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형제갈등' 부담 털어…박삼구, 금호그룹 재건 탄력 받는다
금호석유화학 측의 전격적인 소송 취하로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사진)과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 간 형제 갈등이 일단락됐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추진 중인 금호타이어 인수의 큰 걸림돌 하나가 사라진 셈이다. 박삼구 회장의 금호아시아나그룹 재건 작업이 탄력을 받을 것이란 전망이다.

◆어떻게 화해했나

형제간 우애 경영을 해오던 금호아시아나그룹은 2009년 이른바 ‘형제의 난’을 겪으며 박삼구 회장과 박찬구 회장이 등을 돌렸다. 갈등의 씨앗은 2006년 대우건설과 2008년 대한통운 인수전이었다. 박삼구 회장이 두 회사 인수에 앞장선 반면 박찬구 회장은 부정적인 견해를 보였고 인수 과정에서 부실 책임을 둘러싸고 형제간 충돌이 빚어졌다. 결국 두 사람은 그룹 계열사를 분리해 각자의 길을 걸었다. 박찬구 회장은 2009년 금호산업 지분 전량을 매각하고 금호석유화학 지분을 늘리면서 계열 분리했다. 2010년부터 박삼구 회장은 건설(금호산업)과 항공(아시아나항공), 박찬구 회장은 석유화학(금호석화)을 나눠 맡아 분리 경영을 했다.

형제간 갈등은 검찰 수사로 골이 더 깊어졌다. 2011년 금호석유화학이 압수수색을 받고 박찬구 회장이 배임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았다. 금호석유화학 측은 당시 금호아시아나그룹 측에서 제공한 내사 자료가 검찰 수사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주장했다. 이후 양측 간 고소·고발이 10여건 이어졌고 두 회장은 경제계 신년 인사회에서 만나도 서로 피하는 사이가 됐다.
'7년 형제갈등' 부담 털어…박삼구, 금호그룹 재건 탄력 받는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이 타격을 입은 건 지난 7월14일 금호석화가 아시아나항공이 알짜 계열사인 금호터미널을 금호기업에 ‘헐값’에 매각했다며 법원에 낸 소송 때문이었다. 금호석화 측은 담보가치가 1조원이 넘는 금호터미널을 2900억원에 매각한 것은 업무상 배임이라고 주장했다. 금호석화는 아시아나항공의 2대 주주(지분 12.6%)다. 박삼구 회장 등 오너 일가의 회사인 금호기업은 내부 현금만 3000억원가량을 보유한 금호터미널을 합병해야만 배당 여력을 확보할 수 있고 금호타이어 인수 자금도 마련할 수 있다.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 측은 소송을 취하하면서 “국내 많은 기업이 생사의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소송이) 무의미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소송 취하를 존중하고 고맙게 생각한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두 그룹 간 화해를 통해 국가 경제 발전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재계에선 그룹 재건을 위해 금호타이어를 인수해야 하는 박삼구 회장 측과 형의 사과를 바라는 박찬구 회장 측의 이해가 맞아떨어진 것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금호타이어 인수전 탄력

금호석화의 소송 취하로 박삼구 회장은 금호타이어를 되찾는 일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 박삼구 회장은 지난해 말 금호산업을 7228억원에 인수하면서 5000억원의 빚을 안았다. 금호타이어를 되찾으려면 최대 1조원 안팎의 돈을 마련해야 한다.

박삼구 회장이 자금 마련을 위해 추진해온 금호기업과 금호터미널 간 합병도 탄력을 받게 됐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12일 금호터미널과 금호기업의 합병 등기신청을 할 예정이다. 합병 법인은 ‘금호홀딩스’라는 사명을 쓰게 된다. 대표이사에는 박삼구 회장과 현 금호터미널 대표인 김현철 대표가 각자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금호타이어 매각 공고는 다음달 예정돼 있다. 오는 11월 예비입찰을 할 예정이다. 인수가격은 1조원 안팎이 될 전망이며 박삼구 회장이 우선매수권을 가지고 있다.

박삼구 회장은 지난해 9월 사모펀드에 매각한 금호고속도 연내 인수한다는 방침이다. 금호고속은 전신이 광주택시인 금호아시아나그룹의 모태 회사다. 금호아시아나에 되사올 권리(콜옵션)가 있어 인수가 유력하다.

안대규/정지은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