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보험회사 안방생명보험이 홍콩증시 상장을 추진한다. 안방생명보험 모회사인 안방보험은 세계 인수합병(M&A) 시장에서 ‘다크호스’로 급부상했다. 한국에선 작년 2월 동양생명, 올 4월 알리안츠생명 한국법인을 인수한 데 이어 5월 ING생명 한국법인을 인수하기 위해 예비입찰에 참여했다.
중국 안방보험 IPO 추진…지배구조 비밀 풀리나
이런 M&A 과정에서 베일에 싸인 안방보험의 지배구조가 갖가지 의혹을 낳았다. 안방생명보험 상장은 ‘지배구조 미스터리’를 푸는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어 글로벌 금융시장의 이목이 쏠린다.

◆내년 중반 홍콩증시 상장 유력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4일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 안방생명보험이 최근 몇 주간 글로벌 투자은행(IB)과 해외 증시 상장 문제를 논의해왔다고 보도했다. 회사 측은 이미 주요 IB에 상장주관사 선정에 필요한 제안서를 제출하라고 통보했으며, 이르면 이번주에 주관사 선정을 끝낼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상장할 시장은 확정되진 않았지만 홍콩증시가 될 가능성이 높으며, 상장 시점은 내년 중반이 유력하다고 WSJ는 전했다.

안방생명보험은 중국 생명보험업계에서 10위(올 상반기 보험계약 기준)에 올라 있는 중견 생보사다. 모회사 안방보험은 2004년 자동차 보험회사로 출발, 손해보험 생명보험 등의 사업면허를 취득하면서 승승장구해 중국 보험업계 3위(자산 기준)로 급성장했다.

자연스레 고속성장한 배경에 관심이 쏠렸다. 우샤오후이 안방보험 회장이 덩샤오핑(鄧小平) 전 주석의 손녀사위라는 사실이 밝혀져 중국 금융업계에선 안방보험 배후에 중국 태자당(혁명 원로들의 자제)이 있다는 루머가 돌기도 했다.

이후 안방보험은 2014년 10월 미국 뉴욕 맨해튼의 월도프아스토리아호텔을 인수한 것을 시작으로 미국 보험사 피델리티&개런티생명, 네덜란드 보험사 비바트, 미국 호텔체인 스트래티직호텔스 등을 잇달아 매입하면서 거침없는 M&A 행보를 이어왔다.

◆M&A 가속화 위한 선택

우 회장은 평소 안방보험을 글로벌 톱10 수준의 종합금융회사로 키워내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해외 기업 M&A는 이 같은 목표를 실현하려는 수단이었다. 그런 안방보험의 해외 기업사냥이 적잖은 난관에 봉착했다는 관측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지배구조에 대한 의구심은 증폭됐고, 인수자금도 바닥나기 시작했다는 소문이 났다. 안방생명보험 상장이 두 가지 악재를 돌파하기 위해 우 회장이 던진 승부수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안방보험의 주요주주는 2014년 이전까지만 해도 시노펙과 상하이자동차 등 몇몇 중국 기업에 불과했다. 2014년 말 갑자기 정체불명의 31개 법인이 새 주주로 등장했다.

뉴욕시는 안방보험이 지난해 인수한 피델리티&개런티생명과 관련, “안방보험이 지배구조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승인을 미뤘다. 같은 이유로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네덜란드 보험사 비바트의 신용등급 평가 작업을 작년 11월 중단했다.

안방생명보험 상장 과정에서 안방보험 주요주주 정보가 공개되면 지배구조를 둘러싼 불확실성은 어느 정도 해소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안방생명보험 상장은 안방보험의 재무구조 개선에도 적잖은 도움이 될 전망이다. 중국 보험업감독규정에 따르면 중국 보험회사는 전체 자산의 15% 미만까지만 해외 투자를 할 수 있다. 안방보험은 최근 2년간 해외 M&A에 135억달러(약 900억위안)를 쏟아부었다. 안방보험 자산 규모가 1조위안에 채 못 미친다는 관측이 나오는 점을 감안하면 해외 M&A에 추가 투자할 여력이 많지 않다.

블룸버그통신은 “안방생명보험을 상장하면 주식시장에서 자금 조달이 가능해지고 해외채권 발행도 훨씬 쉬워진다”며 “이를 바탕으로 안방보험은 좀 더 공격적으로 해외 M&A에 나설 수 있다”고 전망했다.

베이징=김동윤 특파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