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정책·성장성은 '아쉬움'…"보고서, 외국인 투자유치에 활용할 것"

코트라(KOTRA)의 '2016 주요국 투자환경 비교조사' 보고서는 처음으로 한국과 전 세계 주요 32개국의 투자환경을 비교·분석한 조사결과를 담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보고서는 외국인의 직접투자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진 요소를 ▲ 시장환경(인구수·소득·시장규모) ▲ 경영환경(세율·법인규제·노동생산성) ▲ 투자정책(인센티브·행정) 등 3개 카테고리로 분류해 33개국의 상황을 정량적·정성적으로 평가했다.

각 항목의 평가는 세계은행(WB), 세계경제포럼(WEF),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연구원(IMD)과 같은 공신력 있는 기관의 지표를 활용해 신뢰도를 높였다.

◇ 시장·경영환경은 대체로 '맑음'
4일 보고서 분석 결과에 따르면 한국 시장의 시장환경과 경영환경은 대체로 외국인 투자자에게 우호적이다.

한국의 구매력 기준 1인당 GDP는 3만6천520달러로 선진국으로 분류되는 프랑스 3만9천874달러나 일본 3만8천68달러와 엇비슷하다.

한국인의 구매력이 높다는 것은 외국인이 우리나라에 와서 물건을 팔 수 있다는 뜻인 만큼 충분한 유인책이 될 수 있다.

지난 4년간 경제성장률 역시 우수한 편이다.

2012∼2015년 한국의 GDP 실질성장률은 2.36%로, 미국(1.38%), 일본(1.05%). 영국(1.44%) 등 제자리걸음을 한 선진국에 비하면 양호했다.

지역통합성은 유럽연합(EU)으로 묶여있는 유럽에는 못 미쳤지만, 적극적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등을 통해 개발도상국보보다는 우위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영환경은 더욱 우수하다.

한국은 세계은행(WB)의 기업활동 평가에서 83.88점(100점 만점)을 받아 전체 33개국 중 싱가포르(87.34점)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미국(82.15점)이나 일본(74.72점), 중국(62.83점)보다 높다.

기업활동을 편안하게 할 수 있는 데는 한국 특유의 '빨리빨리' 문화가 도움됐다.

한국은 법인설립이나 건축인허가 등 기업활동에 필수적인 행정절차를 처리하는 속도가 다른 나라보다 월등히 빠르기 때문이다.

한국의 법인설립 소요시간은 평균 4일로, 전체 5위를 차지했고, 건축인허가 소요기간은 28일로 싱가포르(26일)를 제외하면 가장 빨랐다.

수출입 소요시간 역시 각각 16, 14시간으로, 상위권에 속했다.

기업에 부과하는 세금이 낮은 수준이라 상대적으로 많은 이윤을 가져갈 수 있다는 것도 투자자의 마음을 끄는데 한몫했다.

기업 총이익에서 세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33.2%로 선진국 중에서는 캐나다(21.1%), 아일랜드(25.9%), 영국(32.0%)을 빼면 가장 낮았다.

개발도상국과 비교해도 대표적인 신흥시장인 중국(67.8%), 브라질(69.2%)의 절반 정도에 불과했다.

이외에도 기업청산 시 채권회수율이 83.6%로 높은 점 등이 장점으로 꼽혔다.

보고서는 "한국은 전반적으로 좋은 비즈니스 환경을 외국인 투자가에게 제공하고 있다"며 "낮은 실질세율과 빠른 행정처리, 우수한 인프라는 외국 기업이 한국에서 경영활동을 할 때 드는 실질적 비용을 낮춰준다"고 밝혔다.

◇ 시장 성장성·투자정책은 '구름'
그렇다면 한국 시장은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매혹적이기만 할까.

보고서는 투자시장으로서 우리나라가 가지는 미흡한 점도 냉정하게 평가했다.

가장 아쉬운 부문은 투자정책 분야다.

우리나라는 근래 적극적으로 투자협정국을 늘리고 있기는 하지만, 여전히 유럽에 비하면 체결된 투자협정의 그 수가 적은 편이다.

투자협정은 해당 국가 투자자의 보호와 직결돼 있어서 투자협정 수가 적다는 것은 외국인이 투자를 꺼리는 결정적 이유가 될 수 있다.

한국의 양자 간 투자협정 체결국은 85개국, 통상협정 체결국은 16개국으로 개발도상국 중에서는 중국(110·18개국) 다음을 많았지만, 선진국군(群)과 비교하면 하위권에 속했다.

투자규제 수준은 한국이 0.135점으로 33개국 중 10위로 나타났다.

특히 선진국 17개국 중에서는 캐나다(0.166점) 다음으로 높았다.

이처럼 채찍이 비교적 센 데도 당근 또한 많지 않았다.

우리나라는 외국인 투자자에 입지지원, 조세감면, 현금지원 등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긴 하지만, 외국인 투자인센티브 매력도는 5.71점으로 미국(7.03점), 영국(7.02점) 등에 크게 못 미쳤다.

경영환경과 시장환경에서도 개선할 점이 있었다.

우선 경영환경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인 정책 투명도와 지적재산권보호 수준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것이 아쉬운 부분이었다.

한국의 정책 투명도는 3.25점(10점 만점)으로 전체 33개국 중 하위 6위에 머물렀다.

선진국 중 한국보다 정책 투명도가 낮은 나라는 이탈리아(3.10점)뿐이었다.

지적재산권보호 역시 한국이 6.33점으로 미국(8.29점), 영국(8.20점), 일본(6.80점) 등 선진국 수준에 못 미쳤다.

시장환경은 한국 내부적으로도 큰 사회적 문제인 낮은 인구성장률이 걸림돌로 작용했다.

현재 한국의 인구수는 적지 않은 수준이지만, 성장률이 워낙 더딘 탓에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서는 '정체된 시장'으로 평가될 소지가 크다.

우리나라 인구성장률은 0.14%로 개도국 중에서는 러시아(-0.60%) 다음으로 낮았고, 선진국과 비교해도 하위권 수준이었다.

보고서는 "러시아, 브라질을 제외한 개발도상국 국가들은 GDP와 인구수 양쪽 측면에서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며 "낮은 인구성장률은 시장성장 전망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우려했다.

코트라 관계자는 "최근 지방자치단체를 비롯한 다양한 기관에서 국내외 기업소개(IR)행사를 개최하고 있다"며 "외국인 투자유치를 원하는 기관이 투자환경 개선과제를 발굴하는 데 보고서가 도움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고은지 기자 e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