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비자금 없다" 유서 남긴 2인자 이인원…그룹내 임직원 존경받아
[ 오정민 기자 ] 26일 오전 검찰 소환을 앞두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인원 롯데그룹 정책본부장(부회장)은 신동빈 회장의 최측근이자 롯데그룹의 2인자다.

창업주인 신격호 총괄회장 뿐 아니라 아들인 신동빈 회장의 신뢰를 얻어 경영권 분쟁 이후에도 최측근으로 남았다.

이 부회장은 1947년 경북 경산에서 태어나 한국외대 일본어학과를 졸업했다. 1973년 호텔롯데에 입사해 40여 년간 롯데그룹에 몸담았다.

1987년 그룹 주력계열사인 롯데쇼핑으로 자리를 옮긴 후 관리이사, 전무이사를 거쳐 1997년 대표이사에 올랐다. 2007년까지 대표이사 사장을 지내며 롯데쇼핑이 사세를 확장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2011년에 컨트롤타워 격인 정책본부 본부장에 오른 뒤 사실상 그룹·계열사의 모든 경영 사항이 모두 이 부회장의 손을 거쳤다. 롯데그룹에서 오너가를 제외하고 순수 전문경영인으로 부회장 직함까지 단 것은 이 부회장이 처음이다.

이 부회장은 2007년 그룹 정책본부 부본부장(사장)을 맡아 당시 정책본부장이던 신 회장을 보좌하며 신임을 얻었다.

이후 지난해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이 부회장은 신 총괄회장에서 신 회장 편으로 노선을 정리했다. 신 총괄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사실상 손을 떼고 형제간 경영권 분쟁이 치열해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8월 경영권 분쟁 한창 당시 나온 계열사 사장들의 '신동빈 회장 지지 성명'도 이 회장이 주도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부회장은 합리적인 경영 방식으로 그룹 내부에서 임직원들의 존경을 받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롯데그룹 정책본부 관계자는 "이 부회장은 합리적이고 철저한 업무 처리로 롯데 임직원들의 정신적 지주이자 모범이 됐던 분"이라고 말했다.

롯데그룹 비리 의혹을 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이날 오전 9시30분 이 부회장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및 횡령 등 혐의의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 조사할 방침이었다.

그러나 이 부회장은 이날 오전 7시10분께 경기도 양평군 야산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 부회장이 롯데그룹 임직원과 가족을 대상으로 남긴 유서에 "롯데그룹 비자금은 없다. 신동빈 회장은 훌륭한 사람이다"며 마지막까지 롯데그룹을 옹호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