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용 기본료 비싸고, 전력설비 비용도 업체 부담

광주 진곡산단에서 금형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한 업체 대표 A씨는 요즘 전기료 논란을 보고 "죄인같은 기분이 든다"며 씁쓸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가정용 전기요금의 누진제 불똥이 산업용 전기요금을 쓰는 공장들에까지 튀고 있기 때문이다.

싼 전기료 덕분에 전기를 물쓰듯 쓴다는 곱지 않은 시선이 쏟아진 데 대한 불편한 심경을 드러냈다.

A씨는 "공장에서 쓰는 전기가 가정에서 쓰는 전기보다 싼 것은 맞지만 안을 들여다보면 우리같은 중소업체에게 산업용 전기료를 인상하라는 것은 문을 닫으란 소리나 같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공장에서 사용하는 금형 장비는 시간당 전력 소모가 10~20㎾로 하루에 약 100㎾를 쓴다.

이같은 장비 5개를 돌리면 하루에 500㎾, 한 달이면 공휴일 등을 제외하고 약 1만㎾의 전기를 쓴다.

한달 사용량 1만㎾에 월평균 전기료는 약 100만원 정도다.

휴가 등으로 사용량이 1만㎾ 훨씬 밑돌더라도 100만원 정도는 꾸준히 나오는 데 높은 기본료 때문이다.

사용량을 고려할 때 가정용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저렴하지만 A씨는 할말이 많다.

"공장 세울 때 들여오는 각종 전력설비 비용이 수천만원이 되는데 그걸 다 우리가 부담한다"며 "그런 비용이 다 녹아 있지만 그런 얘기는 누구도 하지 않는다"고 불만을 털어놨다.

또 "주문량이 적어 전기를 적게 쓸 때에도 기본료가 높아 거의 100만원을 다 낸다"며 "직원 급여의 절반 정도인데 결코 적은 게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열을 식혀줘야 하는 공장 기계들 특성상 에어컨을 장시간 돌리는데 그걸 보고 전기를 펑펑 쓴다고 할 때면 참 답답하다"고 말했다.

산업용 전기요금 체계를 개편할 수 있다는 말에는 발끈했다.

A씨는 "가정용 요금체계가 잘못된 것을 산업용이 싼 것 때문으로 호도하지 말았으면 좋겠다"며 "공장 기계를 24시간 돌린다고 해서 그만큼 효율이 나오지 않는데 산업용 전기료를 올려버리면 차라리 공장 가동을 멈췄다가 다음달에 다시 하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A씨의 공장이 적용받는 산업용 전기요금은 계절·시간별 요금제다.

가정용 전기요금과 같은 누진제가 없다.

여름·겨울과 전력사용량이 많은 낮 시간대가 비싸고, 봄·가을이나 심야시간대가 상대적으로 싼 구조다.

산업용 전기요금(갑Ⅰ기준)은 저압 전력 기준 여름철은 ㎾h당 81원, 봄·가을철은 59.2원, 겨울철은 79.3원이다.

이 때문에 정부가 기업에만 특혜를 주면서 가정용 전기요금에 그 부담을 전가하고 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하지만 한전의 산업용 전기 원가 회수율이 지난해 100%를 넘어서 원가보다 비싼 요금을 내고 있다는 주장도 있다.

또 전기요금 상승이 제조단가를 올려 전반적인 산업 경쟁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도 만만치 않다.

특히 A씨 같은 중소업체나 제품 원가에서 전기요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큰 제조업체는 산업용 전기요금이 인상되면 기업경영에 큰 영향을 받을 것이란 지적도 있다.

한전 관계자는 23일 "산업용 전기요금이 국내 기업의 수출 경쟁력을 높이는 데 일조했다는 데 이견이 없다"며 "산업용 전기요금이나 가정용 전기요금에 대한 개별적 접근보다는 요금 체계 전반에 대한 거시적인 접근이 필요하고 정부와 전력업계도 요금체계 개편을 그 방향에서 접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광주연합뉴스) 여운창 기자 bett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