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에 대한 낭만적 환상 버려야…변화는 ‘절박’할 때만 가능해

(사진) 영화 ‘식스틴 블럭’의 한 장면. /워너브라더스
(사진) 영화 ‘식스틴 블럭’의 한 장면. /워너브라더스
“세상이 변하는 것처럼 사람도 시간이 지나면 변해.”
“말도 안 돼. 모든 게 변해도 사람은 절대 안 변해.”

사람이 변하느냐를 놓고 가끔 이런 논쟁이 벌어지곤 한다. 양쪽 당사자의 경험이 워낙 다르기 때문에 이 논쟁은 대개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끝난다.

2006년 브루스 윌리스가 주연한 영화 ‘식스틴 블럭(16 Blocks)’에서 두 주인공도 사람의 변화 가능성을 놓고 치열하게 다툰다. 브루스 윌리스가 열연한 잭 모슬리는 한때 잘나갔지만 낙오된 채 의욕 없이 살고 있는 형사다.

동료의 배신 때문에 괴로워하는 그는 “날씨도 변하고 계절도 변하지만 사람은 절대 안 변해”라고 단언한다. 그에 반해 흑인 죄수 에디 벙커는 “소매치기였던 척 베리도 결국엔 좋은 사람이 됐다”면서 “사람은 변한다”고 맞선다. 에디 벙커는 모든 희망을 포기한 잭 모슬리와 달리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다.

이 영화를 감독한 리처드 도너는 “모든 걸 가졌다가 인생을 포기하게 된 한 남자가 그 무엇도 가져본 적이 없지만 항상 희망을 잃지 않는 청년을 만나면 어떻게 될까라는 궁금증을 갖고 시나리오 작업을 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 영화에서 “사람은 변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강하게 전달하고 있다.

영화 후반에 이르러 잭 모슬리는 지난날의 잘못을 반성하며 자신이 포함된 경찰의 부패를 고발한다. 2년 뒤 죗값을 치르고 출소한 그는 에디 벙커로부터 약속했던 생일 케이크를 받는다. 그 케이크에는 ‘사람은 변할 수 있다(People can change)’는 글이 새겨져 있다.

◆‘People can change’는 영화 속 이야기

많은 직장인들이 사람의 변화 때문에 울고 웃는다. “사람이 어떻게 저렇게 변할 수 있지”라며 놀라기도 하고 “사람 참 안 바뀌네”라며 탄식하기도 한다. 어떤 직장인들은 사람이 변해도 너무 변했다고 실망하기도 하고 다른 직장인들은 화석만큼이나 변하지 않는 게 사람인 것 같다며 혀를 차기도 한다.

그런데 직장에서 사람의 변화 가능성은 단순한 논쟁거리나 감탄사의 대상에 그치지 않는다. 나는 종종 ‘사람이 변할 것’이라는 가능성에 기초해 다른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일을 추진하다가 어려움에 부닥치는 초보 리더들을 접한다.

30대 전반은 직장인들이 초보 리더로 변신하는 시기다. 이들은 상사의 지시를 받고 일하다가 처음으로 부하 직원이나 후배를 맞이하게 된다. 일부 앞서가는 사람들은 30대 후반이 되면 부서장을 맡기도 한다. 30대는 이렇게 팔로워에서 리더로 전환하는 시기다.

초보 리더들은 대부분이 후배나 부하 직원이 자기 뜻대로 움직여 주지 않아 마음고생을 한다. 후배나 부하 직원도 당연히 자기처럼 생각할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은 것이다. 당황한 초보 리더들은 열변을 토해 가며 그들을 설득한다.

그들을 자신이 원하는 사람으로 바꾸려고 애를 쓰며 가르친다. 초보 리더들은 후배나 부하 직원이 상황을 모르고 정보를 잘못 알고 있어 자신의 기대와 다르게 행동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내용을 정확히 안다면 언행이 바뀔 것이라고 믿고 개인 교습에 주력한다.

하지만 초보 리더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후배나 부하 직원들이 이런 기대에 부응하는 상황은 그리 많지 않다. 안타깝게도 ‘사람은 변할 수 있다(People can change)’는 영화에서나 통하는 얘기다. 실제로 기업에서 직장 생활 경험이 많은 리더들은 사람은 변하지 않는 존재라는 전제에서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업무를 추진해야 한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

기업에서 비즈니스가 불확실하거나 가변성이 강한 것은 가급적 피하려는 속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기업들은 가능성만 가지고 어떤 일을 추진하지 않는다. 성과로 평가받고 성과를 내야만 하는 조직에서 ‘변화 가능성’에 마냥 기대를 걸 수 없기 때문이다.

초보 리더들은 교육 훈련에도 불구하고 후배나 부하 직원들이 바뀌지 않으면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된다. 후배나 부하 직원이 자신이 원하는 모습으로 바뀔 때까지 지속적으로 가르칠 것인지, 아니면 무의미한 에너지 낭비를 그만두고 다른 직원으로 교체할 것인지를 고민하는 것이다. 어떤 길이 맞는 걸까.

한국경영자총협회가 2003년 국내 기업 335곳을 조사한 결과 기업들이 대졸 신입 사원을 교육 훈련하는 기간은 평균 18.3개월이었다. 이 기간 동안 소요되는 비용은 1인당 평균 5960만원이었다. 특히 대기업은 평균 교육 기간이 23.1개월이나 됐다.

문제는 이렇게 공을 들여 뽑고 교육 훈련한 신입 사원 가운데 상당수가 본격적으로 능력을 발휘하기도 전에 회사를 떠난다는 사실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2016년 6월 305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대졸 신입 사원의 27.7%가 1년도 되기 전에 퇴사했다. 특히 300인 미만 기업은 신입 사원의 1년 미만 퇴사율이 32.5%나 됐다.

기업 쪽에서 보면 이렇게 신입 사원을 뽑아 교육 훈련하는 것은 매우 비효율적인 인재 확보 방식이다. 투입하는 시간과 비용에 비해 성과가 너무 적다. 일부 대기업 임원들은 “신입 사원을 뽑아 사오천만원씩 연봉을 주면서 교육 훈련하는 것은 미친 짓”이라고 비판하기도 한다.

이 때문에 기업들은 갈수록 신입 사원 채용 규모를 줄이고 있다. 또 신입 사원에 대한 교육 시간과 비용도 축소하고 있다. 그 대신 비용을 들여서라도 경력 사원 채용을 늘리는 추세다.

◆교육만으로 사람이 바뀌진 않아

물론 원하는 경력 사원은 적시에 뽑기도 어렵거니와 조직 적응에 실패할 가능성이 신입 사원보다 상대적으로 높다. 또한 신입으로 입사해 성장한 직원보다 주인의식이 부족하다는 평가도 있다.

하지만 이런 점을 감안하더라도 경력 사원을 제대로 선발해 업무에 투입하는 게 훨씬 효율적이다. 적임자를 찾으려면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들지만 신입 사원을 뽑아 교육 훈련하는 비용보다 훨씬 적게 든다.

초보 리더들도 이 점을 기억해야 한다. 적성에 맞지 않거나 자질이 부족한 직원들을 가르치느라 너무 많은 시간과 비용을 쓰지 말고 적임자를 찾아 나서야 한다. 변화 가능성에 언제까지고 매달릴 것이 아니라 기회를 주되 변하지 않으면 교체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는 게 맞다.

“나도 능력이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보다 “나는 지식은 물론이고 그 분야의 성공 경험을 갖고 있기 때문에 내가 맡으면 이러저러한 결과물을 만들 수 있다”고 설득력 있는 근거를 제시하는 사람을 데려와야 한다.

가끔씩 면접에서 “입사하면 열심히 배울 것”이라고 입사 이후 계획을 설명하는 지원자들을 만나게 된다. 의욕과 겸손의 표현이긴 하겠지만 면접관에게 그리 듣기 좋은 답변은 아니다. 기업은 학교가 아니기 때문이다. 기업이 원하는 것은 성과지 학습이 아니다.

기업은 기본적으로 비용을 지불해 가면서 직원을 가르치고 싶어 하지 않는다. 가르친다고 해서 잘 따라온다는 보장이 없고 설령 열심히 배운다고 해도 장기근속하면서 회사에 기여할 것이라고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입사 지원자들이 열심히 배운다는 것은 채용의 필요 조건일 뿐이지 충분조건은 아니다.

채용 담당자들은 한결같이 입사 지원자로부터 이런 답변을 기대한다.
“회사에 들어가 그 일을 맡고 싶다. 의욕만으로 지원한 것이 아니다. 나는 그 분야의 경험도 풍부하고 지식도 축적하고 있다. 성과를 잘 낼 수 있는 자격을 갖추고 있다. 그러니 나를 뽑아 달라. 회사가 원하는 결과를 만들어 내겠다.”

기업이 교육 훈련을 강조하는 것은 사람을 근본적으로 바꾸기 위한 것이 아니다. 그 사람의 기술이나 기능을 개발해 잠재 역량을 최대한 발휘하도록 만들려는 것일 뿐이다. 선천적으로 타고난 자질이나 역량을 짧은 시간 안에 바꾸는 것은 불가능하다. 힘들긴 하지만 습관은 적절한 교육 훈련을 통해 바꿀 수 있다.

그러나 습관이 바뀌었다고 사람까지 바뀐 것은 아니다. 습관 하나 바꾸기도 어려운데 사람을 바꾸는 것은 얼마나 더 어렵겠는가. 따라서 초보 리더들도 교육 훈련을 통해 사람을 바꾸려고 하지 말고 차라리 그 시간에 더 좋은 인력을 찾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고 시간을 줄이는 방법이란 것을 알아야 한다.

그런데도 우리 주변에는 교육 훈련을 통해 사람을 근본적으로 바꾸겠다는 생각을 하는 초보 리더들이 적지 않다. 이들은 사람은 다 비슷비슷하기 때문에 교육 훈련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성과가 달라질 수 있다고 믿는다.

특히 일부 리더들은 누가 오더라도 그들을 교육 훈련해 원하는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다고 의욕을 부린다. 하지만 이런 의욕이 기대했던 성과를 만들어 내는 경우는 상당히 드물다.

◆변화는 ‘스스로 느껴야’ 가능하다

물론 사람이 바뀔 때도 있다. 바로 절박할 때다. 사람은 기본적으로 잘 변하지 않지만 아주 절박한 상황에 처해 자신이 필요하다고 느끼면 변하기도 한다. 특히 의지를 가지고 스스로를 바꾸면 예상보다 변화 속도가 빨라진다.

따라서 초보 리더들이 후배나 부하 직원의 변한 모습을 기대한다면 그가 절박함을 느끼게 만들어야 한다. 스스로 변화의 필요성을 절감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영화 ‘식스틴 블럭’을 제작한 리처드 도너 감독도 사람은 자각하면 변화가 가능하다고 말한다.
“식스틴 블럭은 변화할 수 있는 인간의 능력에 관한 얘기다. 지금의 삶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삶을 바꾸면 된다. 나이가 들었다고 해도 자신을 변화시킬 수 있는 능력은 누구에게나 있다. 단지 그렇게 하려는 의지가 없을 뿐이다. 나 역시 여전히 도전하고 싶은 많은 것들이 남아 있다. 그걸 통해 내 삶의 변화를 맞이하고 싶다. 그렇기 때문에 인생은 살아갈 가치가 있는 것이다.”

신현만 < 커리어케어 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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