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약 14개월 만에 1100원 밑으로 떨어지면서 수출 기업에 비상이 걸렸다.

세계 각지에 사업장을 두고 있는 삼성전자는 최근 2분기 콘퍼런스콜에서 환율 하락으로 2분기에 3000억원가량의 영업이익이 줄었다고 밝혔다. 달러, 유로, 엔, 위안 등 시장별로 결제통화를 다변화하는 방식으로 환헤지(위험회피)를 하고 있지만 그래도 환율 효과에서 완벽하게 자유롭지는 못한 것이다. LG디스플레이도 “환율이 10원 하락하면 이익이 80억원 정도 감소한다”며 외환시장 움직임에 경계감을 나타냈다. SK하이닉스도 환율이 3~4% 내릴 때마다 매출이 1000억원가량 감소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동차업계의 시름도 커지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10원 하락할 때마다 국내 완성차 5개사의 매출이 4200억원가량 감소하는 것으로 업계는 추산하고 있다. 현대·기아자동차 관계자는 “엔화 강세로 그나마 원·엔 환율이 유지되고 있는 게 다행”이라고 말했다.

정유회사인 SK이노베이션도 “수출 비중이 70%를 넘는다”며 “수출 경쟁력이 떨어질까봐 걱정”이라고 했다. 건설업계는 해외에서 일본 업체와의 수주 경쟁이 불리해질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반면 외화 빚이 많은 항공사들은 반색하고 있다. 환율이 10원 내릴 때마다 대한항공은 960억원, 아시아나항공은 160억원가량의 장부상 평가이익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대한항공은 96억달러의 외화부채를 안고 있어 환율이 하락하면 회계장부상 평가이익이 발생한다. 게다가 원화 강세(환율 하락)로 해외 여행 수요가 늘어나는 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

조선업계는 수주 물량 대부분을 헤지하기 때문에 환 변동에 거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철강업계는 석탄, 철광석 등 수입 원재재 가격이 떨어질 수 있어 환율 하락에 느긋한 입장이다. 수출 비중이 50%가량인 포스코는 득실을 따져보고 있다. 원화 강세 효과가 상쇄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기업들이 더 걱정하는 것은 환율이 1년도 안 되는 사이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다는 점이다. 작년 10월 1123원까지 떨어졌던 원·달러 환율이 지난 2월 1241원까지 치솟았다가 6개월 만인 10일 1095원대로 떨어지는 등 급격하게 요동치면서 기업들이 시장 변화에 대응하는 데 애를 먹고 있다.

주용석/강현우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