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일 전시 건물로 세계에서 가장 큰 상하이국립전시컨벤션센터(NECC). NECC 제공
단일 전시 건물로 세계에서 가장 큰 상하이국립전시컨벤션센터(NECC). NECC 제공
초대형 전시장을 앞세운 중국이 세계 주요 전시회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있다. 지난 6월 상하이신국제전시장(SNIEC)에선 아시아 최대 이동통신 전시회인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상하이가 열렸다. MWC 상하이의 주인공은 중국 기업이 아니라 AT&T, NTT도코모, KT 등 글로벌 정보통신 업체였다.

장야오 SNIEC 마케팅 부사장은 “중국의 13억 인구를 공략하기 위해 MWC 상하이, 상하이 건축박람회 등 글로벌 전시회가 상하이에서 열리고 있다”며 “발전하는 국내 산업이 새로운 전시 수요를 창출하고, 글로벌 기업이 참가하는 세계 수준의 전시회가 산업 성장을 자극하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됐다”고 설명했다.

◆아파트 10층 높이 전시장 세워

[글로벌 MICE 현장을 가다 (3)·끝] 중국 상하이국립전시컨벤션센터, A380기 12대 들어가는 세계 최대 단일 전시장
상하이 훙차오국제공항에서 차로 5분가량 달리니 거대한 네잎클로버 모양의 건물이 보였다. 단일 전시장으로는 세계에서 가장 큰 상하이국립전시컨벤션센터(NECC). 일산 킨텍스(10만8000㎡) 크기만 한 건물 네 개가 2층 통로와 하나로 연결돼 있었다.

중국 내 소수민족을 뜻하는 56개의 계단을 올라서 정문으로 들어가니 아파트 10층(32m) 높이의 거대한 전시홀이 나타났다. 좌우 280m 길이의 전시홀 안에선 기둥을 한 개도 찾아볼 수 없었다. 왕위팡 NECC 부사장은 “전시장에 기둥을 없애는 것은 효율적인 전시 공간 활용을 위한 핵심 사항”이라며 “교량을 짓는 방식을 활용해 기둥을 없앤 기술은 미국 보잉사와 NECC에만 사용됐다”고 말했다.

왕 부사장은 “NECC에는 높이 24m, 날개 길이 80m 크기의 초대형 항공기 A380 4대가 동시에 들어갈 수 있는 홀만 3개가 있다”며 “항공기, 선박 등 어떤 종류의 산업 박람회도 실내에서 개최할 수 있는 세계에서 유일한 전시장”이라고 말했다.

◆대규모 투자로 ‘전시 굴기’

중국의 ‘전시 굴기(起·우뚝 섬)’는 2000년대 들어 본격화됐다. 중국 내 제조업이 궤도에 오르면서 전시 수요가 많아진 데다 글로벌 기업들의 중국 시장 진출이 활발해졌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전시산업 세계 1위인 독일을 잡는다는 목표를 세우고 마이스(MICE: 기업회의·포상관광·컨벤션·전시회)산업을 키우기 위해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다. 2001년 20만㎡ 규모의 SNIEC를 세운 데 이어 2015년에는 독일의 하노버 메세(46만6100㎡) 다음으로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전시장인 NECC(40만㎡)를 개장했다. NECC 설립에 필요한 150억위안(약 2조5000억원)은 중앙정부와 상하이시가 부담했다. 광저우, 우한 등 주요 도시에도 20만㎡ 수준의 대형 전시장이 속속 들어섰다. 중국에서 운영 중인 전시컨벤션센터는 108개로 전체 면적은 여의도(290만㎡)의 1.8배인 524만㎡에 달한다.

◆합작 투자로 운영 노하우 습득

전시 시설 운영 노하우를 전수받기 위한 노력도 한창이다. SNIEC는 독일의 메세뮌헨, 메세뒤셀도르프, 도이치메세 등의 합작 투자로 운영되고 있다. 중국 측이 부지와 시설을 제공하면 독일 전시기업이 운영을 담당하는 구조다. 장 부사장은 “독일 전시기업들의 선진 운영기법을 도입해 높은 수익구조와 운영 효율성을 달성할 수 있었다”며 “연간 8억위안(약 1335억원) 수준의 매출과 2000만위안 규모의 영업이익을 올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재수 한국무역협회 전시컨벤션확충추진실장은 “중국은 전시뿐 아니라 공연장 및 스포츠 시설 운영 노하우를 쌓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상하이 엑스포 때 완공한 메르세데스벤츠아레나의 운영을 직접 하지 않고 미국의 앤슈츠엔터테인먼트그룹(AEG)에 위탁한 사례가 대표적”이라고 설명했다.

상하이=김순신 기자 soonsin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