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현지시간) 미국 와이오밍주 잭슨홀에서 연설하고 있는 재닛 옐런 미 중앙은행(Fed) 의장. 잭슨홀AFP연합뉴스
26일(현지시간) 미국 와이오밍주 잭슨홀에서 연설하고 있는 재닛 옐런 미 중앙은행(Fed) 의장. 잭슨홀AFP연합뉴스
재닛 옐런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이 연내 금리 인상 가능성을 활짝 열어 놓았다. ‘금리 인상 근거가 강해졌다’는 강한 톤으로 금리 인상 여건을 설명해 이르면 내달 20, 21일 열릴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를 올릴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미국은 지난해 12월 7년 만에 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한 뒤 올 들어 한 번도 금리를 조정하지 않았다.

◆물가상승률·실업률 발표 ‘주목’

옐런 의장은 지난 몇 달간 금리 인상 여건이 강화됐다고 하면서도 앞으로 나올 경제지표가 관건이 될 것이라는 조건을 붙였다. 가장 중요한 지표는 다음달 2일 발표되는 노동부의 고용지표다. 실업률은 지난 5월 4.7%까지 떨어진 뒤 6월 이후 두 달간 4.9%를 유지하고 있다. 신규 일자리 수는 5월 2만4000개로 ‘고용 쇼크’ 우려를 낳았지만 6월(29만2000개)과 7월(25만5000개) 연달아 20만개 이상을 기록하며 고용시장 회복에 대한 확신이 커졌다.

물가상승률 지표도 오는 29일 발표된다. 6월 물가상승률(개인소비지출 기준)은 전년 같은 달 대비 0.9%로 목표치(2%)에 못 미쳤다. 변동성이 큰 에너지·식품을 제외한 핵심 인플레이션율도 1.6%에서 넉 달간 고정돼 있다. Fed는 가까운 시일 내 목표치 달성이 가능하다고 강조해왔다. 스탠리 피셔 Fed 부의장도 지난 21일 “물가상승률이 목표치에 근접하고 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3분기 연속 하락한 생산성과 저조한 국내총생산(GDP) 증가율도 Fed의 발목을 잡고 있다. 미 상무부는 지난 2분기 GDP 증가율을 1.1%로 수정 발표했다. 당초 전망치는 1.2%였다. GDP 증가율은 3분기 연속 2%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옐런 의장은 그러나 “경제성장이 부진하지만 고용 상황을 개선시킬 만큼 충분하다”고 평가했다. 웬만하면 금리 인상을 한 번 하고 가는 게 좋다는 판단으로 풀이된다.

Fed로서는 시간이 많지 않다. 금융시장은 최근 과열 조짐을 보이고 있다. 9월 금리 인상이 물 건너가면 연내 11월과 12월 두 차례 기회가 남아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11월 회의는 1, 2일로 대통령선거(8일) 직전이라 부담이 크다”고 보도했다. 12월은 너무 늦을 가능성이 있다.
미국 금리인상, 빠르면 내달 20일 단행 가능성
◆잇따른 금리 인상 주장

옐런 의장 외에도 Fed 내부에선 금리 인상 필요성 주장이 연달아 제기되고 있다. 로버트 카플란 댈러스연방은행 총재는 25일 미국 CNBC와의 인터뷰에서 “고용을 포함한 경제지표가 좋아지고 있다”며 “금리를 인상할 근거가 갈수록 강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에스더 조지 캔자스시티연방은행 총재도 “이제 (금리 인상을 위해) 움직일 때가 됐다”며 “다만 금리 인상 속도는 점진적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피셔 부의장은 지난 21일 “고용, 물가 등 경제지표가 목표치에 근접했다”며 시장에 금리 인상 신호를 보냈다. 윌리엄 더들리 뉴욕연방은행 총재도 16일 “금리 인상 시점이 점점 다가오고 있다”며 “9월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워싱턴=박수진/뉴욕=이심기 특파원 p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