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사회시민회의 보고서…수조원대 빚더미 속 '방만 경영' 지적
공사측 "직원 역량 강화 차원에서 추진…사전에 엄밀하게 심사"

서울 지하철 1∼4호선을 운영하는 서울메트로가 수조원의 빚더미속에 있으면서도 임직원 해외연수에 수억원을 쓰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연수 내용도 관광에 무게가쏠려 있다는 의심을 사고 있어 '방만경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30일 시민단체 바른사회시민회의의 '서울메트로·도시철도공사 직원 해외연수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메트로는 2013∼2015년 총 15억 3천200만원을 들여 673명을 일본·프랑스·영국·미국 등지로 연수를 보냈다.

노사단체협약서를 통해 "해외 선진기관 벤치마킹을 통한 견문 확장 및 동기부여로 직원 직무역량 발전은 물론 조직경쟁력 강화에 기여한다"며 이를 제도화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분석 결과 '역량강화'와는 상당히 거리가 먼 내용이 많았다.

2013년 일본 연수일정을 보면 첫날 오전 11시10분 도쿄 나리타 공항에 도착한 이후 그 날은 아무 일정이 없다.

둘째 날도 종합방재센터와 롯폰기역을 '시찰'한 뒤 도쿄 미드타운과 롯폰기를 둘러보는 것으로 돼 있다.

셋째 날은 오전 10시 도쿄의 공공 교통 정책자료를 '연구'한 뒤 오후에는 하코네 산악열차를 탔다.

바른사회시민회의는 "도쿄 롯폰기·미드타운·하코네·요코하마는 일본의 관광지로 유명한 곳"이라며 "연수를 가장한 관광을 한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같은 해 런던과 파리를 찾은 팀의 일정도 비슷하다.

대영박물관·타워브릿지·샹젤리제 거리·에펠탑·베르사유 궁전 등 누구나 알 만한 관광지를 찾아 '역량강화'를 했고, 일주일 중 유관기관 방문은 런던지하철공사와 파리교통공사뿐이었다.

이 밖에 홍콩·마카오에서는 마카오 역사 지구·세계문화유산 및 유네스코 지구를 찾았고, 두바이에서는 사막 사파리를 방문하는 등 '철도교통'과는 무관한 관광지도 들렀다.

바른사회시민회의는 "서울메트로는 2014∼2015년 자료는 방문 일정을 자세히 적지 않았다"며 "하지만 2013년과 마찬가지로 모든 연수에서 방문하는 유관기관 수가 최대 2곳이란 점은 같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이탈리아와 독일을 찾은 일정에서도 '산악 전기철도체험', '로마 지하철 현지답사', '이탈리아 지역 철도서비스 토론' 등이라고 적혀 있을 뿐, 유관기관 2곳 방문 외에는 뚜렷한 일정이 없었다.

서울메트로는 이 같은 지적에 대해 "방문하는 나라별로 어떻게 공사 발전에 이바지할지를 고려해 일정과 벤치마킹할 사례 등 직원들이 직접 미리 계획을 짜고, 돌아와서는 그 결과를 보고한다"며 "그 과정에서 전반적인 계획을 엄밀하게 심사해 보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적자인 회사라도 직원의 역량 강화 차원에서 필요한 교육이나 연수는 해야 하지 않겠느냐"며 "그러한 차원에서 하는 활동"이라고 해명했다.

5∼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도시철도공사 역시 2013∼2015년 총 8억 6천800만원을 들여 522명을 일본·중국·프랑스·호주 등으로 보냈다.

최근 취임한 김태호 서울메트로 사장은 지난달까지 서울도시철도공사 사장을 지냈다.

바른사회시민회의는 "서울메트로와 서울도시철도공사는 만성적인 적자에도 단체협약을 근거로 직원 해외연수 보장을 강조하고 있다"며 "연수라는 이름과 어울리지 않는 일정이 많았고, 연수를 통해 공사의 발전을 꾀하는 게 맞는지 의문이 드는 대목이 많다"고 비판했다.

행정자치부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메트로와 서울도시철도공사 부채는 각각 3조 568억원과 1조 2천541억원에 달한 바 있다.

(서울연합뉴스) 이태수 기자 ts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