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월 별마로천문대-하이원 별자리과학관 등 유사사업 론칭
지자체들 "상생은 커녕 사업 아이템 훔치기 급급" 반발

폐광지역에 대한 투자 약속 외면 등으로 지역민들의 반발을 사고 있는 강원랜드가 인근 폐광지역의 알짜배기 사업과 유사한 사업들을 뒤따라 론칭하면서 지역 상생에 역행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강원랜드 하이원리조트는 지난달 29일 오후 마운틴 플라자동 5층에서 주·야간 4계절 즐길 수 있는 '하이원 별자리과학관'을 개관하고 본격 운영에 들어갔다.

하이원 별자리과학관 개관 소식에 영월군과 영월군의회, 영월군번영회는 31일 영월군청 상황실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하이원 별자리과학관 즉각 폐쇄를 촉구하고 나섰다.

영월군은 이날 성명서를 통해 "강원랜드는 국가발전을 위해 희생된 폐광지역 주민들의 눈물겨운 투쟁을 바탕으로 폐광지 경제 회생과 지역 간 균형발전에 기여하기 위해 제정된 '폐광지역지원에 관한 법률'에 기초해 설립된 향토기업임에도 '하이원 별자리과학관'을 개관, 인근 영월 '별마로천문대' 운영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영월군 한 간부 공무원은 "폐광지역 경제를 회생시켜야 할 강원랜드가 되레 지역을 죽이는 꼴이다.

강원랜드 임직원들이 강원랜드의 설립 목적이나 제대로 알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그는 또 "인접한 폐광지역에서 지역을 살리기 위해 아이디어를 짜내 잘 하는 사업 아이템을 훔쳐가는 비도덕적인 경영행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영월군은 "강원랜드에 별자리과학관 운영에 반대하는 분명한 입장을 표명하고 강원랜드 이용객을 위한 셔틀버스 운영 등 상생 아이디어도 제안했지만 모두 무시했다"며 "만일 우리 요구가 반영되지 않을 경우 법적·물리적 투쟁도 불사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해발고도 800m의 영월군 봉래산 정상에 있는 별마로천문대는 2001년 10월 개관 이래 '시(詩)와 별, 동강이 흐르는 영월'이라는 영월군 슬로건과 함께 랜드마크로 자리 잡았다.

주말이나 성수기에는 한 달 전에 매진되는 인기를 누리고 있다.

지난해 8만4천여 명이 이용해 3억4천여만 원의 매출을 올리면서 식당과 숙박업계 등 지역경제에 효자 노릇을 하고 있다.

이에 대해 강원랜드는 1일 "하이원 별자리과학관은 소규모 자연과학 학습장 시설로 즐길 거리가 턱없이 부족한 리조트의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 설치된 시설로, 전문적인 천체관측시설이 아니다"면서 별마로천문대에 피해를 주지 않도록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강원랜드가 유사사업에 뒤늦게 뛰어들면서 빛을 잃고 있는 대표적인 폐광지 효자 사업이 정선 레일바이크다.

'레일바이크의 원조'로 불리는 강원 정선 레일바이크는 2005년 개장 첫해 8만1천818명을 시작으로 이용객이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다가 2010년 36만9천960명을 정점으로 하향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2011년 32만2천723명으로 처음 감소세를 기록한 이후 조금씩 줄다가 지난해에는 27만2천418명으로 대폭 감소했다.

정선군은 삼척시를 비롯한 원주, 춘천 등에서 잇따라 레일바이크가 개장하면서 이용객이 분산된 탓도 있지만, 강원랜드가 대주주로 2014년 10월 설립된 국내 최초 철도 체험형 리조트 ㈜하이원추추파크를 가장 큰 요인으로 보고 있다.

정선군은 정선 레일바이크가 폐광지역에 투자된 사업 중 성공한 몇 안 되는 사업인데, 폐광지역 경제 발전을 위해 세워진 강원랜드가 되레 폐광지역 기존 사업을 뺏어가고 있다는 입장이다.

앞서 2007년 강원랜드는 영월지역 경제 회생의 새로운 대안으로 추진 중이던 동강시스타 스파사업과 중복되는 스파사업을 추진하다 군민들의 격렬한 반대로 철회한 바 있다.

(영월연합뉴스) 류일형 기자 ryu625@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