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29개주 소비세율 통일…경제성장률 2%P 끌어올린다
인도가 29개 주(州)마다 제각각이던 판매 관련 세제를 단일화하기로 했다.

인도 이코노믹타임스(ET) 등에 따르면 인도 상원은 3일(현지시간) 주마다 다른 세율을 부가가치세(VAT)와 비슷한 상품서비스세(GST)로 단일화하는 내용의 헌법 개정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인도가 드디어 ‘진짜 단일시장’이 될 수 있게 됐다며 “인도 경제가 25년 전 자유화되기 시작한 이래 가장 중요한 개혁”이라고 평가했다.

영국에서 독립한 뒤 소련처럼 계획경제를 도입한 인도는 1991년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자유시장경제로 돌아섰지만 세제가 통일되지 않아 기업 활동에 불편이 많았다. 특히 상품, 서비스를 팔았을 때 내야 하는 판매세는 품목과 주마다 달랐다.

담배를 팔 때 물어야 하는 세금은 케랄라주에선 매출의 14.5%인데 라자스탄주에선 65%에 이른다. 기저귀를 팔 때는 하르야나주에선 세금을 따로 안 내지만 시킴주에서는 13.5%를 물어야 한다. 한국을 비롯한 많은 나라가 부가가치세 하나로 세제를 단일화한 것과 대조적이다. 기업이 완제품을 만들기 위한 효율적인 공급사슬을 갖추기도 힘들고, 팔 때도 가격이 중구난방이라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 불편이 컸다. 조세 투명성도 떨어졌다. 인도 경제발전을 가로막는 대표적인 요인으로 꼽혔다.

이 때문에 나렌드라 모디 총리(사진)는 2014년 취임한 뒤 이 문제를 해결하려 애썼지만, 야당 의석 비중이 높아 상원에서 번번이 통과가 좌절됐다. 이번에 모디 총리는 일부 문구를 수정하는 등 야당과 타협한 끝에 법안을 통과시켰다. 인도 정부는 이르면 연내 모든 입법 절차를 마치고 내년 4월 회계연도 시작 때부터 새 세제를 적용하려 하고 있다. 석유 관련 제품, 주류, 엔터테인먼트 관련 세금, 인지세, 관세 등은 제외다.

인도 기업은 물론 인도에 진출한 외국계 회사도 GST 도입을 크게 반기고 있다. 관련 비용이 줄어들고 단일화 과정에서 평균 세금도 낮아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현대자동차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높던 자동차 관련 세율이 내려갈 것”이라며 “인도 자동차시장이 성장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ET는 자동차·시멘트·소비재·제약산업이 새 세제의 혜택을 많이 보고, 통신·미디어·철강업종은 중립적이거나 보호 효과가 사라져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최종 세율은 18~22%에서 결정될 수 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인도 야당은 18%를 주장하고 있지만 인도 정부 관계자는 “그러면 총세입이 줄어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인도 정부는 세제 개편으로 인도 국내총생산(GDP)이 2% 정도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민간 경제학자들도 인도 GDP가 1.5~2% 늘어나는 효과를 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상은/김순신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