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 분야에서 새로운 사업을 찾던 CJ제일제당은 2010년 미국 바이오 벤처기업인 메타볼릭스를 발견했다. 메타볼릭스는 화이트 바이오 기술을 집중 개발 중이었다. 화이트 바이오란 플라스틱, 나일론 등의 화학소재를 미생물을 발효시켰을 때 나오는 물질로 대체하는 것을 말한다. 세계적으로 드문 기술이다.

CJ제일제당은 메타볼릭스에 협력을 제안했고, 양사는 이후 5년여간 연구개발(R&D) 등에서 협력했다. 메타볼릭스는 지난달 사업을 다른 분야로 확산하기 위해 화이트 바이오 관련 자산을 매각하기로 했다. CJ제일제당은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한 달여간의 협상을 거쳐 화이트 바이오 관련 특허와 생산설비 등을 인수하기로 계약을 맺었다고 23일 발표했다.
'매출 제자리' 식품업계, 해외 '외식' 늘었다
◆선진 기술 확보로 새 시장 진출

식품업체들이 적극적으로 해외업체 인수합병(M&A)에 나서고 있다. CJ제일제당뿐 아니라 대상 풀무원 등이 해외 기업을 사들이고 있다. 국내 사업만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다고 보고 해외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고 있다.

CJ제일제당은 메타볼릭스 자산 인수와 관련, “화이트 바이오 특허가 200개가 넘을 정도로 해당 분야에서 독보적인 실력을 갖춘 곳”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계약으로 바이오 플라스틱 일종인 폴리히드록시알카노에이트(PHA) 지식재산권과 메타볼릭스의 생명공학 연구시설 및 설비 등을 확보했다. CJ제일제당이 바이오 소재 분야에 진출하는 것이다. 인수 금액은 1000만달러(약 112억원)다.

CJ제일제당은 올해 초에도 중국의 사료업체 코휘드와 기능성 아미노산 업체 하이더를 인수했다. 하이더 인수를 통해 40종 이상의 기능성 아미노산을 생산할 수 있는 기술을 확보했다.

◆현지화 위한 인수도

성장하는 시장을 겨냥한 식품회사들의 M&A도 이어지고 있다.

대상은 다음달 베트남 현지 육가공업체인 덕비엣을 인수해 현지 육가공 시장에 진출한다. 덕비엣은 베트남 시장 점유율 2위 업체다. 하노이 등이 있는 북부지역에서는 점유율 1위 업체다. 대상은 덕비엣의 유통망과 영업네트워크를 활용해 2020년까지 베트남에서 500억원의 매출을 올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명형섭 대상 사장은 “베트남 육가공 시장은 최근 3년간 연평균 25% 이상 성장하고 있다”며 “베트남을 교두보로 삼아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 동남아시아 시장에 진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1991년 해외 진출을 시작한 풀무원도 속도를 내고 있다. 2014년 일본 두부업체 아사히식품공업을 인수한 데 이어 지난 3월에는 미국 두부시장 1위 업체 비타소이를 인수했다. 현지 1위 업체를 인수하는 것이 자체 브랜드 제품을 직접 판매하는 것보다 훨씬 효율적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2008년 동원이 스타키스트를 인수해 미국 1위 참치가공 회사로 발돋움한 것이 식품업체들에 벤치마킹 모델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박애란 현대증권 연구원은 “식품기업이 직접 시장을 개척할 때의 투자비용을 고려하면 M&A를 통한 진출이 훨씬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