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무서 양도세 7억7천만원 부과 취소…소송 8년6개월 만에 해결

주식 매각대금을 빼돌린 직원 때문에 수십억원의 손해를 입은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이 과세 당국과 8년에 걸친 소송을 벌인 끝에 7억원대 양도소득세 부담에서 벗어나게 됐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정 회장은 17일 남양주세무서장을 상대로 낸 양도소득세 등 부과처분 취소소송 취하서를 서울고법 행정3부(정형식 부장판사)에 제출했고, 남양주세무서도 이에 동의했다.

2008년 2월 소송을 제기한 지 8년 6개월 만이다.

양측은 남양주세무서가 양도소득세 7억7천만원을 직권으로 취소하고 정 회장이 증권거래세 1천780만원만 납부하는 조건에 서로 합의했다.

정 회장 측 소송을 대리한 김상근 변호사는 "대법원이 파기환송한 취지대로 판결이 나올 가능성이 커 더 다투지 않기로 했다"며 "다만 행정소송에는 조정 결정이 없어 형식상 정 회장이 소송을 취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 회장은 1999년 현대산업개발 재정팀장으로 근무하던 서모씨에게 자신이 소유한 신세기통신 주식 약 52만주를 팔라고 지시하면서 매도 가격이나 시점 등 모든 권한을 위임했다.

서씨는 같은 해 12월 정 회장의 주식을 173억원에 매도하며 중간거래인을 내세워 2중 계약서를 써서 140억5천만원에 판 것처럼 속였고, 세금도 140억5천만원을 기준으로 신고했다.

이후 남양주세무서는 실제 거래 대금이 173억원이라는 사실을 확인하고 정 회장에게 차액인 32억5천만원에 해당하는 양도소득세 7억7천만원과 증권거래세 1천780만원을 내라고 통보했다.

정 회장은 서씨가 횡령한 금액까지 자신에게 세금을 물리는 것은 부당하다며 소송을 냈다.

1심은 원고 승소로 판결했지만 2심은 정 회장이 서씨에게 속았더라도 이는 둘 사이에 정산할 문제일 뿐 세금은 실제 거래 금액을 기준으로 내야 한다며 남양주세무서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대법원은 대리인이 자산을 저가에 양도한 것처럼 속이고 양도대금 일부를 횡령했고 정 회장이 돈을 회수하기 불가능해졌다면 양도소득세를 부과할 수 없다며 2심 판결을 깨고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다만 증권거래세는 이익 발생 여부와 관계없이 소유권이 이전되면 부과되는 '유통세'인 만큼 양도가액이 얼마인지 정 회장이 몰랐더라도 세금을 내야 한다고 판단했다.

(서울연합뉴스) 황재하 기자 jae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