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사 좀 되면 합작사가 '뒤통수'…한국 홈쇼핑, 중국 사업 잔혹사
현대홈쇼핑의 중국 사업이 돌연 중단됐다. 합작회사와의 갈등이 생기면서 지난 4월부터 홈쇼핑 판매방송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홈쇼핑업계의 중국 리스크가 다시 한 번 수면 위로 드러났다는 게 유통업계의 평가다.

23일 현대홈쇼핑에 따르면 중국 측 합작사인 귀주가유구물집단유한공사(가유홈쇼핑)는 4월 말 상하이에서 현대홈쇼핑과 함께 운영하는 현대가유홈쇼핑의 방송 송출을 중단했다. 현대홈쇼핑 측은 “가유홈쇼핑과 경영권에서 이견이 발생했다”며 “국제 중재를 비롯한 상호 협상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홈쇼핑이 가유홈쇼핑과 손을 잡은 것은 2010년이다. 현대홈쇼핑이 30%, 현대그린푸드가 5%의 지분을 확보해 경영권을 가져갔고, 가유홈쇼핑과 채널사업자인 동방이푸가 각각 33%와 32%의 지분을 확보했다. 2011년부터 현대가유홈쇼핑이라는 이름으로 상하이 지역에서 영업을 시작했다. 현대홈쇼핑은 지난해 11월 진도모피와 함께 현대가유홈쇼핑을 통해 K패션 대전을 진행하는 등 활발하게 사업을 벌였다.

가유홈쇼핑은 합작사인 현대가유홈쇼핑이 매출과 이익 등 실적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며 사업을 종료할 것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현대가유홈쇼핑의 성장이 본격화되면서 중국 전역에서 홈쇼핑 사업을 하는 가유홈쇼핑이 상하이에서도 현대홈쇼핑을 배제하고 독자적으로 사업을 하려 하는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홈쇼핑 업계의 중국 잔혹사는 현대홈쇼핑만의 일이 아니다. 중국에서 3개 홈쇼핑 법인을 운영하는 CJ오쇼핑은 2012년 동방CJ 지분 26% 중 11%를 현지 미디어사에 매각해야 했다. 사업이 성공가도를 달리자 중국 측에서 지분 매각을 요구했다. CJ오쇼핑 측은 “이런 식으로 할거면 CJ라는 이름도 빼자”며 강력히 항의했지만 중국 측의 요청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

롯데홈쇼핑도 2010년 인수한 중국 럭키파이 때문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1900억원이라는 거액을 투자하고도 경영권을 확보하지 못해 유통업계에서 ‘롯데가 속았다’는 말까지 나온 사례다. 이 때문에 검찰이 롯데그룹 비자금 수사를 하면서 해외 부실 회사인 럭키파이에 과잉 투자한 뒤 투자금을 빼돌려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럭키파이 매출은 2012년 844억원에서 지난해 363억원으로 급감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