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설팅과 로비 사이…홍보대행사 '오해와 진실'
“홍보대행사가 그런 데였어?” 대우조선해양 관련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고 있는 홍보대행사 N사의 박모 대표(58)가 검찰에 소환되면서 홍보대행사의 역할이 주목받고 있다. 특정 상품이나 회사, 이벤트 등을 알리는 일을 전문으로 하는 줄 알았던 홍보대행사가 대우조선 사장 연임 로비까지 했다는 의혹에 휩싸여서다.

론스타·엘리엇 홍보대행 N사

검찰 부패범죄특별수사단은 22일 박씨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했다. 박씨는 ‘연임 로비’ 혐의를 받고 있는 남상태 전 대우조선 사장(66·구속기소)의 로비스트 역할을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은 대우조선이 남 전 사장의 재임 시기이던 2009~2011년 N사에 26억원을 지급하며 홍보 계약을 맺은 게 로비와 연관됐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박씨와 민유성 전 산업은행장의 친분을 고려한 계약이었는지도 의심하고 있다.

1997년 N사를 설립한 박씨는 국내 홍보업계의 입지전적 인물이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홍보대행사 경리사원으로 시작한 그는 원어민 수준의 영어를 구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용산 미군기지 내 전화번호로 무작정 전화를 걸어 영어를 익혔다고 한다.

영어 실력을 바탕으로 1997년 외환위기 이후 뉴브리지캐피털 론스타 등 미국계 금융회사 홍보대행을 맡아 급성장했다. 이때부터 민 전 행장 등 금융인과 유력 언론인, 검찰 간부 등과 친분을 다진 것으로 전해졌다.

박 대표는 세간에 화제가 됐던 론스타와 외환은행 간 분쟁, 론스타와 국세청 간 과세 분쟁, 효성가(家) 형제 분쟁, 옛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을 둘러싼 삼성과 엘리엇 간 분쟁 등에서 론스타와 효성가 2남인 조현문 전 효성 부사장, 엘리엇 등의 홍보를 맡았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변호사 자격증이 없는 박씨가 홍보업무 영역을 넘어 ‘송사(訟事) 컨설팅’을 한 정황을 잡아 변호사법 위반 가능성 등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영역 확대하는 홍보대행사

홍보대행사가 처음 생긴 건 1988년 서울올림픽을 전후해 다국적기업의 국내 진출이 늘어나면서다. 회사 내부에 홍보부서를 뒀던 국내 기업과 달리 다국적기업은 홍보를 외부에 맡겼다. 1987년 국내 최초의 홍보대행사인 커뮤니케이션즈코리아가 생겼고, 1988년 미국의 버슨마스텔러가 국내에 들어왔다. 시장이 커진 건 1997~2001년이다.

외환위기로 대우자동차 등 부도 난 기업들이 매각되면서 외국 자본과 은행, 컨설팅사 등이 국내에 본격 진출해서다. 1999년부터 벤처 창업이 활발해지면서 홍보 수요가 증가해 홍보대행사는 200여개까지 늘었다. 70명(정규직 기준)이 넘는 직원을 거느린 곳만 미디컴 프레인 에델만코리아 웨버샌드윅코리아 KPR PR1 등 6~7곳에 달한다.

이들 사이에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단순 홍보대행을 넘어 대외 리스크 컨설팅으로 영역도 확대됐다. 국내외 기업 간 분쟁, 기업 내 상속분쟁, 노사분규 등에도 개입하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곳이 N사다. 홍보대행에서 컨설팅으로 업무를 확대하는 과정에서 로비 논란이 생긴 것으로 업계는 보고있다. 외국계인 W사 F사 등은 노무컨설팅도 하고 있다. 다국적기업들이 국내 노사관계를 몰라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서다.

홍보대행사들은 또 다른 도전에 직면해 있다. 다음달 28일부터 시행되는 ‘김영란법’이다. 이 법이 시행되면 기자 공무원 등과의 접촉 기회가 줄어들 수밖에 없어서다. 홍보대행사 INR의 이갑수 사장은 “김영란법이 시행되면 홍보대행업계가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며 “홍보대행사의 로비 의혹까지 불거져 업계의 이미지 실추가 걱정된다”고 말했다.

김현석/강현우 기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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