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 보고서서 밝혀…"산업용 소비 비중이 가정용 4배 넘어"
가정용 전기요금에만 6단계 누진제 부과 때문인 듯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최신 보고서를 통해 한국은 산업용 전력소비 비중이 가정용을 크게 웃돌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일반적인 경향과는 다른 움직임을 보였다고 지적했다.

IAE는 '핵심 전력 경향' 보고서를 통해 "한국은 전체 전력소비에서 산업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이 53.3%(2014년 기준)에 달했지만, 가정 부문의 비중은 12.9%에 그쳤다"고 8일 밝혔다.

그러면서 "이는 OECD의 일반적인 전력소비 행태와는 다른 모습"이라고 덧붙였다.

전체 OECD 전력소비 경향을 보면 산업용 소비 비중이 32.0%, 가정용이 31.3%로 엇비슷했다.

이외에 상업 및 공공 부문은 31.6%, 교통용은 1.1%, 기타는 4.0%를 차지했다.

더욱이 산업용이 차지하는 비중은 1974년 48.8%에서 2014년 32.0%로 점점 줄어든 반면, 가정용과 상업 및 공공 부문을 합한 비중은 같은 기간 48.4%에서 62.9%로 증가했다.

이런 추세라면 머지않아 가정용 비중이 산업용을 추월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보고서에서 전력소비와 관련해 특정 국가가 언급된 것은 OECD 중 한국이 유일하다.

그만큼 산업용 전력소비 비중이 가정용의 네 배 이상에 달하는 것은 일반적인 흐름과는 다른, 한국만의 특이한 현상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보고서는 "수년간 산업부문은 전력소비의 중요한 부문이었지만 2009년 이후 가정용과 상업 및 공공 부문에 자리를 내줬다"며 "낮은 경제성장률과 산업구조의 변화, 제조업과 공정 부문에서의 에너지 효율성 향상 등이 원인이 됐다"고 설명했다.

한국만 다른 추세를 보이는 것에 대해서는 부가적인 설명을 달지 않았다.

앞서 에너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한국의 1인당 가정용 전력 소비량은 2012년 기준 OECD 34개 회원국 가운데 26위에 그쳤으나 산업용과 공공·산업용까지 합친 1인당 전체 전력 소비량은 8위로 집계됐다.

다른 부문과 비교해 가정의 전력소비가 상대적으로 적은 주요한 이유 중 하나는 가정용 전기요금에만 6단계 누진제를 부과하기 때문이다.

3단계가 넘어가면 전기요금이 두 배, 네 배로 뛴다.

찜통더위에도 전기요금 때문에 에어컨을 틀기가 고민되는 상황이 계속되자 일각에서는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강하게 나오고 있다.

한국전력공사를 상대로 한 '전기요금 부당이득 반환 청구' 소송을 대리하는 법무법인 인강에 따르면 지난 7일 하루에만 465명(오후 5시 기준)이 소송에 참여하겠다고 신청했다.

전날에는 700명이 넘게 소송 참여 의사를 밝혀왔다.

포털사이트 다음 토론방 '아고라'에서는 지난달 28일 올라온 전기요금 누진제 폐지 청원글에는 8일 오후 12시 현재 5만4천352명이 서명했다.

조성진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과 일본도 가정용 전기요금에 누진제를 적용하긴 하지만 누진구간이 2∼3단계, 누진배율은 1.1∼1.5배로 우리나라(6단계·11.7배)와 비교하면 굉장히 낮은 수준"이라며 "누진구간과 누진배율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산업용 전력소비가 가정용보다 많은 원인에는 우리나라 산업구조가 전력소비가 큰 제조업·수출 중심이라는 점도 작용했다"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고은지 기자 e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