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위 매각공고에 이광구 행장 연임 가능성 관심

공적자금관리위원회가 22일 우리은행 지분 매각 방안을 발표하면서 이번 방안이 차기 우리은행장 선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린다.

윤창현 공자위원장은 이날 "지분 4% 이상을 낙찰받는 투자자에 사외이사 추천권을 부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또한 매각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될 경우 과점주주들이 이사회 및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 구성에 관여해 차기 행장 선임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방침을 확인했다.

이를 통해 주식시장에서 단순히 지분을 매입하는 것 외에 투자자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윤 위원장은 "임추위에 새 사외이사가 관여할 수 있도록 협조하겠다는 것 자체가 정부가 권한을 이양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라며 "믿고 지켜봐 달라"고 당부했다.

다른 주요 시중은행과 달리 그동안 우리은행 행장 선임에는 정부가 주주권 행사 차원에서 직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임추위에 새 이사가 관여하도록 하겠다는 것은 정부가 매각 후 남은 지분(20%가량)을 보유함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행사해온 '입김'을 사실상 자제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되는 부분이다.

매각 일정 역시 차기 행장 선임일정에 영향을 줄 전망이다.

이광구 현 우리은행장의 임기는 올해 12월 30일 만료 예정으로, 통상적인 일정이라면 올해 10월부터 임추위를 구성해야 한다.

그러나 이번 매각의 특성상 임추위 구성이 새 이사진 구성 이후로 미뤄지는 게 불가피하다.

매각 일정상 새 사외이사 선임 절차가 빨라야 12월 중 이뤄지고, 임추위 구성 후 차기 행장 추천까지 통상 5주가 걸리는 점을 고려하면 차기 행장의 윤곽은 빨라야 내년 1∼2월이 돼야 드러날 전망이다.

안동현 공자위 매각소위원장은 "새 행장은 내년 3월 주총에서 선임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일정이 늦어지면 차기 행장 선임 때까지 현 행장이 행장 대리를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매각 성공이 이광구 현 행장의 연임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란 분석을 내놓는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이 행장이 적극적인 국내외 투자설명회(IR)를 통해 잠재 투자자들을 모으는 데 기여한 데다 은행 실적 개선도 이끈 만큼 과점주주들이 이 행장 연임에 호의적일 수 있다"며 "다만 매각이 실패로 끝날 경우 투자 수요 조사에 관여한 이 행장도 책임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우리은행은 이날 매각방안 발표에 입장을 내고 "오랫동안 민영화를 염원해온 우리은행 임직원은 깊은 환영의 뜻을 표한다"며 "지난 16년간 정부 소유하에 있었던 우리은행은 이번 매각을 계기로 자율과 창의에 기반을 둔 새로운 도약의 기회를 얻게 될 것이라 기대한다"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이지헌 기자 p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