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조사위 보고서 오만한 기업경영·조작에 둔감한 체질 지적
간부들 뻔뻔하게 "기억이 없다"만 반복

미쓰비시자동차의 연비조작에 대해 젊은 사원들이 간부나 상사들에게 "연비 측정 등 부정은 시정해야 한다"고 끈질기게 요구했으나 번번이 무시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4일 일본 도쿄신문 등에 따르면 변호사 등 4명의 외부전문가로 구성된 미쓰비시차 연비조작 특별조사위원회는 보고서에서 1991년 이래 25년간 사내의 젊은사원들이 "법령을 위반한 측정은 잘못됐다"면서 줄기차게 회사 측에 시정을 요구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조사위는 이에 대해 "조작에 둔감한 조직의 체질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지적했다.

미쓰비시차 간부들은 이번 조사에서도 뻔뻔하게 "기억이 없다"는 말만 되풀이한 것으로 조사됐다.

법령도, 사내 지적도 무시하는 오만한 기업경영을 계속해온 게 드러난 것이다.

실제로 2005년 2월 신입사원 연수 당시 제언발표회에서 "국가의 규칙과 다른 방법으로 연비데이터를 측정하는 것은 시정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와 소동이 벌어진 바 있다.

이는 그 전해에 입사해 연비시험 등을 담당하는 성능실험부에 막 배속된 신입사원 F씨가 호소했다.

그때 측정책임자인 H 성능실험부장도, 나중에 부장이 되는 인물들도 듣고 있었다.

신입사원이 20여 명의 상사나 간부들이 있는 공개적인 장소에서 조직의 부정을 문제 삼은 것은 "상당한 후폭풍이 있었을 게 틀림없는 데 '기억이 없다'는 변명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제언발표회에서는 당시 부장 H씨가 참가자들에게 "문제를 인식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코멘트를 남겼다"는 증언이 나왔지만, 조사위가 발표회에 출석했던 간부나 사원들에게 물어보자 "기억이 없다"고만 되풀이했다.

당시 제언의 배경에는 선배 부원 E씨의 조언이 있었다.

2001년에 입사한 E씨는 오랜 세월 부정한 조작이 이어져 내려오는 것을 알고는 이를 그만두도록 몇 차례나 상사에게 호소해 왔다.

그러나 그때마다 상사는 "즉각적으로는 대응할 수 없다"며 꿈쩍하지 않았다.

그러한 가운데 2004년에는 두 번째로 미쓰비시차 리콜 은폐 사실이 발각돼 E씨는 위기감이 더욱 커졌다고 한다.

이에 신입사원 F씨의 멘토가 된 것을 계기로 삼아, 제언발표 주제로 법령을 위반하는 연비 성능실험 방법을 다루도록 충고했다고 한다.

그러나 책임자들이 줄지어 늘어앉아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참가자들의 반응은 하나같이 뜨뜻미지근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미쓰비시차는 그 후에도 부정행위 개선을 하지 않았다.

조사위는 보고서에서 "'규정에 입각한 측정 방법은 대단히 손이 많이 가 귀찮은 일'이라는 인식이 미쓰비시차 사내에 퍼져 있었다"면서 "비용삭감과 개발시간 단축을 핑계로 조작을 계속했다"고 지적했다.

또 2011년 사내 설문조사에서도 조작을 시사하는 복수의 답변이 있었지만, 개발부문에서 '문제없다'는 보고서를 올리자 경영진도 유야무야 넘어갔던 것도 보고서는 지적했다고 아사히신문은 전했다.

이런 지적에 마스코 오사무 미쓰비시차 회장은 "젊은 사원 제언이나 사내설문조사에 대해 회사 측 조사에서는 파악하지 못했다"면서 "매우 무겁게 받아들인다"고 사과한 뒤 철저히 재조사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일본 국토교통성은 허위사실을 기반으로 정부 심사를 신청한 자동차제조업체에 대해서는 도로운송차량법을 포함한 관련 법령 개정을 통해 더 엄격한 벌칙이나 불이익 처분을 도입한다는 방침이다.

(서울연합뉴스) 이춘규 기자 taei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