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평가된 베트남 주식시장 지금이 투자 적기"
“한국의 1980년대를 생각하면 됩니다. 연 6% 이상 경제 성장률을 바탕으로 저평가된 주식시장이 본격적으로 상승하기 시작한 상황이죠.”

한진규 유리자산운용 퀀트운용본부장(사진)은 5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베트남 주식시장은 글로벌 금융위기로 조정을 거친 뒤 장기간 박스권에 머물고 있는 상황인 만큼 투자할 적기라고 본다”며 이같이 말했다.

한 본부장은 베트남 시장은 주식의 고평가 여부를 판단하는 주가수익비율(PER)이 여전히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베트남 주식시장(하노이·호찌민거래소 합산)에 상장된 685개 기업의 PER은 14배 내외로 주변 아시아 국가와 비교해 여전히 낮다”며 “저렴한 인건비를 앞세워 중국의 생산기지들이 넘어오는 점을 감안하면 ‘제2의 중국(세계의 공장)’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유리자산운용은 해외비과세펀드 제도가 부활된 올 3월부터 유리베트남알파펀드를 출시했다. 2007년부터 베트남에 현지 사무소를 두고 펀드를 운용 중인 피데스자산운용이 컨설팅을 하고 유리자산운용은 운용을 맡고 있다. 이 펀드는 출시 이후 현재까지 5개월여간 10%가 넘는 수익률을 기록하며 순항하고 있다. 한 본부장은 “작년에 베트남 정부가 외국인 투자 한도를 100%로 확대하고 국영기업 기업공개(IPO)를 늘리면서 추가 성장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베트남 펀드에 거부감이 있는 투자자가 적지 않다.

“알고 있다. 2006~2007년 한 차례 베트남 펀드 투자 붐이 일었을 때 손실을 본 투자자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엔 다르다고 자신할 수 있다.”

▷어떤 점이 다른가.

“베트남 VN지수는 글로벌 금융위기 전후 1170선까지 올랐다가 300선까지 70% 이상 하락하며 과열 후유증에 시달렸다. 한동안 낮은 박스권에 머물렀지만 올해 1월부터 꾸준히 상승해 최근엔 680선까지 올랐다. 최근 5년 새 최고가다. 상승장의 초입에 서있다는 분석이다. VN지수는 올 들어 12%대 상승률을 기록 중이다.”

▷작은 시장 규모에 비해 한국 자금이 지나치게 많이 들어간다는 지적도 있다.

“2006년 당시 베트남 주식시장의 시가총액이 10조원이었는데 한국 펀드가 8000억원 규모로 시장의 8%를 차지해 운용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현재는 시총이 70조원 수준으로 성장했다. 한국 자금이 큰 영향을 끼치는 구조는 아니다. 여기에 지난해 베트남 정부가 외국인 투자 한도를 49%에서 100%로 확대한 것도 투자에 긍정적인 요소다.”

▷최근 베트남 증시에 어떤 변화가 있나.

“하루 중 반복매매 허용, 파생상품시장 개장 등 증시 관련 제도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베트남 증시가 향후 1~2년 내에 MSCI신흥국지수에 편입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증시에 호재다. 외국계 자금이 베트남 증시로 유입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가장 큰 변화는 일부 대형 공기업의 민영화다. IPO 시장이 활기를 띨 가능성이 있다. 시가총액 1위 기업인 비나밀크 등의 정부 지분도 시장에 풀릴 것이란 전망이다.”

▷베트남 시장의 가장 큰 매력은 무엇인가.

“베트남은 세계 14위 인구 대국으로 9200만명 중 35세 미만 인구 비중이 3분의 2에 달한다. 젊은 인구구조에 높은 교육열이 더해져 중국을 대체할 새로운 글로벌 생산기지로 주목받으면서 외국인직접투자가 급증하고 있다.”

▷베트남 시장 유망 종목은.

“1980년대 한국과 비슷하다. 경제 수준이 높아지면서 보험 가입자가 늘고 있다. 인프라 투자가 많다 보니 철강산업과 건설산업이 호황을 이루고 있다. 대형주 투자도 좋지만 성장성 있는 중소기업에서 대기업으로 성장하는 사례도 많을 것이다. 장기 투자(10년)를 생각하고 베트남에 들어오면 연평균 10% 이상의 수익을 낼 수 있다고 본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