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영일 의원 "다문화가정 등 피해 우려…제도개선해야"

결혼과 함께 한국에 온 베트남인 A씨는 한국 국적을 취득하기 전에 은행에 들러 주택청약종합저축에 가입했다.

한국에서는 청약통장에 가입해야 주택을 분양받을 수 있다는 이웃의 말을 듣고 '내 집 마련'이라는 꿈을 위해 만사를 제쳐놓고 은행부터 찾았다.

하지만 최근 A씨는 외국인의 경우, 청약통장이 있어도 공공분양이나 5년·10년임대주택 등 주택법상 '국민주택 등'에 해당하는 주택에는 청약할 수 없다는 이야기를 들어 크게 낙담했다.

'국민주택 등'은 주택도시기금의 지원을 받아 건설됐거나 국가·지자체·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공공이 건설한 85㎡ 이하 주택으로 저렴한 가격에 공급해 무주택가구가 쉽게 집을 마련할 수 있도록 돕고자 건설된다.

하지만 외국인은 국민주택 등에 청약할 길이 막혀 있어 다문화가정이 늘고 외국인의 한국에 이민이 증가하는 현실과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31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윤영일 의원(국민의당)이 국토교통부 등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은행 등 제1금융권의 주택청약종합저축에 가입된 외국인은 작년 현재 약 15만4천명으로 전체 청약저축 가입자의 1%가량이다.

현재 '90일 이상 한국에 체류할 목적으로 출입국사무소에 등록한 사람'과 외국국적동포 등에 해당하는 외국인은 제1금융권에서 청약통장을 만들 수 있고 이들이 80만명 안팎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외국인의 청약통장 가입률은 20% 가까이 된다.

그러나 외국인은 청약통장이 있어도 국민주택 등을 분양받을 수 없다.

국민주택 등에 청약하려면 주민등록상 가구원 모두가 주택을 소유하지 않은 무주택가구의 구성원이어야 하는데 외국인은 주민등록이 이뤄지지 않아 외국인이 속한 가구가 무주택가구인지 확인하기 기술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또 국민주택 등은 건설에 주택도시기금이나 예산 등 공적자금이 투입돼 소득·자산이 일정 수준 이하인 사람만 청약할 수 있는데 외국인은 소득·자산을 파악하기 어렵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국민주택 등은 '집이 없는 가구'에 공급한다는 원칙이 있다"면서 "외국인만 무주택가구 구성원인지 따지지 않고 소득·자산도 검증하지 않으면 특혜일 뿐 아니라 내국인 차별 등 사회적 논란도 야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국에 체류하는 외국인이 200만명에 달하는 시대에 외국인이라 해서 '저렴한 주택'에 접근할 방법이 원천적으로 차단되는 상황은 문제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특히 외국인은 국민주택 등에 청약이 불가능한 점이 한국 남성과 결혼한 베트남여성 등 다문화가정 내 외국인의 경우 주거문제를 다른 가족에게 전적으로 의존해 해결하도록 만든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건강보험공단이 외국인등록번호를 활용해 소득을 파악하는 외국인이 작년 44만1천여가구에 달하는 상황에서 외국인의 재산·소득 파악이 어려워 국민주택 등에 청약을 막는다는 국토부의 설명은 핑계라는 주장도 있다.

윤영일 의원은 "주택청약종합저축에 가입하는 주된 이유 가운데 하나는 민영주택보다 저렴한 국민주택을 분양받기 위해서인데 외국인의 청약저축 가입은 허용하면서 국민주택 등의 청약은 가로막는 행위는 사실상 가입자를 우롱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에 체류하는 외국인이 앞으로도 늘어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주택청약제도도 이에 맞춰 개선해야 한다"며 "당장은 외국인이 청약통장에 가입할 때 국민주택 등에 청약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분명하게 설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세종연합뉴스) 이재영 기자 jylee24@yna.co.kr