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비스 직원들이 지난 12일 러시아 벨로스트로프역에서 열차에 자동차를 싣고 있다. 김순신 기자
글로비스 직원들이 지난 12일 러시아 벨로스트로프역에서 열차에 자동차를 싣고 있다. 김순신 기자
지난 12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시 남부 벨로스트로프역. 현대자동차의 쏠라리스(한국명 엑센트)가 초록색 화물 열차로 줄줄이 들어가고 있었다. 주차돼 있는 400여대 쏠라리스 사이로 파란 눈의 글로비스 직원들이 부지런히 움직이며 차량 적재 작업을 서둘렀다. 차량 적재를 책임지고 있는 로만 세부츠크 씨는 “완성차와 자동차 부품 등을 싣고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출발하면 1만1000㎞ 떨어진 극동지역 블라디보스토크까지 25일 정도 걸린다”며 “겨울에는 영하 40도 밑으로 떨어지는 시베리아의 혹한을 극복하기 위해 추위를 견딜 수 있는 포장재를 쓰고 있다”고 말했다.
글로비스, 시베리아 횡단열차 타고 '고속성장'
◆4년 만에 두 배 성장

2008년 러시아 시장에 뛰어든 글로비스는 현대자동차의 완성차 수송을 전담하며 사업 영역을 넓혀갔다. 현대차 완성차 운송으로 시작한 사업 분야는 현대차 협력사의 부품 수출입 중개 분야로 확장됐다.

사업 영역이 넓어짐에 따라 새로운 문제가 생겼다. 애프터서비스(AS) 부품 운송의 생명은 빠른 배송. 하지만 한국에서 러시아까지 해상 운송으로는 42일이나 걸린다. 공태윤 현대글로비스 러시아법인장은 “기간이 길 뿐 아니라 항로 사정에 따라 운송 기간이 일정하지 않은 해상 운송을 보완할 새로운 길이 필요했다”며 “소비자가 필요할 때 바로 AS 부품을 전달할 수 있도록 배송기간이 해상 운송의 절반 수준이고 배송이 정확한 철도 운송을 지난해 시작했다”고 전했다. 이어 “현재 AS 부품 물류의 80%를 시베리아횡단철도(TSR)를 활용해 나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러시아 시장에서 현대차의 쏠라리스, 리오 등이 큰 인기를 끌자 2011년 41억8000만루블(약 700억원)이던 글로비스 러시아법인의 매출이 2014년에는 81억6500만루블(약 1400억원)로 두 배 가까이로 늘어났다.

러시아 시장에서 승승장구하던 글로비스는 지난해 위기를 맞았다. 유가 하락 등으로 러시아 경제가 어려워지자 자동차 시장이 빠른 속도로 얼어붙었기 때문이다. 최종훈 글로비스 러시아법인 완성차운송부문 총괄은 “지난해 러시아 자동차 시장 수요가 전년보다 35%가량 줄어들면서 글로비스의 매출도 10% 정도 감소했다”며 “시장 위축을 극복하기 위해 자동차 관련 운송뿐 아니라 신규 화주를 발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물류 한류’로 위기 돌파

글로비스는 선진화한 물류 시스템을 구축해 러시아 시장에서 ‘물류 한류’ 바람을 일으킨다는 계획이다. 공 법인장은 “러시아 물류 업체 최초로 수출입 통관부터 배송까지 화주가 인터넷을 통해 화물의 상황을 실시간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며 “선진적인 물류 시스템을 구축하자 미쓰이상사, 아리스톤 등 글로벌 기업은 물론 세게자그룹 등 러시아 현지 업체의 주문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2020년까지 전체 운송 물량 가운데 그룹사 화물 비율을 50% 이하로 줄일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글로비스는 2014년부터 러시아에서 GM(제너럴모터스), 우아즈, 마쓰다가 생산한 자동차 1만2600대를 매해 실어나르고 있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물류 효율성을 높이려고 경쟁사인 현대차 계열사 글로비스와 손을 잡은 것이다.

철도 운송의 수익성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도 한창이다. 공 법인장은 “제조업 기반이 있는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동아시아 지역으로 나가는 화물 물량은 확보가 원활하지만 동아시아에서 서쪽 지역으로 보내는 화물 확보가 안돼 물류비가 높은 상황”이라며 “한국타이어 경동보일러 넥센타이어 등 러시아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의 수출 물량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상트페테르부르크=김순신 기자 soonsin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