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어벤저스' 키우는 방산기업
‘근력증강로봇, 감시정찰로봇, 무인정찰기, 조류퇴치로봇.’

방위산업 업체들이 로봇기술을 응용한 최첨단 무기를 선보이고 있다. 당장 수익이 나지는 않지만 로봇산업의 성장성에 주목해 향후 시장선점 효과를 얻기 위해 관련 연구개발(R&D) 투자를 늘리고 있다. 국제로봇협회(IFR)에 따르면 전 세계 산업용 로봇 판매 대수는 24만8000대로 연평균 17% 늘어나고 있다. 강용원 국방기술품질원 책임연구원은 “초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노령층과 장애인을 돕는 로봇 수요가 커지고 있고, 국방분야에서도 무기체계 첨단화·무인화가 가속화되면서 방산업체의 로봇기술 도입이 속도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로봇 어벤저스' 키우는 방산기업
◆LIG넥스원-현대로템 ‘입는 로봇’ 경쟁

‘한국판 아이언맨 슈트’로 불리는 착용형(웨어러블) 로봇 개발에 가장 적극적인 방산업체는 LIG넥스원이다. LIG넥스원이 개발한 병사용 근력증강 외골격 로봇인 ‘렉소’를 착용하면 70㎏의 물체를 들고 시속 6~8㎞로 움직일 수 있다. 휴대할 수 있어 야외 어디에서든 구동된다는 것이 강점이다. LIG넥스원은 소방관용 착용로봇 ‘렉소F버전’도 개발했다. 소방관이 이 로봇을 착용하면 화재현장에서 산소통 2개(22㎏)를 거뜬히 메고 작업할 수 있어 구조 가능 시간이 두 배(90분)로 늘어난다.

웨어러블 로봇 기술은 재활의료 분야, 실버산업, 생산현장 등에 광범위하게 쓰일 수 있다는 점에서 범용성이 높다. 현대로템은 2020년 상용화를 목표로 민수용 웨어러블 로봇을 개발하고 있다. 이지석 현대로템 책임연구원은 “웨어러블 로봇 시장은 2025년 5조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라며 “현대로템은 실버산업용 웨어러블 로봇을 집중 개발해 2025년 이 시장 점유율을 20%로 끌어올린 뒤 세계 1위가 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웨어러블 로봇은 기술적 난이도가 높은 분야라 선진국과 기술 격차가 크다. 국내 방산업체들이 아직 로봇 관련 원천기술이 부족하다는 점은 과제다. 국방기술품질원에 따르면 한국의 로봇 관련 핵심기술은 미국 등 선진국의 81% 수준이다.

◆국내 감시정찰에서 로봇 활용도 높아

한국 방산업체들은 감시정찰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유재관 LIG넥스원 수석연구원은 “국방부에서 가장 수요가 큰 로봇기술이 감시정찰 분야”라고 말했다.

한화테크윈은 국내 1위 폐쇄회로TV(CCTV) 제조사라는 강점을 살려 지난해 감시정찰과 재난구조 목적의 자율주행이동로봇 ‘STAR-M’을 개발했다. 지난 4월엔 물품배송, 산림감시, 시설물 안전진단 등의 임무를 수행하는 드론도 선보였다. 한국항공우주(KAI)가 개발 중인 군단급 무인정찰기는 2020년까지 실전에 배치될 예정이다. 현대로템은 2021년 군 배치를 목적으로 무인수색차량을 개발하고 있다.

중국 어선의 불법 조업을 감시할 때 발생할 물리적 충돌을 피할 수 있도록 무인수상정도 개발하고 있다. LIG넥스원이 개발 중인 ‘연안감시정찰 무인수상정’은 2017년 해군에서 시범 운영할 예정이다. LIG넥스원은 항공기와 조류의 충돌사고를 막기 위한 조류퇴치로봇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이 로봇은 첨단 카메라로 조류를 자동 탐지하고 극지향성 음향송출기와 레이저를 이용해 조류를 퇴치한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