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유가 하락으로 중동 산유국 경기가 나빠지면서 덩달아 네팔 방글라데시 등 남아시아의 ‘돈줄’이 마르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일 보도했다. 중동에서 일하는 남아시아 출신 노동자의 송금액이 급감하면서다.

WSJ와 방글라데시중앙은행에 따르면 자국의 중동 노동자들이 보내온 돈은 지난 5월까지 1년간 4.1% 감소했다. 필리핀도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에서 들어오는 자국 노동자의 송금액이 최근 수개월간 6% 줄었다고 밝혔다. 네팔도 비슷한 규모로 떨어졌다.

해외 노동자의 송금액이 남아시아 국가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최대 30%에 육박한다. 네팔은 국내총생산(GDP)의 29.4%에 이르고 스리랑카와 방글라데시도 각각 9.4%와 8.6%에 달한다. 중동발 송금액이 감소하면서 스리랑카는 올초 IMF에서 비상자금 15억달러를 빌렸고, 네팔은 지진 복구를 위한 예산을 감축했다.

인도 정부는 사우디에서 일자리를 잃은 자국민이 굶주리고 있다며 식량을 긴급지원하기도 했다. 지난달 31일 사우디 내 인도 노동자 수천명은 일방적인 해고에 항의해 거리로 나와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송금액 감소는 석유값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비롯됐다. 2014년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선 유가가 40달러 안팎에서 거래된다. 유가가 하락하자 중동 산유국은 씀씀이를 줄였고, 대규모 사업이 줄줄이 연기됐다. WSJ는 “남아시아 해외 노동자의 송금액 비중이 크기 때문에 재정은 물론 통화 가치 하락과 중산층 감소까지 연결된다”며 “유가가 다시 올라갈 가능성이 낮아 대책이 없다는 게 문제”라고 전했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