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 이익률 25% 다이슨의 비결요? 부품 속 부품까지 직접 만드는 '완벽함'
글로벌 생활가전업계는 레드오션이다. 굵직한 업체만 수십 곳이다. 경쟁이 치열하고 이익률도 낮다. 대부분 생활가전 업체가 실적이 좋아도 매출 대비 영업이익률 10%, 감가상각 전 영업이익(EBITDA) 비율 20%를 넘기지 못한다.

청소기, 선풍기 등을 제조하는 영국 다이슨은 다르다. 지난해 매출 17억4000만파운드(약 2조5500억원)에 EBITDA 4억4000만파운드를 기록했다. 매출 대비 EBITDA 비율이 25% 수준이다. 매년 이 비율을 유지하고 있다. 생활가전업계 평균 매출 대비 EBITDA 비율은 6~7% 정도라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다이슨의 경쟁력은 날개 없는 선풍기, 먼지봉투 없는 청소기 등 창의적 디자인과 뛰어난 성능이라는 게 시장의 평가다. 다이슨 제품의 핵심은 모터다. 이 모터는 모두 싱가포르 동부 웨스트파크에 있는 공장에서 생산한다. 다이슨은 지난 2일 한국경제신문에 웨스트파크 공장을 공개했다.
가전 이익률 25% 다이슨의 비결요? 부품 속 부품까지 직접 만드는 '완벽함'
“부품의 부품까지 스스로 만든다”

이 공장에선 청소기 등에 쓰이는 모터가 3초에 한 개씩 쏟아져 나온다. 연간 생산량은 약 1100만개에 이른다. 일하는 사람은 일부 조립공정을 빼곤 거의 없다. 90% 이상 자동 생산한다.

이곳에서 생산하는 모터는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다이슨은 설명했다. 지난 7월 출시한 무선청소기 V8에 들어가는 모터는 최대 출력이 425W다. 지금까지 출시된 스틱형 무선청소기 중 가장 힘이 세다. 빨아들이는 힘이 두 배가 넘는 셈이다. 모터를 포함한 청소기 무게도 2.6㎏ 정도로 가볍다. 주부가 한 손으로 들어 올려 바닥은 물론 천장까지 청소할 수 있다.

가벼우면서도 힘이 좋은 모터를 개발한다는 설명이다. 클레어 로크 다이슨 모터 엔지니어는 “모터는 물론 모터 내부의 모든 부품을 자체 생산하는 것이 비결”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모터의 흡입력을 결정하는 핵심 부품인 ‘임펠라’를 제조하는 공정을 소개했다. 손톱만한 크기에 13개의 날개가 달려 있다. 그는 “세계 어떤 기업도 모터와 그 안 모든 부품의 독자적인 기술을 갖고 있지 않다”며 “다이슨은 이 손톱만한 부품의 재료, 모양, 생산방법을 모두 스스로 결정한다”고 설명했다.

완벽한 기술에 대한 ‘집착’

부품을 외부에서 사오면 자체 생산하는 것보다 효율적이다. 각 업체가 전문성을 가진 부품 생산에 집중할 수 있어 가격도 싸지고 기술 개발도 쉽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이슨은 모든 부품을 제작하고 있다. 안드리아노 니로 다이슨 싱가포르 모터 연구개발(R&D) 총괄담당자는 “외부에서 사오는 부품으로는 우리가 원하는 모터를 생산할 수 없기 때문”이라며 다이슨 특유의 제품 개발 방식을 소개했다.

다이슨은 제품을 설계할 때 부품 등을 고려하지 않고 이상적인 완성품 디자인을 먼저 정한다. 예를 들어 크기가 5㎝이고 최고 수준의 흡입력을 가진 모터가 최적이라고 판단하면, 현재 기술이 없더라도 무조건 이 조건에 맞는 모터를 개발하는 데 매달린다는 것이다. 세상에 없는 제품을 내놓으려다 보니 모든 부품을 스스로 개발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이 같은 방식은 당연히 돈이 많이 든다. 지난해 다이슨은 EBITDA 4억4000만파운드 중 거의 절반인 2억600만파운드를 R&D에 투입했다. 니로 총괄담당자는 “비율로만 보면 애플보다 높다”며 “최고 엔지니어인 제임스 다이슨은 R&D에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투자한다”고 말했다.

그렇다보니 완제품 가격이 비싸다. 다이슨 청소기는 대부분 한국에서 100만원이 넘는다. 삼성전자 LG전자 등 한국 기업 제품보다 30만원 이상 비싸다. 강한 흡입력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소음이 심하다는 지적도 있다.

그럼에도 다이슨 제품은 시장에서 인기가 높다. 경제 불황에도 다이슨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26% 늘었다. 생활가전 시장 연평균 성장률(약 6%)을 훌쩍 뛰어넘는 수준이다.

싱가포르=남윤선 기자 inkling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