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경영硏…"기대 인플레이션율, 자산가격 내려가면 빠르게 하락 가능"

소비자물가보다 크게 높은 수준인 기대 인플레이션율이 떨어질 경우 경제주체들의 심리가 크게 위축돼 디플레이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가 1일 발표한 '만성적인 저물가를 경계한다'라는 제목의 보고서에 따르면 기대 인플레이션율은 지난 7월 기준으로 2.4%다.

그러나 실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 6월 기준으로 0.8%에 불과하다.

2012년 11월 이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한 번도 2.0%를 넘지 못하고 있지만 기대 인플레이션율은 여전히 2%를 넘는 수준이다.

이 때문에 정책당국에서는 기대 인플레이션율을 근거로 시장 주체들의 인플레이션 기대심리가 안정적으로 형성되고 있어 디플레이션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해석한다.

이처럼 기대 인플레이션율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크게 웃도는 것은 주거비 상승이 뚜렷하고, 소득증가세 둔화로 체감 물가가 높게 인식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대 인플레이션율도 소비자물가 상승률에 후행하면서 2012년 이후 낮아지는 추세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기대 인플레이션율은 2013년 1월에는 3.2%였지만 지속해서 떨어져 2.4%까지 떨어진 상황이다.

현실 물가가 떨어지면서 일반 경제주체들의 물가인식도 디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점차 반영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체감 물가에 영향을 주는 자산가격이 하락하고 소득증가세가 둔화하면 기대 인플레이션은 더욱 빠르게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서는 우려했다.

김진성 우리금융경영연구소 경제연구실장은 "기대 인플레이션율의 하락은 실제 물가 하락 여부와 관계없이 각 경제주체의 경기인식을 악화시키고 디플레이션 또는 이에 준하는 상황을 의사결정에 반영하게 하는 통로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소비자물가에서도 낙관적이지 못 한 상황이다.

한국은행은 소비자 물가상승률이 내년에는 2% 선 수준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최근까지 저물가를 이끌던 국제유가는 이미 저점 대비 50%가량 상승한 상황이어서 지금보다 더 오를 가능성은 크지 않다.

수입 물가 하락은 상당 기간 지속할 가능성이 큰 것이다.

농산물 및 석유류를 제외한 근원물가 상승률도 지난해 2%를 넘었지만, 올해는 1.7% 내외로 하락한 상황이다.

그나마 물가를 끌어 올리던 집세와 공공 서비스 물가도 하반기에는 전셋값 상승이 주춤해질 가능성이 크고,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된 공공요금 인상 효과도 하반기부터 소멸한다.

근본적으로 세계 경제의 회복에 대한 불확실성이 크고, 국내 경제도 경기 부진이 지속하면서 물가 하락 압력은 지속할 것으로 보고서는 내다봤다.

김 실장은 "저물가 상황이 지속하고 기대 인플레이션율의 하락하면 경제운용과 성장 측면에서 디플레이션에 준하는 부정적인 영향이 나타날 수 있다"며 "디플레이션 압력을 사전적으로 차단하기 위한 적극적인 정책조합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연합뉴스) 박의래 기자 laecorp@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