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 브렉시트발 '런던 탈출' 가능성 낮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이후 기업들의 ‘런던 엑소더스(대탈출)’가 일어날 가능성은 높지 않습니다.”

게오르크 알란도르프 도이치자산운용 유럽부동산총괄 대표(사진)는 지난 14일 독일 프랑크푸르트 본사에서 한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브렉시트 결정이 영국의 금융 지배력과 부동산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진 않을 것”이라며 “영국 부동산 시장의 대폭락으로도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알란도르프 대표는 “유럽 주요 도시의 부동산 가격은 최근 몇 년 동안 10~20% 정도 오른 상황”이라며 “저금리 상황과 맞물려 부동산 가격이 정점을 찍은 것은 맞지만 여기서 더 상승할지, 현 수준을 유지할지는 예측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2008년 미국 금융위기를 불러온 대규모 부실 부동산 대출이 유럽에서도 일어날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엔 “독일 등 유럽 시장은 주택 등을 소유하기보다 장기로 빌리는 형태”라며 “임대료가 비싸지는 부작용이 있지만 주택 가격 하락으로 인한 은행 부실이 일어날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이어 “실업률이나 민간 소비 등의 경제지표를 보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증거’를 찾지 못하겠다”며 “남유럽을 제외한 독일 등 유럽 경제는 아직 탄탄하다”고 설명했다.

▷브렉시트 영향이 언제까지 지속될까.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본다. 영국이 유럽 내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역할이 브렉시트 이후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란 의미다. 기업 입장에서도 네트워크나 인프라 등의 수준이 높은 영국을 떠나는 것 자체가 리스크(위험)다.”

▷독일이나 프랑스가 브렉시트의 수혜국이란 의견도 나온다.

“떠나는 비용과 실익을 따져봤을 때 파리 등의 도시가 런던보다 더 매력적이지 않다. 기업 환경 측면에서 런던이 지닌 장점은 아직 유효하다. 기업을 이전하겠다고 ‘확정 발표’한 기업이 어디 있나.(인터뷰 직후 미국 웰스파고가 유럽본부로 쓰겠다며 영국 런던의 11층짜리 건물을 매입해 알란도르프 대표의 주장에 힘을 실어줬다)”

▷파리나 프랑크푸르트의 부동산 가격은 오르고 있다.

“브렉시트 이전부터 오른 것이다. 마이너스 금리 등 저금리가 지속된 영향이다. 유럽 부동산은 현재가 고점이다. 다만 여기서 부동산 가격이 내린다고 확신할 순 없다. 사상 초유의 마이너스 금리가 지속되는 한 나 같은 전문가도 부동산 가격의 방향을 알긴 어렵다.”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인한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나고 있나.

“그렇다. 마이너스 금리는 자산가격을 상승시켜 개인의 소비를 늘리는 ‘부(富)의 효과(wealth effect)’가 일어나고 있다. 여기에 실업률도 낮은 수준에서 관리되고 있고 성장률과 소비 지표도 좋다.”

▷부동산 거품이 꺼지면서 생겨나는 악영향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 유럽 시장은 집을 사는 것이 아니라 장기 임대하는 개념이다. 집을 갖고 있는 사람 비율도 50%가 안 된다. 또 15~20년에 걸쳐 분할 납부를 하기 때문에 부실 대출이 일어날 가능성이 더욱 낮다.”

▷부실이 없다는 확신이 큰 것 같다.

“저금리로 호황이 이어지고 거품이 꺼지는 모델을 많이 봤다. 하지만 독일을 비롯한 국가들이 꾸준히 경제 성장을 하고 있다. 부동산 가격으로 들어온 자본이 다른 곳으로 투자가 되고 수요와 생산이 늘고 있다. 자본 흐름이 나쁘지 않다.”

▷부동산 시장이 유망한 지역은 어디인가.

“유럽만 놓고 보면 파리와 런던이 매력적이다. 미국 시장도 나쁘지 않다. 아시아 중에선 일본과 호주가 괜찮다.”

프랑크푸르트=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