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소송비용 12억원 확정…'한정 상속' 때문에 실제 부담 없을듯

고(故)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의 유산을 둘러싸고 벌어진 상속 소송에서 졌던 고(故) 이맹희 CJ그룹 명예회장 유족이 삼성물산에 10억원대 소송 비용을 물어줘야 한다는 법원 결정이 나왔다.

서울고법 민사14부(정종관 부장판사)는 삼성물산(옛 삼성에버랜드)이 이맹희 명예회장의 아들 이재현 회장 등 5명을 상대로 낸 '소송비용 부담액 확정 신청' 사건에서 "삼성물산에 총 12억6천여만원을 지급하라"고 결정했다고 23일 밝혔다.

재판부는 상속분을 고려해 이맹희 명예회장의 아내인 손복남 CJ그룹 고문이 3억4천여만원, 이재현 회장을 비롯한 자녀 3명과 혼외자 A씨가 각자 2억2천여만원을 부담해야 한다고 결정했다.

민사소송법에 따르면 소송 비용은 패소한 당사자가 부담해야 한다.

소송비용은 원고가 당초 재판에서 청구했던 금액 등을 고려해 산출된다.

다만 이번 결정으로 실제 이재현 회장 등이 삼성물산에 소송비용을 지급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재현 회장 등이 작년 11월 상속 자산만큼만 상속 채무를 책임지는 '한정상속 승인'을 부산가정법원에 신고해 올해 1월 채무가 면제됐기 때문이다.

CJ 등에 따르면 이 명예회장은 지난해 8월14일 84세로 사망하며 자산 6억여원보다 많은 채무 180억원을 남겼다.

앞서 이맹희 명예회장은 여동생 이숙희씨 등과 함께 2012년 2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단독으로 선대 회장의 차명주식을 관리했다"며 삼성에버랜드와 이건희 회장을 상대로 4조원대 주식인도 청구 소송을 냈다가 1심에서 패소했다.

이맹희 명예회장의 조카며느리인 최선희씨와 최씨의 두 아들도 당시 소송에 참여했다.

원고들 중 이맹희 명예회장 혼자 항소했지만 이후 삼성물산에 대한 항소는 취하했고, 이건희 회장을 상대로 2심에서도 패소했다.

이맹희 명예회장이 상고를 포기하며 이 판결은 그대로 확정됐다.

한편 서울중앙지법은 지난해 11월 이맹희 명예회장과 함께 소송을 냈던 이숙희씨 등 4명도 삼성물산에 소송비용 615만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결정했다.

(서울연합뉴스) 황재하 기자 jae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