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최대 철강기업 블루스코프는 1년 전만 해도 5000여명에 달하는 직원의 앞날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였다. 중국이 값싼 철강제품을 쏟아내면서 세계 철강시장이 공급 과잉을 겪었고 철강 가격이 뚝뚝 떨어졌기 때문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호주달러 가치가 치솟으면서 호주산 철강의 글로벌 경쟁력이 약화됐다.

하지만 1년 만에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경쟁 철강기업들이 여전히 고전을 면치 못하는 가운데 블루스코프는 8년래 최고 실적을 내며 화려하게 부활했다. 이 회사는 2016회계연도(2015년 7월~2016년 6월) 순이익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163% 증가한 3억5380만호주달러(약 3000억원)를 기록했다고 22일(현지시간) 발표했다. 2008년 이후 최고치다.
문닫을 뻔한 블루스코프, 1년 만에 화려한 부활
◆경영진·노조 합심해 구조조정

블루스코프가 극적인 반전을 이룬 요인 중 하나로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 이뤄졌다는 점이 꼽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특히 경영진과 시드니 근처 포트캠블라 공장 노동조합 간 협상이 성공적으로 이뤄져 비용을 감축하면서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고 전했다.

당시 노조 측에서는 경영진이 제시한 인력 500여명 감축, 3년 간 임금 동결, 보너스 지급 중지를 받아들였다. 대신 경영진은 폐쇄 위기의 포트캠블라 공장을 계속 가동하겠다고 약속했다. 덕분에 블루스코프는 2억호주달러 규모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었다. 회사 관계자는 “철강 가격이 폭락하면서 자금 압박이 심해졌다”며 “비용을 줄이지 못했다면 공장도 문을 닫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철강 가격이 하락하면서 글로벌 철강 기업의 자금 사정은 악화되고 있다. 회계법인 EY에 따르면 세계 철강업체 상위 30개사의 부채는 1500억달러로 사상 최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정부는 2년 전부터 철강 생산을 줄이겠다고 공언했지만 생산뿐만 아니라 수출 물량까지 오히려 늘고 있다. 지난 7월 중국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5.8% 증가한 1030만t의 철강을 수출했다.

미국 최대 철강기업 US스틸은 여전히 적자 상태고, 인도 1위 철강업체 타타스틸도 실적 악화로 1만1000명을 고용하고 있는 영국사업부 매각을 추진 중이다. 영국 철강업체 카파로인더스트리는 경영 악화로 지난해 파산을 신청했다.

◆미국 기업 인수도 한몫

비용 감축이 적절한 투자로 이어졌다는 점도 블루스코프의 실적 개선을 이끌었다. 블루스코프는 지난해 10월 미국 농산물업체 카길이 보유하고 있던 미국 오하이오주의 노스스타 제철소 지분 50%를 7억2000만달러에 매입했다. 이렇게 인수한 노스스타는 실적 개선에 크게 기여했다.

공급 과잉에 시달리는 자국 철강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미국이 외국산 철강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면서 미국 내 철강 가격이 올랐기 때문이다. 최근 미 상무부는 중국과 브라질, 인도, 일본 등 철강 수출국에 높은 수입관세를 부과했다. 특히 세계 최대 철강생산국이자 값싼 철강의 주요 수출국인 중국 냉연철강에 대해선 266%의 반덤핑 관세를 매겼다.

덕분에 올해 1분기 미국의 철강 수입이 작년 동기보다 29% 줄었고, 미국 내 철강가격 지표로 쓰이는 열연코일 벤치마크 가격은 올해에만 60% 올랐다. 노스스타 제철소는 미국 내에 있어 고율의 관세를 부과받지 않는 동시에 철강을 비싼 가격에 판매할 수 있어 블루스코프 매출을 크게 끌어올렸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무디스의 매튜 무어 투자자서비스 애널리스트는 “기업 운영 환경은 좋지 않지만 노스스타의 실적은 뛰어나다”고 평가했다.

폴 오말리 블루스코프 최고경영자(CEO)는 “비용 절감과 노스스타 인수로 실적 개선을 이뤄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홍윤정 기자 yj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