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5조2천억원 규모…"누리과정 소요액 3조8천억 쓰고도 남아"
세출 순증 14조3천억원 중 64% 지방이전…"지방재정 대폭 보강"


정부는 30일 국무회의에서 의결한 2017년도 예산안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 지방재정을 대폭 확충하기로 했다.

내년 총지출 증가분 14조3천억원의 60%가 넘는 9조2천억원을 지방교부세와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이전해 늘어나는 행정·교육수요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누리과정 예산 논란의 대안으로 지방교육정책특별회계를 신설, 안정적인 예산 확보가 가능하도록 했다.

◇ 지방교부금 11.9% 증가…2008년 이후 최고

2017년도 예산안에 따르면 내년 총지출은 400조7천억원으로 올해(386조4천억원) 대비 14조3천억원(3.7%) 늘어난다.

내년 총지출 증가분 중 64.3%인 9조2천억원이 지방으로 이전된다.

구체적으로 지방교부세는 올해 36조1천억원에서 내년 40조6천억원으로 4조5천억원(12.5%),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41조2천억원에서 45조9천억원으로 4조7천억원(11.4%) 증액된다.

지방교부세가 포함된 일반·지방행정 예산은 올해 59조5천억원에서 내년 63조9천억원으로 7.4%(4조4천억원),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포함한 교육 예산은 53조2천억원에서 56조4천억원으로 6.1%(3조3천억원) 늘어나는데 그친다는 점을 감안하면 지방교부금이 일반·지방행정 및 교육 예산의 증가세를 이끄는 모습이다.

내년 지방교부세와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포함한 지방교부금 증가율은 11.9%로 2008년(16%) 이후 가장 높다.

올해 본예산 외에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을 편성하면서 지방교부금 3조7천억원을 책정한 것까지 감안하면 올해와 내년에 걸쳐 12조9천억원 가량이 지방재정 보강에 활용되는 셈이다.

정부는 지방교부세 대폭 확대가 자치단체 간 재정격차 완화 및 지방재정 건전성 제고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광역시·도가 시·군에 지원하는 조정교부금이 재정여건이 열악한 지자체에 더 많이 배분되도록 조정해 재정 형평화에도 기여할 것으로 전망했다.

◇ '누리과정 대안' 지역교육특별회계 신설하고 재원 확충

정부는 누리과정 예산 편성을 둘러싼 논란이 지속되자 내년 예산안에서 '지방교육정책지원 특별회계'를 신설하기로 했다.

지방교육정책특별회계는 그동안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들어가던 교육세를 별도로 떼내 누리과정과 초등돌봄교실, 방과후학교 등 특정용도로만 사용하도록 한 것이다.

현재 국가재정법 및 지방교부세법에 따라 내국세수의 19.24%는 지방교부금, 20.27%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우선 나눠주게 돼 있다.

여기에 교육세 전액도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지방에 내려간다.

지방교육정책특별회계가 신설되면 내국세의 20.27%는 지금처럼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교육세(내년 세입예산안 기준 5조2천억원)는 지방교육정책특별회계로 전환·편성된다.

사용목적이 정해져 있는 특별회계에 누리과정 예산을 집어넣어 재원 확보나 편성 여부에 대한 불필요한 논란을 차단한다는 것이 정부 생각이다.

지방교육정책특별회계법은 지난 3월 새누리당 류지영 의원이 대표 발의했다가 19대 국회 종료로 자동 폐지됐지만 같은 당 한선교 의원이 20대 국회에서 다시 발의해 현재 국회 계류 중이다.

내년도 예산안 기준 지방교육정책특별회계는 교육세가 전액 전환되므로 5조2천억원 규모가 된다.

누리과정 소요액이 학생 수 감소 등으로 올해 4조원에서 내년 3조8천억원으로 줄어들 것으로 추산되는 만큼 지방교육정책특별회계가 편성되면 누리과정 소요액을 충분히 감당할 수 있을 것으로 정부는 내다보고 있다.

앞서 정부는 지난 4월 감사원 감사 결과 교육청 재정상태로도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예산 부족 논란이 불거지자 올해 추경안에서 지방교육재정교부금 1조9천억원을 추가 편성했다.

안일환 기재부 사회예산심의관은 "2016년 예산을 짜면서 지방재정교부금을 전년 대비 1조8천억원 늘렸고 올해 추경에서도 1조9천억원을 더 확보했는데 일부 교육청에서 누리과정 예산 편성을 안 해 학부모들이 걱정하는 부분이 있었다"면서 "내년에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4조7천억원 늘리는 데다 특별회계를 만든 만큼 누리과정 편성과 관련한 혼란이 더는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지방교육정책특별회계 신설은 법 통과를 전제로 하는 만큼 국회 논의 과정에서 야당 측이 어떤 태도를 취할지가 변수다.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6일 국회 출석한 자리에서 "최근 여야 3당 원내지도부가 합의한 대로 누리과정 예산 해결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3당 정책위의장과 기재부 장관, 교육부 장관으로 구성된 '5자 협의체'를 마련키로 했다"면서 "내년 이후 누리과정 예산의 제도개선은 이 기구를 통해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누리과정 예산 문제를 (지방교육정책지원) 특별회계를 통해 해결하겠다는 게 현재까지 방안"이라고 밝혔다.

야당은 그러나 지방교육정책특별회계 역시 중앙정부가 책임지는 방식이 아니라는 이유로 비판하고 있어 법 제정 과정에서 어떤 입장을 취할지가 주목된다.

송언석 기재부 2차관은 "(특별회계법은) 국회 심사과정에서 충분히 논의할 것"이라며 "예산안을 제출하는 현 시점에서 누리과정과 관련해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으며 재원상으로도 충분히 편성 가능하다는 게 정부 입장"이라고 말했다.

(세종연합뉴스) 박대한 기자 pdhis95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