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여 시간 끌다 손 털어…사천과 유치 경쟁 MRO단지 사실상 물건너 가
혈세 300여억원 들인 조성한 부지 애물단지 전락…이시종 치명적 '오점'


아시아나항공이 청주 항공정비(MRO)단지 조성사업을 포기했다.

충북도와 충북 경제자유구역청(경자구역청), 청주시와 함께 MRO 사업을 추진하기로 협약을 체결했던 작년 1월 이후 1년 7개월만이다.

이에 따라 충북도는 MRO단지를 조성하려던 청주 에어로폴리스지구 개발 사업을 전면 정비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경남 사천과 치열하게 경쟁했던 MRO단지 유치가 사실상 물 건너 갔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시종 충북지사는 29일 도청에서 기자회견을 해 "아시아나항공이 지난 26일 MRO 사업계획서를 국토교통부에 제출하지 않겠다고 통보해 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청주공항 MRO 사업에 불참 통보한 아시아나 항공에 대해 유감을 표하며 도민 기대를 충족시켜드리지 못한 데 대해 송구한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충북도와 충북 경제자유구역청, 청주시, 아시아나항공은 지난해 1월 20일 양해각서를 체결한 뒤 청주 MRO사업을 추진해 왔다.

이 협약에 따라 충북도와 청주시는 MRO 단지가 들어설 부지를 개발 중이었고 충북 경제자유구역청은 해외 파트너 발굴에 나서는 등 정비 물량 확보에 주력해 왔다.

아시아나항공는 협약 체결 이후 국토교통부에 제출할 사업계획서 작성에 나서는 등 의욕을 보였다.

그러나 작년 7월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지시로 MRO 사업계획서를 재검토한 뒤 1년이 넘도록 이렇다할 움직임이나 입장을 보이지 않아 사업 포기 가능성이 제기됐다.

결국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26일 경영 문제로 인한 대규모 투자에 대한 부담, 투자 대비 낮은 수익성, 사업장 분산에 따른 비효율성 등을 이유로 사업 포기 의사를 충북도에 밝혔다.

사업의 핵심 파트너인 아시아나항공이 손을 떼면서 충북 경제자유구역청이 MRO 단지 조성을 목표로 터를 닦고 있는 청주 에어로폴리스는 애물단지로 전락할 가능성이 커졌다.

에어로폴리스는 1지구(15만3천86㎡)와 2지구(32만627㎡)로 나뉘어 개발되고 있다.

작년 말까지 186억7천900만원이 투입됐고, 올해 279억2천100만원의 예산이 편성돼 집행되고 있다.

MRO 사업 추진 이후 지금까지 투입된 사업비는 320억원을 웃도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지사는 "아시아나의 사업 포기로 청주공항의 MRO 사업 추진이 중단되는 것이 아니다"며 "사업 범위를 MRO사업에 국한하지 않고 항공물류, 항공서비스, 항공부품제조업 등 항공 관련 산업 전반으로 확대하겠다"고 향후 계획을 밝혔다.

그러면서 ▲ 에어로폴리스 지구를 항공 관련 복합산업단지로 특화해 국가산업단지로 지정하거나 ▲ 국가 특별지원을 받는 지방산업단지로 조성하고 ▲ 청주공항의 국제노선을 확대하고 활주로를 연장해 달라고 국토부 등 중앙부처에 강력 건의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런 발언에도 불구, 청주 MRO단지 유치가 무산됨에 따라 핵심 공약사업으로 추진해온 이 지사의 행적이 치명적인 오점으로 남게 됐다.

3선에 도전한다면 불과 2년 앞으로 다가온 지방선거에서 경쟁 후보의 집중적인 공세를 받을 공산이 크다.

아시아나항공이 청주 MRO 사업을 포기함에 따라 예산 낭비 논란은 물론 도의회의 강경한 반대에도 예산을 책정, 밀어부치기식으로 사업을 추진한 충북도와 충북경제자유구역청에 대한 책임론이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당장 새누리당 소속 충북도의원들이 이날 오후 기자회견을 해 혈세 낭비에 따른 책임론을 제기할 계획이다.

(청주연합뉴스) 심규석 기자 k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