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잔액 올해 들어 5조 넘게 늘어

최근 급증하는 가계부채 중에서 마이너스통장 등 주택담보대출을 제외한 신용대출이 빠른 속도로 늘어 대기업 대출을 추월했다.

2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은행의 가계대출에서 주택담보대출을 제외한 마이너스통장대출 등의 잔액은 7월 말 현재 166조3천억원으로 한 달 전보다 5천억원 증가했다.

이는 5월 2조원, 6월 1조7천억원이 늘어난 것과 비교할 때 월간 증가 폭이 줄어든 것이다.

하지만 연간으로 보면 마이너스통장대출 등은 올해 들어 5조1천억원이나 급증해 지난해부터 이어진 급격한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

마이너스통장대출 등의 잔액은 2014년 한 해 동안 1조9천억원이 늘었지만, 작년엔 증가 폭이 8조원으로 급증했다.

이로써 마이너스통장대출 등의 잔액은 두 달째 은행이 대기업에 빌려준 대출 규모를 넘어섰다.

마이너스통장대출 잔액은 6월 말 165조8천억원으로 대기업 대출 163조8천억원보다 2조원 많아졌다.

7월에도 대기업 대출잔액은 164조3천억원으로 마이너스통장대출 잔액보다 2조원 작았다.

가계의 마이너스통장대출 등이 대기업 대출을 추월한 것은 지난 2013년 12월 이후 2년 7개월 만에 처음이다.

대기업이 은행에서 빌린 돈보다 가계가 은행에서 빌려 쓴 신용대출 등이 많아진 것이다.

이런 현상은 경기 부진 장기화와 소득증가 부진 등의 영향으로 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서민층이 생활자금을 빌리는 경우가 많아진 탓으로 풀이된다.

반대로 대기업은 투자를 줄인 데다 주식발행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은행 대출 의존도가 급격히 낮아졌다.

마이너스통장대출 등의 대출잔액은 가계가 은행에서 빌린 돈 중에서 주택담보대출을 뺀 나머지 대출금을 합산한 것이다.

마이너스통장대출 등의 신용대출뿐 아니라 상업용 부동산대출이나 예·적금 담보대출 등의 일부 담보대출도 포함되지만, 한은은 이를 '마이너스통장대출 등'이라고 표기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기준금리 인하로 대출금리도 떨어지면서 가계의 주택담보대출뿐 아니라 신용대출도 꾸준히 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지훈 기자 hoon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