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감사제' 적용해 보니 미래 위험요인 고스란히 노출

숨겨졌던 수조원대 부실이 한꺼번에 드러난 대우조선해양의 작년 '회계절벽' 사태를 계기로 조선업계의 부실회계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진 가운데 올 들어 회계법인들이 조선업체들을 상대로 고강도 감사를 벌인 것으로 나타났다.

1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과 회계업계에 따르면 최근 공개된 올해 반기보고서에서 조선을 비롯한 수주업종 기업의 경우 핵심감사제가 적용됐다.

핵심감사제는 외부감사인이 핵심 감사항목을 기업 지배기구와 협의해 선정하고서 해당 항목을 중점적으로 살핀 뒤 그 내용을 보고서 등을 통해 공개토록 한 것이다.

분식회계를 야기할 가능성이 큰 '투입법'을 따르는 수주업종에 한해 도입됐다.

투입법은 총 예정 원가와 실제 발생 원가의 비율로 공사 진행률을 따져 수익을 추산하는 방식으로, 납품 과정이 비교적 장기간인 수주업종에서 주로 활용된다.

핵심감사제 도입으로 조선업체를 감사한 회계법인들은 올해 상반기 보고서에 핵심감사 항목과 관련한 강조사항을 세세하게 적시했다.

강조사항에는 투입법에 따른 수익 인식이 적절했는지, 공사의 총계약 원가를 추정할 때 불확실성은 없는지, 미청구공사금액 회수 가능성은 얼마나 되는지 등에 대한 판단과 세부 감사 내용이 담겼다.

금융감독원의 한 관계자는 "수주산업의 특성으로 발생할 수 있는 분식회계를 막기 위해 핵심감사제를 적용한 보고서를 작성토록 했다"며 이 제도가 해당 기업이 안고 있는 미래의 위험요인들을 여실히 드러내 회계 투명성을 한층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올해 3월부터 대우조선 외부감사를 맡은 삼일PwC는 반기보고서에서 "국제유가 하락추세가 장기화하면서 일부 발주처의 재정악화 등으로 인한 계약해지, 선박 인도 일정 지연 등으로 인해 미청구공사금액 회수에 대한 불확실성이 증가하고 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미청구공사금액의 회수 가능성을 유의적인 위험으로 분류했다.

이 영향으로 대우조선의 이연법인세자산은 올 1분기 1조187억원에서 2분기 3천658억원으로 대폭 축소돼 계상됐다.

이연법인세자산은 미래에 예상되는 법인세 감면 금액으로서 회사가 이익을 많이 낼 것으로 평가되면 늘어나고, 그렇지 않은 경우 줄어들게 된다.

최근 2개 분기 연속으로 흑자 행진을 한 현대중공업도 같은 기간의 법인세이연자산이 1조2천968억원에서 7천907억원으로 줄었다.

삼정KPMG는 핵심감사항목 강조사항에서 "조선업의 대금회수는 '헤비테일(Heavy Tail)' 방식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만 이 방식은 계약이 취소될 때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며 "미청구공사금액 회수 가능성을 유의적 위험으로 봤다"고 밝혔다.

헤비테일은 선박을 인도할 때 수주액의 대부분(60~80%)을 받는 거래 방식이다.

한진중공업은 올해 감사 과정에서 회계법인의 지적을 받고서 2014년도와 2015년도 재무제표에 1천906억원의 추가 손실을 뒤늦게 반영했다.

담당 회계법인인 딜로이트안진 관계자는 "집중감사 과정에서 총공사 예정원가 관련 오류와 선박 인도 후 유예채권의 회수가능액 추정 오류 등이 확인됐다"며 "이로 인해 순자산이 1천906억원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 반영토록 했다"고 설명했다.

(서울연합뉴스) 윤종석 기자 banan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