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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시장 은어 가운데 ‘메사키(めさき)’라는 게 있다. 뛰어난 직관력으로 앞을 내다보는 ‘감(感)’이 좋다는 의미다. 개인 투자자는 물론 투자 전문가인 펀드매니저를 평가할 때도 “메사키가 좋다(또는 나쁘다)”는 표현을 종종 쓴다. 메사키라는 말을 직접 사용하지 않을 뿐, 투자와 관련한 얘기를 할 때 우리는 메사키의 의미에 이미 익숙하다. “저 친구는 ‘(투자)촉’이 좋아서 매번 짭짤한 수익을 낸단 말야” “아는 사람 중에 ‘(투자)감’이 뛰어난 사람 있으면 소개 좀 해줘” 같은 말을 흔히 한다. 결국 메사키는 한 사람의 종합적인 투자 역량을 뭉뚱그려 부르는 말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종합적으로’ ‘뭉뚱그려’라는 말은 의미가 다소 불명확하다.

[재무설계] 나의 금융이해력은?…"12문항 중 8개 이상 맞히면 이해력 높아"
재무설계 학자들은 한 사람의 종합적인 투자 역량의 핵심 구성 요소로 ‘금융이해력’을 꼽는다. 금융과 투자에 관한 정확한 이해가 뒷받침돼야 금융소비자나 투자자로서 합리적인 재무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이때 금융이해력은 객관적인 것과 주관적인 것으로 구분된다. 객관적 금융이해력은 금융 거래나 투자 관련 기본 지식을 일컫는다. 금융은 다른 분야에 비해 기본적으로 알아야 할 지식의 양이 많은 편이다. 게다가 저금리 상황이 지속되면서 조금이라도 더 높은 수익률을 올리려면 더 많은 지식이 필요하다. 선진국에서는 국민의 객관적 금융이해력을 높이기 위한 관련 교육이 오래전부터 다양한 채널을 통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국내에서도 예전에 비해서는 교육 기회가 늘고 있긴 하지만 여전히 부족한 실정이다. 주관적 금융이해력은 스스로 재무관리나 투자를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말한다.

객관적·주관적 금융이해력을 기준으로 네 가지 유형을 생각해볼 수 있다. 객관적 금융이해력이 높고 주관적 금융이해력이 강하면 ‘바람직한 유형’이다. 뛰어난 금융 및 투자 관련 지식에 근거해 자신감을 갖고 재무 의사결정을 내릴 경우 좋은 성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객관적 금융이해력은 낮은데 주관적 금융이해력은 강하다면 어떨까. 무모하게 자신있는 투자를 감행해 손실을 보기 십상이다. 이를 가리켜 ‘자기과신(overconfidence) 유형’이라고 한다. 반대로 객관적 금융이해력은 높은데 주관적 금융이해력이 약한 것은 ‘과소평가(underconfidence) 유형’이라고 부른다. 객관적 금융이해력이 낮고 주관적 금융이해력이 약하면 ‘보완이 필요한 유형’에 해당한다.

금융투자자 가운데 각 유형에 속하는 사람은 어느 정도나 될까. 이를 알기 위해서는 객관적·주관적 금융이해력을 어떻게 측정할지 결정해야 한다. 여기서는 펀드투자자 조사(2015년) 자료를 이용해 분석한 결과를 소개한다. 펀드투자자 조사는 객관적 금융이해력을 12개 질문(맞으면 ‘그렇다’, 틀리면 ‘아니다’로 응답)으로 측정한다. 예를 들어 △물가상승을 고려할 때 오늘의 100원은 미래의 100원보다 더 가치 있다 △시장 이자율이 전반적으로 상승하면 채권 가격도 상승한다 △연 1회 4%의 이자를 지급받는 예금과 연 2회 2%의 이자를 지급받는 예금은 1년 만기 후에 받는 금액이 동일하다 등이다. 펀드투자자 조사 대상자 2530명의 평균 점수는 4.7점(12점 만점)이다. 따라서 12문제 중 4개 이하(4점 이하)를 맞히면 객관적 금융이해력이 낮다고 할 수 있다.
[재무설계] 나의 금융이해력은?…"12문항 중 8개 이상 맞히면 이해력 높아"
펀드투자자 조사의 설문 항목 중 주관적 금융이해력 측정과 관련 있는 것은 ‘당신은 다른 일반 투자자와 비교할 때 투자 실력이 어느 정도라고 생각하나요’이다. ‘상당히 미숙하다’거나 ‘다소 미숙하다’고 응답하면 주관적 금융이해력이 약하고, ‘보통 수준이다’, ‘잘하는 편이다’, ‘매우 잘한다’ 등은 주관적 금융이해력이 강하다고 할 수 있다. 펀드투자자 조사에서는 주관적 금융이해력이 약한 사람과 강한 사람이 각각 61.1%와 38.9%로 나타났다.

이상의 결과를 종합하면 객관적 금융이해력이 높고 주관적 금융이해력이 강한 ‘바람직한 유형’은 25.8%다. ‘보완이 필요한 유형’은 32.3%이고, ‘자기과신 유형’이 13.1%, ‘과소평가 유형’이 28.7%로 분석됐다. 이들 유형은 실제 펀드 투자 결과에서도 차이를 보였다. ‘펀드에 투자한 원금에 비해 조사 당시의 펀드 평가 금액이 늘어나 수익을 내고 있다’는 응답자의 비중이 바람직한 유형은 44.5%에 달했다. 이어 과소평가 유형이 36.8%인 데 비해 자기과신 유형은 26.9%로 보완이 필요한 유형(28.8%)보다도 낮았다. 자신의 투자 실력에 자만하는 사람이 실제 수익률에서는 가장 부진한 셈이다. 자신의 객관적·주관적 금융이해력을 진단해보고 어느 유형에 속하는지 점검해보자.

장경영 한경 생애설계센터장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