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주택담보대출 비중 2012년 68%서 작년 80%로
정부 작년 말 LTV 가이드라인 제시…당국 "대출 추이 주시"

금융당국이 상호금융권을 중심으로 한 제2금융권의 비주택담보대출 실태 점검에 나선 것은 최근 몇 년 새 대출량이 빠른 증가 속도를 보이기 때문이다.

한국은행 가계신용 통계를 보면 비은행예금취급기관 가계대출 증가액은 2012년 8조8천억원, 2013년 13조5천억원, 2014년 20조1천억원, 2015년 22조4천억원으로 가파른 증가세를 보여왔다.

은행권에서 주택담보대출 위주로 가계대출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과 달리 비은행권에서는 비주택담보대출 위주로 대출량이 폭증한 것이 특징이다.

이 기간 비은행권 주택담보대출이 2조8천억원에서 4조5천억원으로 늘어난 반면, 비주택담보대출은 6조원에서 18조원으로 증가폭이 컸다.

주택담보대출이 전체 가계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2%에서 20%로 줄어든 대신, 비주택담보대출 비중은 68%에서 80%로 늘었다.

비은행권 비주택담보대출 증가세를 이끈 대부분은 상호금융권의 토지·상가·오피스텔 담보대출이 차지하고 있다.

올해 3월 말 현재 비은행 예금취급기관의 대출 잔액은 총 256조2천억원이고, 이 가운데 상호저축은행 대출액은 15조원, 신탁·우체금예금 대출액은 1조1천억원에 불과하다.

나머지 255조1천억원은 지역 농축협, 수협, 산림조합, 신협, 새마을금고와 같은 상호금융권 대출액이다.

상호금융권이 토지·상가 담보대출에 집중한 것은 그 외에 마땅히 대출할 만한 대상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2014년 8월 은행권과 상호금융권의 주택담보대출 담보인정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의 규제비율이 일원화하면서 은행으로 가계대출이 몰리자 상호금융권의 여유자금이 LTV·DTI 규제를 받지 않는 상가·토지 등 비주택담보대출로 흘러갔던 것이다.

일종의 풍선효과다.

통상 은행은 토지·상가 담보대출 LTV를 40% 정도로 적용하는 데 비해 상호금융권은 최대 70%까지 대출해주는 곳이 적지 않았다.

상호금융권 관계자는 "지역단위 소규모 상호금융 조합은 신용대출을 할 만한 신용평가 능력을 갖추지 못하다 보니 담보대출 위주로 대출할 수밖에 없다"며 "은행권 LTV·DTI 규제완화로 상호금융권의 주택담보대출 메리트가 사라지다 보니 결국 할 수 있는 대출은 토지·상가 담보대출밖에 남지 않았던 셈"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은행도 지난 6월 국회에 제출한 업무보고서에서 "비은행권 가계대출이 상가 등 비주택 부동산담보대출을 중심으로 크게 증가했다"고 분석해 상호금융 비주택 담보대출 증가에 우려를 표했다.

금융당국과 한은 등이 상호금융권 토지·상가 대출 증가세를 주시하고 있는 것은 이들을 담보로 한 대출의 부실률이 주택대출보다 경기변동에 크게 민감하기 때문이다.

또한 분할상환·고정금리 비중이 여전히 낮아 부동산 경기가 침체하거나 금리 인상 등으로 경기 변동이 오면 위험에 쉽게 노출될 수 있다.

이런 위험 인식에 따라 정부는 작년 11월부터 상호금융권의 토지, 상가 등 비주택담보대출에 대한 LTV 규제를 강화하는 등 관리를 강화하고 있다.

LTV 기본한도를 평균 경락률 수준으로 낮추고 최저한도를 60%에서 50%로 낮추는 내용 등 LTV 한도를 함부로 늘려 적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였다.

이런 규제책의 영향으로 가계신용 통계에서 올해 1분기(1∼3월) 비은행예금취급기관의 가계대출 중 비주택담보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64% 수준으로 낮아졌다.

1분기 증가폭(4조9천억원)이 작년 4분기(6조5천억원)보다 낮아진 영향이지만 예년 증가수준과 비교하면 여전히 급격한 증가 폭이다.

금융당국은 일단 1분기 비주택담보대출이 증가세가 주춤해진 만큼 추이를 좀 더 면밀히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상가·토지 담보대출까지 막으면 신용대출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데 상호금융권에서 신용대출을 할 만한 역량을 갖춘 곳이 아직은 많지 않다"며 "올해 들어 상황이 나아진 만큼 당장 추가 대책을 검토하기보다는 일단 대출 추이를 면밀히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지헌 박초롱 기자 p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