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법률사무소들이 피해차주들 채권 위임받아 대신 소송

독일 자동차업체 폴크스바겐이 배출가스 조작으로 피해를 본 미국 소비자들에게 150억달러(약 16조5천억원)를 배상하기로 한 가운데 집단소송이 활성화하지 않은 유럽에서 그와 비슷한 법적 절차가 추진된다.

온라인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들이 독일 베를린, 프랑스 파리 등지의 변호사들과 손잡고 폴크스바겐에 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에 참여할 차주들을 모아 사실상의 집단소송을 추진하고 있다고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는 성사 시 유럽에서 소비자 소송으로는 최대 규모가 된다.

소비자들이 힘을 모아 대기업에 대한 소송에 나설 길을 열어놓음으로써 유럽 사법제도에 중대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이들은 기대하고 있다.

보통의 로펌이 아닌 온라인 법률 스타트업들이 '우회적인' 집단소송에 뛰어든 것은 유럽에서 집단소송까지 여러 장애물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국가마다 집단소송 관련 규정이 다르지만, 대부분 유럽 국가들은 미국만큼 대규모의 광범위한 집단소송을 허용하지 않는다.

또한 변호사 수임료 등 소송 비용을 각자 부담하는 경우가 많은 미국과 달리, 기업을 상대로 소송을 내는 유럽 소비자들은 패소 시 상대방 비용까지 물어낼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이에 유럽의 소비자들이 법적 청구권을 제3의 서비스 제공업자에게 양도할 수 있다는 점을 이용한 온라인 스타트업들이 나섰다.

이런 스타트업들은 법적 절차를 자동화하는 기술로 대량 처리하고 소송 비용을 대줄 투자자들을 찾아 실제 판결이 나오면 일부 몫을 주는 방식을 쓴다.

로펌이 아니라 '미수금 처리 대행회사' 정도로 간주되는 만큼 정해진 수수료만 받고 일할 수 있다.

미국 변호사들이 받는 성사 사례금처럼 승소시 받는 금액의 25∼33%가량을 업체에 주는 조건으로 계약하면 패소해도 소비자가 소송비를 낼 필요가 없다.

폴크스바겐에 손해 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에는 독일 '마이라이트'(My-right.de), 프랑스 '위클레임'(Weclaim.com) 등 스타트업들이 변호사들과 팀을 이루고 나서 유럽 전체로 발을 넓히고 있다.

10만명가량을 모으고 나서 최소 40만명을 목표로 하는 '마이라이트'는 베를린 로펌 하우스펠트와 협력하고 있다.

이 로펌 창업자인 미하엘 하우스펠트는 미국 폴크스바겐 소송을 이끈 원고 측 변호인단의 한 명이다.

이들은 차량 1대당 최대 5천유로(약 610만원) 정도의 배상을 추진하고 있다.

1대당 1만 달러(약 1천100만원), 여러 보상 계획을 합하면 모두 2만 달러 상당인 미국보다 적은 금액이지만, 유럽에서 팔린 문제의 디젤차가 미국의 50만대보다 훨씬 많은 850만 대에 이른다는 점을 고려하면 총액은 훨씬 클 것으로 전망된다.

'위클레임' 최고경영자(CEO) 프레데리크 펠루즈는 폴크스바겐이 이런 새로운 전략에 얼마나 취약한지 과소평가하고 있다면서 "룰이 바뀌고 있는데 폴크스바겐이 이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cheror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