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진원 전 행장 별세로 조용병·위성호 '2강'
신한카드 위 사장 연임 여부 주목…다음주 결정 예상


내년 3월 한동우 회장의 퇴임을 앞두고 신한금융의 차기 권력을 노리는 잠룡들의 물밑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다.

암중 형성된 후계구도는 2파전이다.

탄탄한 실적을 내놓으며 안정감 있게 최대 주력 계열사 신한은행을 이끌고 있는 조용병 행장과 카드업계 1위인 신한카드의 위성호 사장이다.

이른바 '신한내분사태' 당시 한 회장과 손발을 맞춰 그룹의 경영위기를 추슬렀던 서진원 전 행장이 가장 강력한 후보 중 한 명이었으나 지난 7월 급작스럽게 세상을 떠나면서 후계구도는 조 행장과 위 사장으로 압축되는 분위기다.

후계구도를 결정지을 첫 고비가 다음 주 중에 돌아온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금융지주는 다음 주 내에 자회사경영관리위원회를 열어 위성호 신한카드 사장의 연임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자경위 시기는 18일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위 사장이 연임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신한카드의 실적이 좋은 데다가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빅데이터 등을 적극적으로 도입해 변화에 잘 대응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그룹 관계자는 "위 사장이 연임될 가능성이 상당한 것 같다"며 "실적도 좋아서 이런 예측이 나돌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위 사장은 자회사경영관리위원회를 통과하더라도 신한카드에서 자체적으로 진행하는 임원추천위원회라는 벽을 또 한 차례 넘어야 한다.

이달부터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면서 자회사의 임추위를 거치도록 법에서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회사경영관리위원회를 통과하더라도 임추위를 넘어야 하지만, 업계에서는 임추위에서 결과가 뒤집히지는 않으리라고 관측하고 있다.

위 사장의 임기는 이달 26일까지다.

2013년부터 신한카드를 맡아온 위 사장이 연임에 성공하면 두 번 연속 연임하는 것이다.

위 사장이 재연임에 성공할 경우 현직 최고경영자(CEO)의 위치에서 내년 초 선임될 신한금융 차기 회장 경쟁에서 현직 프리미엄을 누릴 수 있기에 조 행장과 '일합'을 겨루기에는 충분하다는 평가다.

특히 신한금융의 '쌍포'라 할 수 있는 은행과 카드의 고위직을 두루 경험했다는 건 장점으로 평가된다.

위 사장보다 1년 입행이 빠른 조 행장은 정중동의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신한은행장에 취임한 조 행장은 KB국민은행 등 여러 도전 속에서도 '리딩뱅크' 위상을 공고히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영업뿐 아니라 기업구조조정에서도 '짠물 방어'를 펼쳤다.

특수은행은 물론 시중은행 가운데서도 신한은행의 대손충당금 비중은 낮다.

야전에 해당하는 영업뿐 아니라 인사, 기획, 글로벌 등 은행 전반 업무에 잔뼈가 굵은 데다가 BNP파리바자산운용 대표를 거치며 큰돈을 굴려봤다는 장점도 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조 행장이 조금 앞선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지만 힘의 추가 한쪽으로 쏠리지 않고 있어 누가 될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신한금융의 회장추천위원회는 한동우 회장이 물러나기 두 달 전인 1월 말까지 차기 회장 후보를 내정해야 한다.

일단 그룹경영회의에 참석하는 은행, 카드, 금융투자, 생명, 자산운용 대표는 현직으로서 자동으로 후보군에 들어간다.

이에 따라 강대석 신한금융투자 사장, 이병찬 신한생명 사장, 민정기 BNP파리바자산운용 사장 등도 조용병 행장, 위성호 사장과 함께 금융지주 회장 후보다.

전직 사장들도 후보군이 될 수 있다.

위성호 사장, 김형진 지주 부사장과 함께 '58년 트로이카'를 형성했던 이성락 전 신한생명 사장을 비롯해 권점주 전 신한생명 사장, 이재우 전 신한카드 사장, 홍성균 신한카드 사장 등이다.

회추위는 헤드헌터를 통해 외부인사를 추천받아 후보군에 넣을 수는 있으나 '순혈주의'가 강한 신한지주에 외부인사가 들어올 가능성은 별로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회추위를 구성하는 7명의 구성원 중 사실상 중립인 필립 에이브릴 이사를 제외하고 나머지 6명 중 2명(33%)이 재일교포여서 '외풍'이 불기도 쉽지 않다.

금융권 관계자는 "서진원 행장의 돌연사로 조용병 행장과 위성호 사장의 2파전이 가장 유력해 보이는 그림이긴 하지만 또 누가 갑자기 대두할 수 있어 아직은 예측 가능하지 않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고동욱 기자 sncwoo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