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 강세로 일본 기업들이 해외에서 벌어들인 돈을 그대로 쌓아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1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올 상반기 일본 기업의 해외 자회사 내부유보액은 2조5706억엔(약 28조7000억원)으로, 작년 하반기보다 5% 증가했다. 국제수지 통계상 비교가 가능한 1996년 이후 반기 기준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국제수지상 해외 현지법인에서의 배당·이자와 현지법인 내부유보를 합한 직접투자 수익은 5조3234억엔이었다. 직접투자 수익에서 내부유보가 차지하는 비율도 48.3%로, 작년 하반기보다 5%포인트 상승했다.

연초부터 이어진 엔고(高)로 일본 기업이 해외에 자금을 그대로 두고 있기 때문이다. 엔화가치는 작년 말 달러당 120엔대에서 지난 주말 100엔으로 20%가량 올랐다. 해외 자회사가 벌어들인 달러를 일본으로 가져오면 엔화로 바꾼 금액이 20% 정도 줄어드는 셈이다.

와타나베 히로시 SMBC닛코증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엔화 강세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불투명한 가운데 해외 자회사 자금을 들여오지 않고 관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신규 해외 투자를 위해 자금을 비축하는 사례도 있다. 기업 인수합병(M&A) 등 사업을 확대하기 위해 현지에 자금을 남겨두는 움직임이다. 일본 기업은 중국이나 동남아시아 소비시장 확대에 대비해 현지에 거점을 늘리고 있다. 일본 기업의 중국 내 거점은 작년 하반기 기준 3만3390개로, 사상 최대인 2011년 말(3만3420개)에 육박했다.

일본 기업이 해외 투자로 벌어들이는 자금 규모는 커지고 있지만 일본 내 투자와 경기회복으로 이어지긴 어려운 상황이라고 이 신문은 전했다.

도쿄=서정환 특파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