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 강세 기조적으로 이어지면 수출·저물가에 부담"
"금리 하한선은 기축통화국보다 높아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11일 "투기자본에 의한 원/달러 환율 쏠림 현상이 나타나는지 여부를 면밀히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이날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연 1.25%로 동결한 뒤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원화 강세는 국제금융시장 불안 요인 완화, 국가신용등급 상향 등으로 외국인 투자자금이 확대된 데 따른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지금으로서는 투기자본에 의한 쏠림 현상을 우려할 상황이 아니지만 앞으로 예의 주시하겠다는 것이다.

이 총재는 "원화 강세가 수출과 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과거보다 상당히 약해졌다고 본다"면서도 "원화가 기조적 강세 흐름을 보이면 분명히 저물가와 수출에 부담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최근 원화 강세가 이어지고 있다.

투기에 의한 쏠림 현상이 있다고 판단하나.

▲ 최근 원화 강세는 국제금융시장의 불안 요인 완화와 국가신용등급 상향에 따른 투자 심리 개선으로 외국인 투자자금이 확대된 데 따른 것이다.

현재로서는 투기자본에 의한 쏠림 현상을 우려할 상황은 아니라고 본다.

이런 움직임이 있는지 면밀히 지켜보도록 하겠다.

-- 원화 강세가 저물가와 수출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있는데.
▲ 원화 강세가 미치는 영향은 과거보다 약화됐다고 본다.

그렇지만 분명히 저물가와 수출에 부담을 주는 것은 사실이다.

상당 기간 원화가 기조적으로 강세 흐름을 보이면 물가·수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 여신심사 가이드라인 시행 등 정부의 가계대출 대책에도 대출이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

정부가 좀 더 강력한 규제를 해야 한다고 보나.

▲ 올해 들어 집단대출 뿐 아니라 비은행권 중심으로 가계대출이 높은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정부는 상반기 은행권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을 시행했고 보험사에도 이를 적용했다.

주택도시보증공사의 중도금 보증 대출에 대한 규제를 강화했으며 상호금융에 대한 여신심사 감독도 강화하는 등 대책을 다각도로 강구하고 있다.

가계부채 증가세가 오랫동안 지속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에 정책 효과를 좀 더 면밀히 살펴보고, 필요 시 대책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대책이 효과가 있었다고 보나.

추가로 어떤 대책이 필요한가.

▲ 정부는 가계부채 증가세를 억제하기 위해 여러 가지 조치를 내놨다.

대출심사를 좀 더 엄격히 하자는 것이 요지다.

그러나 가시적 성과가 나타나고 있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일부 조치는 시행한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효과를 면밀히 지켜보는 중이다.

어떤 조치가 더 강구돼야 할지에 대해서는 정부와의 협의 과정에서 자연히 논의될 것으로 생각한다.

가계부채 문제는 정부와 감독당국에서 상당히 주의 깊게 지켜보고 관계 부처 간 협의하고 있다.

-- 그간 수차례 한국은 소규모 개방 경제라 제로금리까지 가기는 어렵다고 언급했다.

시장에서는 1%를 금리 하한선으로 보는듯 하다.

▲ 기준금리 실효 하한은 추정 방법, 모형, 국내외 경제 등 전제 조건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기 때문에 수치를 제시하기 곤란하다.

다만 우리나라는 소규모 개방 경제이기 때문에 통화정책을 할 때 자본 유출이나 금융안정 리스크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정책금리 실효 하한은 기축통화국보다 다소 높아야 한다고 본다.

이달 초 영국 중앙은행이 정책금리를 인하하면서 실효 하한이 0%보다 다소 높은 수준이라고 밝혔다.

이를 토대로 우리나라 정책금리 실효 하한이 어느 정도인지 참고할 수 있을 것이다.

기준금리를 계속해서 내리고 통화정책 완화 기조를 확대하면서 (우리 기준금리가) 실효하한 수준에 가까이 가고 있다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정책 대응 여력이 소진된 것은 아니라고 판단한다.

그렇다고 해서 제로금리나 양적 완화를 검토할 단계는 아니다.

-- 최근 국제사회와 우리 내부에서 한국 경제를 바라보는 시각이 조금 다른 것 같다.

이런 시각 차이를 어떻게 보고 있나.

▲ 최근 내수 개선세가 부진한 것은 사실이지만 기조적 흐름에서 보면 우리나라는 완만한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다.

경상수지 흑자가 지속돼 대외 건전성도 크게 개선됐고 다른 나라와 비교해볼 때 재정·통화정책 여력도 상당히 보유하고 있다.

우리 경제 전반에 대한 평가는 국제사회와 국내 기관 사이 별다른 차이가 없다고 생각한다.

-- 이번 달 통화정책방향문에는 자본 유출입과 관련한 문구가 빠져 있다.

▲ 자본 유출입은 항상 고려하는 사안 중 하나다.

최근 국제금융시장이 비교적 안정된 상태라 자본 유출 우려가 크지 않기 때문에 중요도가 높은 것부터 언급하다 보니 빠졌다.

-- 미국 금리가 추가로 인상되면 국내에서 자본 유출이 일어날 것으로 보나.

▲ 자본 유출에는 내외금리차 뿐 아니라 다른 요인도 영향을 준다.

경기 전망, 다른 나라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이런 요인들이 전체적으로 어떻게 나타날지 고려해야 한다.

-- 국제통화기금(IMF) 등은 계속해서 한국 재정정책의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

추가경정예산 편성 외에도 재정정책이 추가로 역할을 해야 한다고 보나.

▲ 국제기구에서 한국의 재정 역할을 강조하는 것은 다른 나라와 비교할 때 재정 건전성이 매우 양호해 충분한 정책 여력이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통화완화 정책이 장기간 지속돼 가계부채 급증과 같은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는 점도 이런 판단에 영향을 줬다.

국내 경기 흐름이 예상 외로 둔화한다든지 상황 변화가 생긴다면 재정의 추가 역할에 대한 논의가 검토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배치 결정 이후 중국의 경제 보복 조치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 한 달 전 사드 배치를 발표한 이후 중국계 자금 유출입에는 특별한 변화가 없었다.

실질 교역과 관련해 중국과 우리나라는 국제 공급체인 안에서 긴밀한 블록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교역 관계를 긴밀하게 가져가는 것이 양국 모두에 바람직하다고 본다.

-- 7월 금통위 의사록에서 글로벌 채권 금리 급락으로 국내금리도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다.

이에 대한 판단은.
▲ 장단기 금리가 역전 현상이 발생하게 된 것은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결정 이후 장기 시장금리 하락 때문이다.

국내 장기금리가 낮은 수준에 머물면서 이런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이는 유로존 국가 뿐 아니라 말레이시아 등 주요 아시아 국가에서도 나타나는 현상이다.

국내 장기금리는 기본적으로 국내 경기에 대한 기대가 영향을 미치지만, 주요국 통화정책 기조에도 상당 부분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본다.

-- 보호무역주의가 추세적 흐름으로 자리 잡았다고 보나.

▲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경기 회복이 지연되며 최근 들어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보호무역 조치가 증가하고 있다.

평균적 관세율은 수년 간 낮아졌지만 반덤핑, 상계관세 등 비관세 조치가 급증했다.

최근 우리 주요 수출품인 철강에 대해 무역조치가 확대된 것도 이와 관계가 있다.

보호무역주의가 세계적 현상으로 자리 잡았다고 단언적으로 말할 수는 없지만 정치·경제적 이유로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

정부도 보호무역주의 확산 가능성에 대비해 대응책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 금리를 계속해서 내리는데도 국내 저축률이 상승하고 있다.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한 나라에서도 저축률이 올라 저축률 상승이 세계 경제의 위험 요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금리 인하의 소비·투자 진작 효과가 기대보다 크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금리 정책이 소비·투자에 미치는 영향이 없었다고 얘기할 수는 없을 것이다.

다른 여러 요인으로 인해 전체적으로 나타나는 결과가 미흡한 것이다.

앞으로 금리 정책을 할 때 이런 점을 염두에 두겠다.

(서울연합뉴스) 박초롱 기자 chopar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