 계속 억류될 가능성에 대비해 선사교체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소·중견기업이 부딪친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한진해운이 법정관리를 신청하기 전부터 외국 선사와 계약을 맺는 등 대비책을 마련한 대기업과 달리 상당수 중소·중견기업은 재정적 문제 등으로 다른 대안을 구해놓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진해운 법정관리에 따른 중소·중견기업의 애로를 받기 위해 무역협회가 1일 설치한 '수출화물 물류 애로 신고센터'에는 한진해운 사태로 인해 수입에 차질이 생긴 중소기업 A사의 지원 요청이 급하게 접수됐다.

이 업체는 유럽에서 한진해운 선박을 이용해 제품을 수입하는 곳으로, 한진해운 사태가 터지면서 아직 선적 여부를 결정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단 대체선박을 찾고 있지만, 바로 구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어서 운송 지연에 따른 손실이 예상된다.

무역협회는 협회와 협력 관계에 있는 18개 물류기업(포워딩 기업)을 통해 대체선박을 수배하는 한편, 손해가 발생할 경우 정부에 긴급자금 지원 등을 요청할 계획이다.

기계제조업종의 중소기업 B사는 한진해운 사태로 글로벌 시장 진출에 제동이 걸렸다.

중국 상하이 항만 측이 이 기업의 전시회 출품 제품을 실은 한진해운 배의 입항을 거부하면서 오는 10월 독일 뒤셀도르프에서 열리는 글로벌 국제 기계 전시 박람회 케이(K) 쇼에 예정대로 참가할 수 있을지 불투명해졌기 때문이다.

이 선박은 원래 상하이를 경유해 스페인 등을 거쳐 독일 함부르크 항에 도착할 예정이었다.

B사는 전시회 참가를 위해 3종의 기기를 더 독일에 보내야 하는데, 이 물량을 실을 수 있는 선박사도 찾지 못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선박사를 알아본 결과 외국 회사든 국내 회사든 이미 일주일 치 운송 물량이 꽉 찬 상태"라며 "전시회 참가를 위해 운송비를 20∼30% 높여 준다고 해도 선박사 측은 물량을 들일 공간이 없어 일주일 후에나 물량을 실을 수 있는 데다가 운송 기간도 한진해운보다 오래 걸린다고 하더라"라고 안타까워했다.

(세종연합뉴스) 고은지 윤보람 이승환 기자 eun@yna.co.kr, bryoon@yna.co.kr, iaml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