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시장에 돈 몰리는데…외면당하는 중국
정책 불확실성 커져 자금 이탈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가 1조1000달러(약 1215조원) 규모의 뮤추얼펀드 운용자산을 분석한 결과, 전체 투자액 대비 대(對)중국 투자금 비율이 글로벌 증시에서 차지하는 중국 증시 비중보다 3%포인트 낮았다”고 14일 보도했다. 이 격차가 3%대로 벌어진 것은 10년 만이다.
펀드시장 조사업체 EPER글로벌에 따르면 글로벌 투자자들은 지난 6주 동안 신흥시장 주식펀드에 약 130억달러의 자금을 쏟아부었다. 하지만 중국에서는 오히려 35억달러를 빼내갔다. 외국인들은 홍콩증시를 통해 중국 본토 주식을 3000억위안어치까지 사들일 수 있는데 실제 투자 규모는 절반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저조한 투자실적은 주가를 통해 확연히 드러난다. 신흥국 증시 흐름을 나타내주는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신흥시장 지수는 올 들어 12일까지 15% 급등했다. 반면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같은 기간 14% 폭락했다.
WSJ는 중국 증시에서 돈이 빠져나가는 이유를 크게 세 가지로 분석했다. 과도한 증시 변동성과 정부 정책의 불확실성, 그리고 이른바 ‘그림자금융’에 따른 채무불이행(디폴트) 위험이다. WSJ는 “지난해 초반 60% 폭등했던 주가가 불과 수개월 만에 최대 41% 폭락했고 잠시 오르다 올해 1월 23% 다시 주저앉는 등 예측이 불가능할 지경”이라며 “중국 정부가 위안화 가치를 깜짝 평가절하하고 공식 통계에 대한 불신이 커져 매력을 잃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중국에서 그림자금융이 50% 가까이 급증해 40조위안에 이르렀다며 디폴트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그림자금융이란 엄격한 건전성 규제를 받지 않는 비은행 금융회사의 대출을 뜻한다. 그림자금융의 금리는 연 11~14% 정도로 은행에서 대출을 받거나 채권을 발행하는 것보다 2~4배 정도 더 비싼 이자를 내야 한다. IMF는 디폴트 위험이 있는 그림자금융 대출을 중국 국내총생산(GDP)의 30%에 육박하는 19조위안 규모로 추정했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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