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심한 누진제 가장 큰 문제…단, 급격한 변동 주면 혼란 생겨"

지난 18일 출범한 전기요금 당정 태스크포스(TF)의 공동위원장을 맡은 손양훈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는 "주택용 전기요금은 격심한 누진제가 가장 큰 문제"라며 "연료비 연동제나 계시별 요금제, 피크요금제 등을 두루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손 공동위원장은 21일 연합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장기적으로는 제도 자체를 바꿔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일단 가장 가능한 것은 누진단계를 줄이는 것이나 누진제 자체를 바꾸는 것을 포함해 다양한 방안도 다룰 예정"이라고 말했다.

전기요금 부과방법을 지금처럼 절대적인 전력사용량에 따라 일률적으로 정하는 것이 아니라 연료비나 시간대별 사용량에 따라 다르게 나누는 방식으로 바꿀 수 있다는 이야기다.

연료비 연동제는 전기 생산에 쓰이는 석유 등 연료의 가격 변동을 전기요금에 반영하는 제도다.

유가가 떨어지거나 오르면 일정 폭 안에서 소비자에게 부과되는 요금도 조정하는 식이다.

현재 가스요금과 지역난방에서 이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가스요금은 홀수월마다 원료비를 산정해 기준 원료비의 ±3%를 벗어나면 요금을 올리거나 내린다.

계시별 요금제는 전력수요 예측치에 따라 계절별로 하루를 3∼4개 시간대로 구분해 요금을 차등 부과하는 방식이다.

피크요금제는 전력수요 피크시간대와 비(非) 피크시간대 요금을 다르게 책정한다.

다만, 계시별이나 피크요금제가 시행되려면 실시간 검침을 할 수 있는 스마트 계량기를 설치해야 한다.

한국전력은 2022년께 전국적인 스마트 계량기 보급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손 공동위원장은 "누진제만 달랑 바꾸면 쉽겠지만, 주택용뿐 아니라 산업용, 농사용, 일반용, 교육용 등 다른 에너지 요금 문제도 산적해 있다"며 "TF에서는 그런 것을 포함해 가능한 한 다양한 방법을 다뤄보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 우리는 '스마트한 전기'를 쓰게 된다"며 "관련 정보통신(IT) 기술도 많이 발전한 만큼 미래형이 무엇인지도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주택용 누진제는 2004년 6단계 체계를 갖춘 후 약간의 배율 조정만 있었을 뿐 사실상 12년간 유지돼 온 제도다.

그동안 여러 차례 개편 논의가 있었지만 매번 통합된 의견을 모으지 못하고 유야무야 됐다.

손 공동위원장은 "전기요금제를 고치면 어떤 사람에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또 어떤 사람에게는 피해가 갈 수 있다"며 "시간이 조금 필요한 문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매번 논란이 생길 때마다 찔끔찔끔 고치는 것은 안된다"며 "장기적으로는 제도 자체를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요금제 개편 시한은 올해 말까지다.

TF 위원들은 정부와 한전에 전기요금 원가와 요금 산정 방식, 용도별 사용현황 등에 관한 자료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번에 누진단계나 배율을 획기적으로 축소하거나 단가를 크게 내리는 혁신적인 개편안이 나오긴 어려울 가능성도 있다.

손 공동위원장은 "무슨 일이든 혁명을 하는 것은 아니니 변화에 적응할 시간을 줘야 한다"며 "그렇다고 마냥 시간을 끌 수도 없으니 어떻게 하면 그 안에 접점이 있는지 살피겠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고은지 기자 e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