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식품·일용품 절반 이상이 가격 하락…닛케이 조사 결과

일본 국민의 소비심리가 꽁꽁 얼어붙어 "가격이 내릴 때까지는 안 산다"는 분위기가 확산하면서 주요 식료품·일용품 가격의 절반 이상이 내렸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31일 보도했다.

이 신문이 일본 전국의 약 440개 소매점 판매 데이터를 집계하는 '닛케이POS'(판매시점 정보관리)를 통해 80개 품목(식품 50개, 일용품 30개)을 조사한 결과를 보면, 7월에 작년 같은 달보다 가격이 내린 품목은 42개(식품 24개, 일용품 18개)로 전체의 52.5%를 차지했다.

특히 인스턴트커피, 껌, 립스틱, 의류용 액체 세제 등 가격이 2∼6% 떨어졌다.

가격이 오른 품목은 38개에 그쳤다.

이는 지난해 여름에 엔화가치 하락과 높은 원자재 가격을 배경으로 소매유통업체들이 가격 인상을 단행했던 것과는 정반대 흐름이다.

올여름은 엔화가치가 급등했고, 국제 원자재 가격은 작년 여름보다는 약세다.

가격 인하를 불러온 배경에는 사회보험료 부담 증가 등에 의한 소득침체와 장래불안 등 소비자 심리의 위축이 있다.

7월은 백화점 등이 월초부터 세일을 시작했는데도 불구하고 소비 지출은 줄어들었다.

유통업체들은 폭넓은 품목을 저가에 파는 캠페인도 하고 있다.

다이에는 9월 1일부터 가격을 3개월간 낮게 억제하는 '엣, 싼가격!' 대상품목을 사상 최대인 330개로 늘린다.

10∼20% 정도 싸진다.

일본체인점협회의 이노우에 아쓰시 전무는 "소비자들이 '싸질 때까지 기다리자'는 심리가 강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고객쟁탈전이 치열해지면서 각 회사가 지구전 체제를 갖추는 것으로 보인다.

백화점을 경영하는 미쓰코시이세탄홀딩스의 오니시 히로시 사장도 "전체적으로 저가격 기조로 조금씩 되돌아오고 있는 느낌이 있다"고 강한 우려를 드러냈다.

장기 디플레이션 악몽에 대한 경계다.

향후 엔고로 원재료 수입가격이 하락하면 가격 인하 압력은 더욱 강해질 것이란 견해도 많다.

미즈호증권 우에노 야스나리 수석시장분석가는 "디플레이션 지향성이 어른거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제일생명경제연구소의 신케 요시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고용이 늘어나고 있는 것은 생활 수준 유지를 위한 파트타임 등이 중심이어서 수입이 낮다.

소비를 늘릴 여력은 없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다만 원유가격이 상승세로 전환하면 내년 물가는 플러스가 될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이 경우 소매업체들이 수익악화로 연결되는 가격 인하를 멈추고, 원유의 상승분을 가격에 반영해 갈 가능성도 있다.

(서울연합뉴스) 이춘규 기자 taei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