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이인원 부회장 자살] 비오너 일가  중 첫 부회장 승진…경영권 분쟁당시 '신동빈 오른팔'
고(故) 이인원 롯데그룹 부회장은 신격호 총괄회장과 신동빈 회장 등 2대에 걸쳐 롯데그룹의 ‘2인자’ 역할을 해온 인물이다. 2011년 오너 일가가 아닌 전문경영인으로는 처음 부회장으로 승진해 그룹의 컨트롤타워인 정책본부를 책임졌다. 롯데그룹의 전반적인 살림살이와 핵심 사업을 관장하며 오너의 지시와 계열사 사장단 의견을 조정하는 역할을 맡아왔다.

1947년 경북 경산에서 태어난 이 부회장은 경북대사범대학부설고와 한국외국어대 일본어과를 졸업한 뒤 1973년 호텔롯데에 입사했다. 1987년 그룹 주력 계열사인 롯데쇼핑으로 자리를 옮긴 뒤 관리이사, 상품매입본부 전무, 영업본부장 등을 거치며 신격호 총괄회장을 도와 롯데쇼핑의 성장을 이끌었다.

1997년 롯데쇼핑 대표이사 부사장이 된 이 부회장은 이듬해 대표이사 사장으로 승진했다. 롯데백화점 성장에 기여한 점과 50대 젊은 최고경영자(CEO)를 키우겠다는 신 총괄회장의 의지가 더해진 결과였다.

독실한 기독교인인 이 부회장은 대표 취임 직후부터 윤리경영을 강조했다. 청탁을 받지 않기 위해 협력업체 사람도 일절 만나지 않았다. 궁금한 점이 생기면 직원을 부르는 대신 직접 백화점 매장에 내려가 꼼꼼히 현장을 살폈다. 롯데그룹 정책본부 관계자는 “주변에서 ‘지독하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자기 관리에 철저했던 분”이라고 말했다.

이 부회장이 경영을 맡은 뒤 롯데는 백화점업계 1위를 넘어 거대 그룹으로 성장했다. 2004년 서울 소공동 일대에 조성한 ‘롯데타운’이 대표적인 이 부회장의 업적으로 꼽힌다. 이 부회장이 롯데쇼핑 대표에 오른 1997년 2조4409억원이던 롯데그룹의 매출은 지난해 68조2833억원으로 약 20년 만에 27.9배 성장했고, 롯데그룹의 재계 순위는 11위에서 5위로 수직상승했다.

신 회장과 함께 일한 것은 2007년 정책본부 부본부장으로 발령 나면서부터다. 이 부회장은 당시 정책본부 본부장이던 신 회장이 공격적으로 인수합병(M&A)을 추진할 수 있도록 기존 사업의 내실을 다지는 데 주력했다. 무리한 투자에 대해서는 직언도 서슴지 않았다. 이 부회장은 신 회장이 그룹을 이끌게 된 2011년 부회장으로 승진했고, 지난해 형제간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신동빈 회장 지지 성명’을 주도하면서 ‘신동빈의 오른팔’로 분류됐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