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기업과 직장문화 바꾸기 대대적 캠페인…복지장관 "대기업 나서야" 호소
근로 현장선 "법 어긴 사업체나 제대로 처벌해야" 볼멘소리

정부가 출생아수를 끌어올리려고 캠페인을 벌이며 출산과 일-가정 양립에 우호적인 사회적 분위기 조성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이 같은 캠페인이 출산율을 상승시키는 데 실제로 효과가 있을지 의문을 갖는 시각도 적지 않다.

특히 직장문화를 바꾸겠다는 일부 캠페인은 실효성에 의문이 생길 정도로 현실과 동떨어진 것도 있어서 캠페인보다는 현재 있는 제도가 제대로 시행되는지 기업들에 대한 관리 감독을 강화하는 데 힘을 쏟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8일 보건복지부 등 정부 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최근 출산율 하략의 단기 처방으로 난임시술과 아빠 육아휴직 지원 확대를 핵심으로 하는 '저출산 보완대책'을 발표했다.

정부는 이 같은 정책이 제대로 시행돼 혼인 건수와 출생아 수를 늘리기 위해서는 결혼과 출산 친화적인 사회 분위기가 확산해야 한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를 위해 가족문화 개선 캠페인인 가나다 캠페인(가족문화, 나부터, 다함께)을 전개하는 한편 양성평등 가족문화를 교과 교육과정에 반영하고 혼례문화 개선 캠페인을 벌이기로 했다.

정부는 특히 육아와 출산에 직장문화가 미치는 역할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지난 25일 정진엽 보건복지부 장관이 호소문을 발표하고 "기업이 안 나서면 미래가 없다"고 강조하고 나선 것도 이런 인식을 토대로 한 것이다.

정 장관은 호소문에서 "정부의 노력만으로 저출산 위기 극복은 어렵다"며 "기업이 나서서 눈치 보지 않고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을 쓰고 가족과 함께할 수 있는 일터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특히 기업 문화를 바꾸기 위해서 경제계 인사들과 함께 지난 6월 발족한 일-가정 양립 민간협의회를 통해 기업체들이 참여하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지만, 캠페인만으로 기업 문화가 바뀔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예를 들어 민관협의회는 최근 일-가정 양립 저해어와 권장어를 공모하는 이벤트를 벌이며 권장어는 ▲ 퇴근할 때 인사하지 맙시다 ▲ 휴가 좀 써 ▲ Everyday 가정의 날 등을 예시했다.

반면 저해어로는 ▲ (회식) 저녁만 먹고 가 ▲ 휴가가서 뭐 할려고 ▲ 승진해아지 등을 제시했다.

하지만 이런 표현들이 실제로 직장 문화를 바꿀 수 있을지 부정적인 시각이 많다.

40대 회사원 남모씨는 "퇴근할 때 인사를 하지 말라고 한다고 부하직원들이 진짜 인사를 안할지 의문"이라며 "법이 정한 일-가정 양립 제도도 제대로 운영되지 않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업주가 법을 위반할 때 이를 제대로 제재하고, 신고하려는 근로자의 부담을 덜어주는 게 캠페인보다 더 중요하다"고 꼬집었다.

여성 근로자들이 많은 업종에 있는 회사원 A씨는 "이런 표현만으로 직장문화가 달라질 수 있다고 믿는 발상이 대단하다"며 "회사에서 승진포기자로 찍히는 데다 휴직시 대체 인력이 제대로 투입이 안 돼 동료들에게 '민폐'라는 생각에 육아휴직은 꿈도 꾸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국여성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육아 휴직제를 도입한 회사는 전체 사업체의 58.2% 수준이고, 지금까지 육아휴직을 한 사람이 있는 곳은 전체의 29.9%으로 10곳 중 3곳을 넘지 못했다.

회사가 육아휴직을 거부할 때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을, 육아휴직을 이유로 해고 등 불리한 처우를 한 경우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받게 되지만 육아휴직이 제대로 활성화되지 못한 곳이 많은 것이다.

'임신기간 근로시간 단축 제도'도 지난 3월 전 사업장으로 확대 적용됐지만, 활성화되기는 커녕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이 제도를 통해 임신 12주 이내 또는 36주 이후의 모든 여성 근로자는 임금을 종전과 같이 받으면서 근로시간을 하루 2시간 줄여 일할 수 있는데, 위반시 사업체에는 과태료 500만원이 부과된다.

정부 관계자는 "기존에 있던 제도의 실효성을 담보하기 위해 기업 문화를 바꾸기 위한 캠페인을 전개하겠다는 것"이라며 "임신기 근로시간 단축제도에 대해서는 법 위반 사업장에 대한 근로 감독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연합뉴스) 김병규 기자 bk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