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통위 의사록 공개…"한은 내년 성장률 전망치 높은 것 아니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들이 최근 서울 등 일부 지역의 부동산 시장 과열에 따른 가계부채 증가에 우려를 나타냈다.

한국은행이 2일 공개한 금통위 의사록을 보면 금통위원들은 지난달 14일 기준금리를 연 1.25%에서 동결한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에서 이런 견해를 밝혔다.

A위원은 "최근 서울 일부 지역 등의 재건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부동산 가격 상승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며 "앞으로 다른 지역으로의 가격 불안 확산 가능성에 유의해 부동산 시장에 대한 면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급증세를 보인 집단대출에 더욱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며 "재건축 아파트 시장의 활황세와 관련된 집단대출 증가가 앞으로 부실화될 가능성을 점검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B위원도 "가계대출이 높은 증가세를 지속하는 상황에서 가계대출과 연관성이 높은 주택가격이 국지적이지만 큰 폭으로 상승한 점,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에 관한 불확실성 등으로 국내외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가계부채 증가세와 주택시장 상황, 브렉시트 파급영향 등을 주의 깊게 살피고 금융안정에 한층 유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C위원은 정부의 추가경정예산 편성과 집행이 하반기 경기의 하방 위험을 부분적으로 완충할 수 있다며 "경제 상황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원칙에 충실한 구조조정과 더욱 적극적인 가계부채 대책에 대해 관련 당국과 긴밀한 협력을 지속해야 한다"고 한은에 주문했다.

D위원도 "가계부채와 더불어 한계가구 등 취약차주의 비중이 늘어나고 있음에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한은 실무부서는 "금년 들어 은행 집단대출이 작년 대규모 아파트 분양에 따른 영향 등으로 증가세를 지속하고 비은행 가계대출도 큰 폭으로 늘었다"고 설명했다.

올해 상반기에 거래된 서울 아파트 매매 실거래가가 5년 만에 5억원을 돌파하는 등 서울 서초, 강남 등에서는 부동산 시장의 호황이 이어지고 있다.

금융당국은 최근 시중은행을 상대로 아파트 집단대출 취급이 제대로 이뤄졌는지 점검하고 있다.

지난달 금통위에서는 한은이 내년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너무 낙관적으로 제시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한 금통위원은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 하락, 최근 대내외 불확실성, 금년 하반기의 낮은 성장 전망 등을 고려할 때 한은의 내년도 성장 전망이 다소 높게 제시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한은은 내년에 우리나라의 경제 성장률이 2.9% 상승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아울러 기업 구조조정을 둘러싼 금통위원들의 우려도 제기됐다.

한 금통위원은 "기업 구조조정과 관련해 조선·해운업뿐 아니라 철강·석유화학·건설업에 대해서도 많은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며 한은이 구조조정의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는 데 노력할 것을 당부했다.

(서울연합뉴스) 노재현 기자 noja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