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잠실 그룹 시무식' 계획도 불투명

롯데그룹 창업자 신격호 총괄회장과 차남 신동빈 회장이 '그룹 숙원사업'으로서 대를 이어 짓는 초고층(123층·555m) 잠실 롯데월드타워가 당초 일정과 달리 올해 안에 문을 열기 어렵게 됐다.

그룹 전체가 지난 6월 이후 두 달 가까이 강도 높은 비자금 수사를 받는 와중이라 대형 그룹 이벤트를 기획할 겨를이 전혀 없는 데다, 타워 개장 준비를 총괄 지휘해온 노병용 롯데물산 대표마저 가습기 살균제 사건으로 구속돼 한 달 넘게 공백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3일 롯데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롯데월드타워의 연내 완공 여부는 불투명하고 개장은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롯데는 연내 월드타워의 물리적 건축과 법적 인·허가를 모두 마치고, 12월 말께 일반인에게 타워를 공개하는 성대한 개장식을 계획했다.

아울러 롯데그룹정책본부와 롯데물산, 롯데자산개발 3개사의 사무실을 타워 14~38층 프라임 오피스(Prime Office) 구역 중 14~16층으로 이전하고, 내년(2017년도) 시무식을 롯데월드타워에서 진행하는 것을 목표로 잡았다.

하지만 연말까지 4개월여를 앞둔 지금까지 롯데그룹은 정책본부 및 계열사 이전이나 개장식 등에 관한 논의를 시작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당초 하반기부터 롯데자산개발, 롯데건설 등이 주도해 본격적으로 추진할 예정이었던 오피스(사무실 공간), 고급형 복합 레지던스(The Residence·호텔식 서비스 제공 오피스텔) 분양 사업도 오피스 부문에서만 다소 진척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동빈 회장은 상징적 의미에서 가장 먼저 70~71층의 복층 레지던스를 개인 자격으로 분양받아 구매할 계획이었지만 그룹 비자금 수사 등의 여파로 이 실무 작업조차 진행되지 않고 있다.

창업주인 아버지 신격호 총괄회장의 경우 타워 내 '프라이빗 오피스' 구역(108~114층) 중 한 개 층(114층) 825㎡, 약 250평을 집무실 겸 거처로 사용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현재 신동빈 회장과 치열하게 경영권을 다투는 장남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의 보필을 받고 있어 타워로의 '이사' 자체가 불투명하다.

그룹 오너·정책본부·계열사 등의 이전과 공식 개장은 물론, 타워의 연내 완공도 장담할 수 없는 실정이다.

현재 롯데월드타워의 공정률은 91% 수준으로, 하루 평균 약 3천여명의 근로자들이 외부 커튼 월(통유리벽) 잔여 구간과 내부 인테리어, 조경 등에 대한 마무리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소방 준공, 건설 준공을 위한 승인 절차는 9월 말부터 10월 초께 시작될 예정이다.

소방 준공 승인을 받으려면 스프링클러·소화전 등 시설물과 자동으로 화재를 감지해 방수하는 능력, 건축물의 내화 성능 등이 소방 관계 법령에 적합하다는 사실이 확인돼야 한다.

롯데는 소방 준공을 거쳐 건설 준공까지 마치고 최종 '완공'하는데 필요한 시간을 약 3개월 정도로 예상하고 있다.

보통 건물이라면 1개월 정도면 모든 승인을 마칠 수도 있지만 국내에서 사상 유례없는 초고층 건물이기 때문에 넉넉히 기간을 잡았다는 게 롯데의 설명이다.

하지만 앞서 2014년 10월 먼저 개장한 롯데월드몰(제2롯데월드·롯데월드타워와 하층부 공유)이 진동과 누수 등의 안전성 논란으로 '영업중지' 조치까지 받은 전례가 있는만큼 서울시 등 감독 기관이 월드타워의 안전성 등을 매우 꼼꼼하게 따지고 개선을 지시할 경우 완공 시점이 내년으로 넘어갈 가능성도 다분하다는 게 재계의 관측이다.

더구나 지금까지 롯데월드몰과 롯데월드타워의 안전 문제와 인허가 사항을 챙겨온 노병용 대표의 장기 부재도 걱정스러운 부분이다.

롯데 관계자는 "여전히 연내 완공을 목표로 최선을 다해 내외장 건설 공사를 진행 중이지만 준공 승인에 얼마의 시간이 걸릴지가 변수"라며 "만약 연말 완공되더라도 매일 임원, 실무자들이 소환돼 수사를 받는 그룹 상황 등을 고려할 때 공식 개장식이나 그룹 사무실 이전 등은 이후로 늦춰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신호경 기자 shk99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