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전략 트렌드]
중국·미국 등 5개국 20대와 비교 분석…‘글로벌 마인드’ 갖추고 ‘자율’ 중시

‘미래 시장’ 한국 20대의 마음을 읽는 5가지 키워드
통계청에 따르면 2010년 기준 한국의 20대는 약 659만 명이고 전체 인구의 약 14%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면 한국의 20대는 다른 나라의 20대와 가치관에서 어떤 차이를 보일까.

이에 대한 고민은 ‘지속 가능한 기업’을 꾸려나가기 위해 경영자로서 반드시 해봐야 한다. 트렌드 형성의 주역이며 미래 한국 사회를 이끌어 갈 청년 세대를 바로 파악해야 기업의 미래를 그릴 수 있기 때문이다.

세계가치관조사협회(WVSA)에서 실시한 설문 조사 내용 중에서 한국·중국·일본·독일·미국 등의 결과 값을 분석해 글로벌 주요국 20대의 가치관을 비교, 분석했다.

특히 설문 항목 중에서 의미가 큰 설문들을 그룹화해 총 5개의 가치관 키워드를 추출했다. 5개 가치관 키워드와 관련해 한국·중국 등 글로벌 5개국 20대들의 생각은 어떤 면이 비슷하고 어떤 면이 차이가 있는지 1995년부터 2014년까지 4~5년 간격으로 4회 수행된 조사 결과 값을 분석해 비교함으로써 국가별 특징과 전반적인 흐름을 파악했다.

◆키워드 1 : 자율 vs 동조
"자율 중시하면서 타인과의 동조도 원해"


서구 사회에서는 자율·자기표현·개성 등을 중시하는 개인주의 성향이 강한 반면 동양 사회는 개인보다 집단의 가치를 우선시하는 집단주의 성향이 상대적으로 강하다고 인식되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개인의 자율을 중시하는 태도 면에서 한국의 청년들은 서구 사회의 청년들과 거의 차이를 보이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생각해 내고 창조적인 생각을 갖고 자기 방법대로 행동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질문 항목에 대해 ‘나와 비슷하다’고 하는 긍정 응답률에서 한국의 20대는 중국·일본보다 높고 미국·독일과는 비슷한 수준을 보였다(2010~2014년 한국 74.4%, 중국 67.9%, 일본 45.9%, 독일 79.1%, 미국 71.6%).

동일한 항목에서 2005년과 2009년 사이의 긍정 응답률이 한국 62.0%, 중국 68.6%, 일본 43.1%, 독일 75.1%, 미국 77.6%였다는 점에 비춰볼 때 한국의 20대가 자율을 중시하는 성향이 최근 들어 뚜렷이 높아진 것을 알 수 있다.

주목할 점은 동조·순응을 측정하는 설문인 ‘다른 사람들이 잘못됐다고 말하는 것을 피하고 항상 올바로 행동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질문에 대해 ‘나와 비슷하다’고 대답한 긍정 응답률은 2010~2014년 한국 70.3%, 중국 56.1%, 일본 37.5%, 독일 58.8%, 미국 61.8%였다.

동일한 항목에서 2005~2009년 긍정 응답률이 한국 76.4%, 중국 65.0%, 일본 35.9%, 독일 54.3%, 미국 58.9%였다는 점에서 한국의 동조 혹은 순응을 중시하는 성향은 과거 대비 약해지기는 했지만 다른 국가들에 비해 여전히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조사 결과를 보면 독일·미국의 20대는 자율을 중시하되 상대적으로 타인과의 동조를 원하지 않고 일본의 20대는 자율과 동조 모두를 크게 원하지 않는 반면 한국의 20대는 자율과 동조를 동시에 원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즉 한국의 20대는 스스로 자율적인 존재로 인정받고자 하는 욕구와 동시에 사회 구성원으로서도 집단에 융화되고자 하는 욕구가 공존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자율에 대한 욕구는 과거 대비 증가하고 동조에 대한 욕구는 과거 대비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키워드2 : 여가
"5개국 20대 모두 ‘여가 중요하다’"


일과 삶의 균형(Work & Life Balance)을 중시하는 세계적인 추세 속에서 각국 20대들은 모두 여가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향을 보였다.

2010~2014년 설문에서 ‘여가 생활이 당신에게 얼마나 중요합니까’라는 물음에 ‘중요하다’는 긍정 응답률은 중국을 제외한 4개 국가에서 90% 이상으로 조사됐고 근소하지만 한국이 가장 높은 값을 보였다(한국 95.1%, 중국 79.1%, 일본 93.6%, 독일 91.2%, 미국 89.6%).

여가의 중요도에 대한 인식을 세분화해 봤을 때 2010~2014년 기준으로 ‘대단히 중요하다’는 의견은 일본이 60.5%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한국 41.5%, 중국 29.8%, 독일 40.6%, 미국 37.4%).

일본에서 ‘여가가 대단히 중요하다’고 응답한 20대가 한국·독일·미국 대비 약 20% 포인트 정도 높고 중국 대비 2배 정도 높게 나타나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

◆키워드 3 : 부(富)
"‘함께 잘살 수 있다’는 인식 점차 사라져"


5개국 20대들은 부(富)에 대해 ‘모두 함께 더 잘살 수 있다’는 생각보다 ‘다른 사람의 희생 위에서 더 부유하게 될 수 있다’는 생각이 커지는 경향을 보였다.

2010~2014년 설문에서 ‘부는 모든 사람에게 충분할 만큼 증대된다’는 항목에 긍정 응답 비율(10점 척도 질문 중 긍정적인 8, 9, 10점의 응답자 비율)은 5개국 모두 40%를 넘지 않았다(한국 22.1%, 중국 38.9%, 일본 11.5%, 독일 16.5%, 미국 27.8%).

이 질문은 ‘다른 사람을 희생해서만 부유해질 수 있다’는 항목과의 사이에서 자신이 어느 쪽에 더 가까운지의 정도를 표시하는 형태의 질문이다. 그 값이 낮아질수록(즉 1점에 가까울수록) ‘부유해지는 것은 다른 사람의 희생을 동반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것을 의미한다.

2010~2014년 설문에서 ‘열심히 일하면 생활이 나아진다’는 물음에 대한 긍정 응답률(10점 척도 중 긍정적인 8, 9, 10점의 응답자 비율)은 중국>미국>한국>독일>일본의 순으로 높았다(중국 54.3%, 미국 46.3%, 한국 43.0%, 독일 39.6%, 일본 24.8%).

이 순서가 ‘부는 모든 사람에게 충분할 만큼 증대된다’는 질문의 2010~2014년 긍정 응답률 크기의 순서와 동일하다는 점에서 ‘함께 잘살 수 있다’는 긍정적 인식과 성취에 대한 긍정적 인식이 맥을 같이하는 것으로 보인다.

◆키워드4 : 글로벌 마인드
"세계화했지만 외국인은 부담"


자유무역협정(FTA) 등을 통해 국가 간 교류가 점차 활발해지고 전 세계 소식은 인터넷을 통해 빠르게 확산돼 현재의 20대는 그 어떤 시기보다 다양한 민족과 사회·문화를 접하고 있다.

글로벌 마인드를 나타내는 지표를 살펴보면 한국의 20대는 스스로를 세계 시민으로 생각하는 반면 외국인이 자신의 생활공간 안에 들어오는 상황은 상대적으로 꺼리는 것으로 조사됐고 중국의 20대는 한국과 정반대의 결과를 보였다.

2010~2014년 기준 ‘나는 스스로를 세계의 시민으로 생각한다’는 질문의 긍정 응답률은 한국이 82.8%로 가장 높았다(중국 59.3%, 일본 60.8%, 독일 68.3%, 미국 72%). 해당 질문에 ‘잘 모르겠다’ 혹은 ‘응답 없음’의 비율은 일본 30.7%, 중국 22.4% 등으로 미응답률이 높았지만 한국은 1%로 응답률이 높았던 것도 눈에 띄는 점이다.

중국·일본의 20대가 스스로를 글로벌 시민으로 인식하는 비율이 독일·미국의 20대 대비 낮은 상황에서 한국의 20대가 스스로를 글로벌 시민으로 인식하는 성향이 가장 높은 것이다.
하지만 직접적으로 생활 속에서 글로벌 상황을 접하는 것에 대해서는 다른 결과가 나왔다.

‘외국인 노동자를 이웃으로 삼고 싶다’는 물음의 긍정 응답률은 한국이 가장 낮았다(한국 61.0%, 중국 89.9%, 일본 80.1%, 독일 79.8%, 미국 88.6%). ‘다른 언어를 쓰는 사람을 이웃으로 삼고 싶다’는 항목의 긍정 응답률 역시 한국이 가장 낮았다(한국 84.6%, 중국 94.1%, 일본 87.5%, 독일 89.4%, 미국 87.2%).

반면 중국은 스스로를 세계시민으로 생각하는 데는 가장 소극적이지만 외국인 노동자나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을 이웃으로 삼고 싶다는 데에는 가장 긍정적인 태도를 보였다.

일본·독일·미국 역시 스스로를 세계시민으로 인식하는 비율 대비 실생활에 외국인이 함께하는 것에 대해 찬성하는 비율이 높았지만 그 정도는 중국이 가장 높았다.

◆키워드 5 : 양성평등
"아시아 양성평등 인식이 서구에 비해 낮아"

양성평등에 대한 인식은 동서양의 차이가 컸다.

2010~2014년 기준 ‘일자리가 귀할 때에는 여자보다 남자에게 우선 일자리를 부여해야 한다’는 항목에 ‘반대’ 의사를 표시한 응답자 비율에서 한국·중국·일본의 값이 독일·미국 대비 약 20% 포인트 이상 낮은 수치를 보여 아시아 국가에는 사회생활에서 남성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부장적 문화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한국 38.9%, 중국 42.3%, 일본 24.3%, 독일 64.5%, 미국 67.7%).

아시아 국가 내에서는 중국이 한국과 일본보다 양성평등 인식이 컸다.

세계 가치관 조사 결과를 보면 한국의 20대는 서로 모순으로 보이는 상반된 가치관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자율을 중시하는 성향이 적지 않은 한편 비슷한 수준으로 다른 사람과의 동조를 원했다. 또한 스스로를 세계시민으로 강하게 생각하고 있지만 실생활에서 외국인과 함께 생활하는 것은 부담스럽게 여겼다.

한국의 20대는 다른 나라의 20대 대비 여러 가지의 정체성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가치관은 사회·문화적 배경뿐만 아니라 경제적 상황에 의해서도 크게 영향을 받는다. 한국은 선진국과 신흥국 사이에서, 동양권 문화이면서 동양과 서양 사이에서 양면성을 보여주고 있다.

한국의 20대는 ‘양성평등 인식’이 중국·일본과 함께 낮지만 ‘자율을 중시하는 모습’은 독일·미국의 20대와 더 닮아 있다. 한편 ‘함께 잘살 수 있다’거나 ‘열심히 일하면 생활이 나아진다’고 생각하는 경향은 중국보다 독일·미국에 더 가깝다.

성장에 대한 기대가 주춤하는 현시점에 한국의 20대가 ‘함께 잘살 수 있다’ 혹은 ‘열심히 일하면 생활이 나아진다’는 믿음과 기대가 높지 않다는 점은 우리 사회가 함께 고민해야 할 부분으로 보인다.
‘미래 시장’ 한국 20대의 마음을 읽는 5가지 키워드
박정현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시간 내서 보는 주간지 ‘한경비즈니스’ 구독신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